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n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나는 매일 출근 할 때마다, </span><br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 /><span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타고난 촉과 스크린 아웃 능력을 십분활용하여 탑승 후 10분 안에는 꼭 자리에 앉는다. </span><br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 /><span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오늘도 역시 강남에서 2호선 탑승 후, 바로 다음 역인 교대에서 내릴 것 같은 아주머니 앞에 서 있다가 곧바로 착석. 그리고 곧 꿀잠. </span><br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 /><br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 /><span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2호선에서 잠이 들면 이상하게도 신도림 근처에서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span><br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 /><span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간혹, 당산에서 눈을 떠 다시 돌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신도림이나 대림에서는 일어난다. 눈을 떠보니 내 앞엔 철벽수비 능력을 겸비한 노련해 보이는 아주머니가 내 앞에, 그리고 그 뒤에 작은 체구의 임산부가 서 있었다. </span><br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 /><br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 /><span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고민에 빠졌다. </span><br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 /><span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나는 어떻게 하면 이 베테랑 수비수를 제치고 저 임산부에게 자리를 넘겨줄 수 있을 것인가... 더군다나 이 아주머니는 지금 나와 거의 무릎이 맞닿아 있다. 완벽한 박스원이다. 내가 앉던 이 자리에 꼭 앉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마치 산왕전에서 정대만을 막던 김낙수 급의 수비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픽앤롤을 할 수 없는 거리와 위치다. 난 스탁턴인데 말론 앞에는 무톰보가 버티고 있는 상황. </span><br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 /><br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 /><span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좌우에 앉은 사람들이 일어나거나 아니면 임산부가 나와 최대한 가까운 거리로 와주기를 바라는 일 뿐. 나는 임산부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나 곧 일어나니 이쪽으로 와서 여기에 앉으세요'라는 눈빛을 쏘아댔으나 작은 내 눈으로는 역부족인 듯 했다. </span><br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 /><br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 /><span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경기는 그렇게 끝났다. </span><br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 /><span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영등포구청에서 나는 내렸고, 김낙수는 자리에 앉았다. </span><br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 /><span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임산부에게 자리 넘겨주기 작전도 그렇게 수포로 돌아갔다. </span><br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 /><br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 /><span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김낙수를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span><br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 /><span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그리고 내가 김낙수 뒤에 있는 임산부에게 손을 뻗어 '여기에 앉으세요'라고 하는 것은 또한 김낙수에겐 예기치 못한 인생의 태클이 될 수도 있다. 당연히 자기가 앉을 차례인데 갑자기 앉아 있던 사람이 다른 사람을 앉게 하면 그것도 얼마나 황당한 경우인가. </span><br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 /><br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 /><span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김낙수의 앉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임산부를 서서가지 않게 하는 방법은 정녕 없었던 것인가... </span><br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 /><br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 /><span style="font-family: Tahoma, 굴림">아직 많은 전술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sp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