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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190585
    작성자 : 옥탑은추워
    추천 : 397
    조회수 : 16190
    IP : 59.152.***.39
    댓글 : 15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4/12/23 11:10:43
    원글작성시간 : 2014/12/22 20:42:54
    http://todayhumor.com/?bestofbest_190585 모바일
    아가, 살거라.

    아가! 
    살아 돌아와 마냥 고맙기만 한 아가. 
    말간 얼굴로 괜찮다말하면서도 밤마다 깊고 차가운 물 속에서 버둥거렸을 아가야, 

    네가 하루하루를 지옥에 살고 있을 때 나는, 
    나도 함께 지옥에 살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이 지리멸렬한 세상, 살려달라하는 아이들 목숨 하나 건져내지 못하는 못미더운 세상
    나는 이곳에 너와 같이 서있는 줄로만 알았다. 
    내 착각이었다. 

    시간이 멈춘 듯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가슴만 미어지던 그 날은 벌써 지나가 
    나는 또 다시 아등바등한 돈벌이에 치어 살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낼 연말연시에 설레었고
    즐거운 일에 웃고 또 웃고 
    그렇게 나는 또 다시 
    사람처럼 살았다.
     
    미안하다.  
    그 무서운 곳에 너만 두고 
    나만 사람처럼 살아서.

    못난 나는 그 날이 벌써 먼 얘기같은데 
    너에겐 아직도 그 날이 오늘이었고 앞으로도 그날이 오늘일 줄을
    나는 정말 몰랐으려나. 

    네가 두려운 그리움을, 몹쓸 죄책감을 그 작은 몸으로 끌어안아 버틸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아가, 
    미련한 어른들은 
    제 살기 바쁘다는 잔인한 이유로
    그 날도, 네가 사랑해 못견디던 너의 친구들도
    잊는다. 분명히 잊는다. 

    오늘처럼 네가 잔인하게 네 상처를 들춰보이고 나서야 
    고개를 숙이고 속죄하는 미성숙에 
    너만이 돌을 던질 수가 있다. 

    그러니 
    제발 살거라. 
    살아남아 너만은 
    잊으려는 이들에게 계속 돌을 던져라. 

    네가 던진 돌에
    나는 아파 죽어도 좋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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