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종합병원 인턴입니다..</P> <P>새벽 1시 반쯤.. 중환자실에서 CPR이 떴습니다..</P> <P>저를 포함해서 병원에서 자고 있던 인턴 3명이 달려갔습니다.</P> <P>교대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그 동안 레지던트 선생님이 피 검사 하고, 심장 뛰게 하는 주사 주고...</P> <P>보통 사람들 말하는 전기충격도 했습니다..</P> <P>인턴들도 땀에 절어가면서 흉부압박 하고 있었습니다..(흉부압박 보기보다 엄청 힘듭니다..)</P> <P>하지만 30분이 지나도 환자분 호흡과 심전도는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P> <P>소생하실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P> <P>1시간 째..결국 보호자분이 도착하셨고, 상황 설명을 들으신 보호자분이 심폐소생술을 중단해 달라 하셨습니다..</P> <P> </P> <P>심폐소생술 중단하기 전..보호자분중 아주머니 한 분이 담당 레지던트 선생님을 주먹으로 때리면서 욕하더군요..</P> <P>이 미친놈아! 니 때문에 죽었다!</P> <P>멀쩡한 사람을 왜 수술하자 해가지고 사람을 죽이노!</P> <P>말도 잘하고 잘 걸어다니던 사람이 내가 이 놈의 병원에 괜히 데리고 와가지고 죽었다</P> <P>야이 미친놈아! 수술 안 했으면 안 죽었을 건데!....</P> <P> </P> <P>아...중환자실이 왜 중환자실이겠습니까..?</P> <P>어제든지 생명이 위급해질 수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중환자실에 계시는 겁니다..</P> <P>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은 분들입니다...링겔 달고 주사 준다고 다 살아나지 않습니다...</P> <P>그러면 세상에 죽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P> <P> </P> <P>사실 환자분이 돌아가시면 보호자분이 울고불고 하면서 욕하고 난리치는 경우는 흔합니다..</P> <P>그럴 때면 저희도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저같은 경우는 눈물 참느라 너무 힘듭니다..</P> <P>그런데 오늘 밤은.. 참 글로 저렇게 써 놓으니 느낌이 안 살아납니다만</P> <P>접촉사고 난 데서 '니가 잘못했잖아 이 미친놈아!' 하는 듯한 말투였습니다...</P> <P> </P> <P>..너무 착찹하더군요....</P> <P>아니, 그 보호자분을 탓하는 게 아닙니다..</P> <P>저런 상황에서는 누구든지 원망하고 싶어지는 법이니까요..</P> <P>병원에서 환자가 돌아가시면 갈 곳 없는 분노는 대부분의 경우 의사를 향하게 되겠죠..</P> <P>그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P> <P> </P> <P>그냥, 그냥...</P> <P>죽어가는 환자 살리려고 새벽에 뛰어내려와서 땀에 축축해지면서 흉부압박하고,</P> <P>정신없이 모든 방법 동원해가며 최선을 다했는데..</P> <P>주먹으로 맞고...쌍욕 먹고...너 때문에 죽었다...</P> <P> </P> <P>이런 게....참...그냥...너무 착찹합니다..</P> <P>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 상황 자체가.</P> <P>그걸 다 받아들여야 되는 이 직업 자체가..</P> <P> </P> <P>이런 일이 그리 드문 일도 아니건만</P> <P>오늘따라 유독 허무함이 밀려와서 글을 쓰네요..</P> <P>정말 소명감을 갖고,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싶은데..</P> <P>저같이 유리멘탈을 가진 사람은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P> <P>의사라는 직업이 너무 싫어집니다...</P> <P>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집니다..</P> <P>고민이 많아지는 밤입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