<p>도쿄는 아무 피해도 없었는데 무슨 호들갑이냐 할지 모르지만.</p> <p>처음 겪는 진도 6의 지진은 공포의 수준을 넘어버려 저를 패닉상태에 빠트리더라고요..</p> <p> </p> <p>게다가 저희 집은 19층이라 진도 1이 더해진 느낌이었을 거라고 하더군요.</p> <p> </p> <p><br></p> <p>정말 방문이 쾅쾅 닫히고 건물이 좌우로 족히 1미터씩은 흔들렸어요.</p> <p>보통 지진은 10초 20초 지만 0</p> <p>처음 왔던 지진이 2분을 넘겼던 것 같습니다.</p> <p> </p> <p><br></p> <p>저는 공포의 수준을 넘어....</p> <p>이제 곧 죽는다고 생각했어요.</p> <p>이제 곧 무너지는구나...(지금도 무슨 원리로 그렇게나 심하게 흔들렸던 건물들이 멀쩡한지....신기할 뿐입니다..)</p> <p> </p> <p><br></p> <p>서 있을 수도 없이 흔들리는 와중에</p> <p>마지막 메세지는 남겨야 겠더군요..(영화에서 본건 있어서..ㅡㅡ;;)</p> <p> </p> <p><br></p> <p>기어서 전화기를 집어들고 남편한테 문자를 보냈습니다.</p> <p>"여보 무서워...사랑해..."</p> <p> </p> <p>오늘 집에 올 날만을 기다렸는데 이렇게 얼굴도 못보고 나는 이 세상을 떠나는구나....</p> <p> </p> <p><br></p> <p>그리고 미친듯이 울면서 엄마한테 전화를 했지요..(요럴때 인터넷 전화의 위력이 나타납니다.!!070최고!)</p> <p>그동안 속만 썩여서 미안하다고..</p> <p>나는 죽을 것 같으니..엄마..잘있으라고...</p> <p> </p> <p>뭣모르던 엄마도 거의 실신 지경....</p> <p> </p> <p><br></p> <p>미친듯이 울고 있는데...지진이 잦아들더군요..</p> <p>그제서야...도망처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p> <p>그런데 -- 현관 문을 여는 순간.</p> <p>방화셔터가 내려져 있고.</p> <p>엘레베이터는 고장 났더라고요..</p> <p>옆 건물에서는 화재가 나서 연기가 피어오르고..</p> <p>어쩌지 어쩌지 하며 허둥대는 사이에 다시...그놈이....그놈의 지진이 또 왔습니다.</p> <p> </p> <p><br></p> <p>아까보단 심하진 않았지만</p> <p>한 번 겪고 나니까</p> <p>더 공포스럽더라고요..</p> <p> </p> <p><br></p> <p>관리실에 전화해보니 집에 있는 것이 더 안전하다길래..</p> <p>19층 집에 갇혀 바들 바들 떨며</p> <p>30번이 넘는 여진을 밤새 겪어냈습니다.</p> <p> </p> <p>그날 밤에 오기로 했던 남편은 신칸센이 끊겨서</p> <p>집에 올 수 없었고요.(이산 가족이 따로 없어요...)</p> <p> </p> <p><br></p> <p>어서 비행기 끊어서 집에가라는 남편에게</p> <p>죽어도 같이 죽겠다며 얼굴은 보고 갈거라고 울어대니</p> <p>울 남편</p> <p>가장 말을 똥으로 듣는다고 진심으로 깽판치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빨리가라고 소리를 버럭 지르대요</p> <p> </p> <p><br></p> <p>지르던 말던 상관안하고 새벽에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p> <p>아침에 눈을 떠 티비를 보니</p> <p> </p> <p>NHK뉴스속보! 방사선 유출..(요럴땐 차라리 일본어를 모르는 게 편합니다..ㅠ.ㅠ.)</p> <p> </p> <p><br></p> <p>순간.</p> <p>잊고 있었던 우리 아가 생각이 났습니다.</p> <p>헉 방사선.............</p> <p> </p> <p><br></p> <p>갑자기 모성애가 발동하대요..</p> <p>정말 미친듯이</p> <p>가방에 여권하고 지갑만 챙겨들고</p> <p>아침부터생판 모르는 옆집 문을 두드렸습니다.</p> <p>엘레베이터가 고장나고 방화셔터가 내려갔는데</p> <p>어떻게 내려가야하냐고  물어봤지요 (머리는 귀신에 눈꼽은 덕지덕지...아마 미.친년인 줄 알았을 겁니다. 미리 미리 알아둘걸...)</p> <p> </p> <p><br></p> <p>지진이 났을때도 안 벗어났던 건물 계단을 짧은 다리로 두칸씩 뛰어 내려왔어요.</p> <p>그리고는 항공사에 다니는 친구에게 표를 부탁하고</p> <p>또 미친듯이 뛰어 경찰서로 갔습니다.</p> <p> </p> <p><br></p> <p>택시 버스는 한대도 없고</p> <p>집 앞 역도 운행을 중지했더라고요.</p> <p> </p> <p><br></p> <p>눈물을 글썽이며</p> <p>"나는 지금 하네다 공항에 꼭 가야만!! 한다. </p> <p>나 좀 도와달라.."</p> <p> </p> <p><br></p> <p>불쌍해보였는지..</p> <p>친절하게 설명해주더라고요..</p> <p> </p> <p><br></p> <p>그렇게 운행이 재개된 역을 세 번이나 경유해서</p> <p>정신나간 여자처럼 우여곡절 끝에 공항에 도착했습니다.</p> <p><br></p> <p>---------------------------------------------------</p> <p><br></p> <p>김석류씨 지진 경험담.. </p> <p>농담이래도 김도망 소리 하면 안될듯.. 진짜 소름이 쫙 돋네요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