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글쓴이 개인적으로 타지에서 재난(?)체험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려한다.</div> <div><br></div> <div>나는 육군 모해안대대 격오지 소초에서 6개월 순환근무 형태의 경계근무로 군생활을 마쳤다.</div> <div><br></div> <div>격오지 특성상 외부와 철저히 고립된 생활을 하고, 인적이 드문 말그대로 격리된 오지 생활이기에 </div> <div><br></div> <div>그안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상층부에서 보고받는 내용간의 괴리는 상당하다는 것은 일반적인 군인들에게도 상식적인 이야기지만</div> <div><br></div> <div>오늘 보도되었던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세월호와 내가 처했던 재난상황의 초동조치과정 </div> <div><br></div> <div>그리고 상부와의 보고체계전반에대한 다소 거창해보이는 이야기들을 풀어보려고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앞서 밝힌대로 나는 육군 모해안대대 격오지 소초에서 상황병으로 군생활을 마쳤다.</div> <div><br></div> <div>여기서 말하는 상황병은 흔히말하는 대대본부의 지휘통제실이나 상황실에서 본부중대 인원등이 담당하는 2시간 단위의 근무형태가 아니라.</div> <div><br></div> <div>하루 2교대 혹은 3교대 형태의 해안상황실 근무를 말한다. 근무시간은 하루 8-12시간이지만 목진지 경계근무를 나가는 일이 없기때문에 몸은 편하다.</div> <div><br></div> <div>그러나 그에 못지않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내가 근무할 당시에는 아무도 상황병을 꿀빤다거나 기합잡는일은 없었다.</div> <div><br></div> <div>그렇게 일말상초즈음까지 근무하던 중에 사건이 발생했다. 뜬금없이 쾌청한 토요일 오후에 소초 뒷산에서 불이난 것이다.</div> <div><br></div> <div>발화 초기에는 뒷산 중턱에서 스멀스멀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길래</div> <div><br></div> <div>당시 주간 근무중이던 나는 상황실 내에서 함께 근무하던 TOD(열상관<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측장비) 관측병사와 설마 산불이겠냐며 농을 주고받고있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지만 상황은 점점 심각해져 어느덧 쾌청했던 해안가 하늘을 옅은 연기로 메워지고있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당시 소초내 간부였던 소대장과 부소대장 TOD반장이 일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고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우선 산불원인이 그 즉시 규명되었는데</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그 전날 대대 전체적으로 치러진 야간 ATT훈련간에 미사용된 신호킷을 사건당일 주간에 추가훈련의 일환이라는 명목(실상은 미사용 신호킷 처리)으로</div> <div><br></div> <div>소대장이 잘쉬는 병사들 불러내 진지내에서 약 10발 가량의 신호킷발사를 주도했고 그중 소대장 본인이 발사한 신호킷하나가 영내 철조망을 넘어 </div> <div><br></div> <div>뒷산에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리고 심지어 신호킷이 영밖에 떨어졌음을 알고있었음에도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설마 불이야나겠냐는 하는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안일한 생각으로 그대로 방치한 채 일과를 보았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화재 원인을 알게된 우리는</span></div> <div><br></div> <div>소초내 30명 가량의 병사와 3명의 간부가 투입된 화재진압을 시작하게 되었다.</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와 더불어 군대 특유의 보고체계가 가동되었고 </span></div> <div><br></div> <div>소초-대대-연대-사단으로 이어지는 보고체계를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전화기 한대와 상황병이었던 본인 한명이 처리해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br></div> <div>처음 화재소식을 인지한 대대는 당시 당직사관이었던 인사과장을 통해 화재상황과 피해규모 민간피해위험성등을 체크했다.</div> <div><br></div> <div>그와더불어 외부기자나 외부차량에 대한 동태를 내게 묻는 인사과장의 행태가 이체로웠다.</div> <div><br></div> <div>이때까지는 상황병인 내 입장에서 신호킷정도 뒷산에 떨어져봐야 물한바가지면 되겠지하는 가벼운 생각과 토요일(소초내 휴무일은 따로 두지 않지만)</div> <div><br></div> <div>오후를 귀찮은 일에 휘말리게됐다는 푸념만 있었을 뿐 별다른 감흥없이 소대장이가서 지가 붙인거 잘 끄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현장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우선 간부와 병사들에 의해 급수된 물이 발화점으로 진입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발화점은 소초 가장 높은 고지 헬기장 부근의 철조망 밖 20미터 지점</div> <div><br></div> <div>불을 끄기 위해선 철조망을 끊고 나가서 물을 공급하는 방법과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소초 입구를 통해 돌아나가서 물을 공급하는 것이었지만 </span></div> <div><br></div> <div>어느것 하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div> <div><br></div> <div>시간이 점점 흐르자 옅게 흐려졌던 회색빛 하늘이 깜깜한 밤처럼 검은 연기로 가득차고 있었다.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와함께 상황실 전화기에도 불이나기 시작했다. </span></div> <div><br></div> <div><br></div> <div>산불진화가 더뎌지자 상급부대들은 안달이 나서 전화기에대고 일갈들을 하기 시작하는데, </div> <div><br></div> <div>아무도 없는 상황실에서 상황병인 내가 할 일은</div> <div><br></div> <div>현재 진화중이다 소초장 현재 자리에 없다 이말 뿐이었고 </div> <div><br></div> <div>사단이나 최소 연대이상 고위간부들 이외에 자기를 찾는 전화는 바꾸지말라는 말과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절대 함구하라는 소초장의 명령을 받고</div> <div><br></div> <div>울려대는 전화벨에 머리만 감싸쥐고 있을 뿐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이후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상황실에 내려온 TOD반장의 그을린 피부와 여기저기 긁힌 상처들로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철조망을 끊고 발화점에 급수와 방화작업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이후 반장의 행동이 놀라운데, 여기저기 상처입고 기진맥진한 몸을 이끌고 내려와 대뜸 내앞에 놓은 전화선부터 뽑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그전까지 미친듯이 울어대던 전화벨이 잦아들고 (짐작으론 산불도 잦아질 때 쯤)</div> <div><br></div> <div>반장이 한말은 말단 격오지 부대에 상황발생했는데 보고체계는 의미가 없다는 말이었다.</div> <div><br></div> <div>선조치후보고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누구하나 책임지기 싫으니까 책임회피를 위해 나는 이만큼 했다는걸 보여주기 위해 말단 격오지소초에</div> <div><br></div> <div>상급부대 간부들이 줄서서 전화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보고체계는 중요하고 군대조직이 버티는 근간이지만 당장 영내가 불타죽게 생겼는데 </div> <div><br></div> <div>보고체계가 무슨 소용이냐는 논리였다. 아닌게 아니라 시시각각 호출해대는 상급부대 지휘관들에의해 방화작업을 진두지휘해야할 소초장이</div> <div><br></div> <div>철조망과 상황실을 불나게 달리게하는 그 행태는 발화에 책임이 그 본인에게 있다지만 일개 상황병인 내가 보기에도 가엽게 느껴질정도였고,</div> <div><br></div> <div>그 일련의 과정의 무의미함 비효율성 군사회의 우둔함등등 복잡다단한 감정을 느끼는 와중에 중대장, 지역민간소방대원(지역농민), 소방차</div> <div><br></div> <div>엠뷸런스 등등이 소초를 메우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불은 반장이 전화선 뽑기 전에 어느정도 잡힌 상태였고 이후에 들어온 민간소방대원분들이 잔불까지 말끔히 처리해주셔서</div> <div><br></div> <div>산불은 더이상 커지지 않고 가로세로 15평 남짓의 잿더미로 남았을 뿐이었다. 이후 대대장의 방문과 소초장의 사단장 직접보고 등등 사후 처리과정이</div> <div><br></div> <div>진행되었지만 사고원인에 대해서는 그누구도 함구 한 채 심지어는 직속상관인 중대장조차 모르는 채로 일이 마무리 됐다.</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이번주 그것이 알고싶다를 시청하며 비록 상황은 다르지만 123정장과 VIP를 모시는 청와대의 누군가를 보면서</div> <div><br></div> <div>위의 적은 상황을 토대로 내가 진도앞바다에 있다는 착각에 빠져들었다.</div> <div><br></div> <div>123정장과 TOD반장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고 이사회에 곳곳에 만연한 관료주의와 윗선의 행태 그리고 그에 좌지우지되는 말단의 부화뇌동등</div> <div><br></div> <div>어의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FM좋아하는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방화범 소초장에겐 자기가 싼 똥 치울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사고현장에 제일먼저 도착한 123정장은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보고서 좋아하는 VIP에게 바칠 사진 찍느라 그귀한 시간을 허공에 날렸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러던 와중에도 우리소초에는 전화선 끊은 TOD반장이 있었고 123정에는...아무도 없었다.</span></div> <div><br></div> <div>그차이가 내가 지금 이새벽에 키보드 뚜들기는 결과로 이어졌는지도 모른다.</div> <div><br></div> <div><br></div> <div>부끄럽게도 세월호는 내가 처음으로, TV를 통해 본 남의 죽음에 눈물흘린 사건이다.</div> <div><br></div> <div>세월호 2주기에 리본하나 달지 못했지만 밤늦게 시청한 그것이 알고싶다는 </div> <div><br></div> <div>내게 123정과 소초 상황실의 정황을 오버랩시키며 오늘 2년이나 지나서야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내게 아주 입체적인 형태로 다가왔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로인해 처음 매체를 통해 접했을 당시의 피상적 슬픔이 아닌 유사한 사건진행의 직접체험에 따른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일처리의 허무함과 무능함 한심함 비통함이 마구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일으켰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영밖에 떨어진 신호킷은 아무도 찾으려하지 않았지만,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이들은 신호킷이 아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어떻게든 사건을 무마하고 책임을 지우려는 이들에게 아이들은 지금까지 신호킷으로 취급 받고있다. </div> <div><br></div> <div>더불어 그 가족들과 그들을 돕고 가슴아파하는 사람들 모두. </div> <div><br></div> <div><br></div> <div>가벼운 마음으로 시청한 그것이 알고싶다였지만 무거운 마음으로 키보드를 닫는다.</div> <div><br></div> <div>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div> <div><br></div> <div>세월호기억하겠습니다. 4.13 <span style="font-family:'굴림', gulim, helvetica, sans-serif;font-size:9pt;line-height:1.5;">▶◀</span></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