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2110/16352986802b69e732a2ed4ae6a96087412a9dc3ee__mn117629__w800__h167__f14845__Ym202110.jpg" alt="01.webp.jpg" style="width:800px;height:167px;" filesize="14845"></p> <p> </p> <p> </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좀 전에 아빠랑 통화하고서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써본다.</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우리 아빠는 고등학교를 중퇴하셨다. 집안형편이 도저히 안돼서 자퇴하시고 돈을 벌기 시작하셨다.</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하지만 학력이랑 별개로 성품은 좋으셔서 집은 가난했지만 나도 삐뚤어지지 않고 자랐다.</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어릴 때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친구가 학교에 큐브를 가져왔다. 정육면체 색깔 맞추는 그 큐브 다들 알지?</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그런 장난감을 처음 본 나는 호기심이 생겨서 빌려달라하고 호기심에 맞춰보는데, 그 친구가 자기는 못맞추겠다면서</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나보고 그냥 가지라고 줬다. 그 친구 생각엔 또래들 중에서 조금 똑똑했던 내가 맞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나도 잘 못맞추겠더라. 한면 정도 맞춘 다음 잘 모르겠다하고 가방에 넣었다.</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그리고 학교 끝나고 집에 갔는데 우리집엔 아직 컴퓨터가 없어서 집에 있으면 별로 할 일이 없었다.</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난 나가서 노는 것도 별로 안좋아해서 집에 몇권 있는 책이나 읽으면서 만화 할 때까지 시간을 떼우고 있었는데</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갑자기 가지고 온 큐브가 생각나서 다시 만지작거렸다.</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근데 그 때 집에 아빠도 있었거든? 낮이었지만 그 날은 일이 없어서 집에서 쉬고 계셨는데 내가 큐브를 가지고 노는걸 보더니 나한테 오셨다.</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그러더니 "이거 어디서 난거니?"하고 물어보셨지. 아빠 생각엔 사준 적도 없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으니까 내가 혹시 훔치기라도 했나 걱정되셨었나본데</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니까 "그렇구나"하셨다. 그러면서 아빠도 호기심이 동하셨는지 어떻게 하는거냐고 물어보셨다. 난 설명해줬지</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이리저리 돌릴 수 있는데 모든 면이 각각 같은 색깔로 맞춰지면 된다...</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설명하면서 나는 계속 맞춰보는데 역시 잘 안됐고, 아빠는 그걸 계속 옆에서 구경하고 계셨어.</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그러다가 조심스럽게 말씀하시더라 "아빠가 해봐도 될까?"라고</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큐브가 닳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해봤자 못맞출 것 같아서 그러세요하고 드렸다. 그리고 아빠가 이리저리 슥슥 돌리는데</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그게 신기하게도 맞춰지더라. 너무 신기해서 다 맞춘 큐브를 다시 섞은 다음 또 드렸는데 계속 잘맞추시는거야.</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근데 그때는 그냥 너무 어려서 그냥 감탄만 하고 끝났다. 내가 운 일은 한참 뒤였다.</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난 보드게임을 좋아했고 그 중에서 체스를 잘했다.</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본격적으로 파고들면서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똑똑한 애들만 온다는 고등학교랑 대학교를 거치면서 나보다 체스를 잘하는 사람은 없었어.</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전역 후엔 흥미가 떨어져서 안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실력엔 자신이 있었다.</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내가 27살 때, 집에서 독립을 하려고 내 방을 정리하는 날이었다. 구석에 있던 물건들 꺼내면서 버릴 것과 가져갈 것을 분류하는데</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마지막으로 체스판이 하나 나오더라. 어차피 잘 두지도 않는데 버릴까하다가 아까워서 가져가기로 했다.</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정리를 다하고 내 방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는데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아빠가 오시더니 정리 다했냐고 물어보시더라.</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그래서 "응 방금 다했어"하고 대답했다. 그 날은 아빠가 좋아하는 야구 경기도 없어서 심심하신 눈치셨다.</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아빠는 내가 정리한 물건들을 살펴보시다가 체스판을 보고 꺼내시면서 "이거 체스 아빠 알려주면 안돼?" 하셨다.</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난 별로 심심한건 아니었지만 아빠가 심심해보이셔서 알겠다고 했다.</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장기를 알고계셔서 룩은 차랑 같다. 나이트는 마랑 비슷한데 약간 다르다 이런 식으로...</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그렇게 체스를 몇판 뒀는데 당연히 내가 이겼다. 아빠는 지셨지만 재밌었는지 더 연습할테니 또 두자고 하셨다.</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대충 두 달 정도 뒤에 부모님이 내가 혼자 사는게 궁금하셔서 자취방에 오셨다.</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그날은 야구장 가서 같이 야구를 보고, 저녁도 사드렸는데 부모님이 하루 자고가면 안되냐고 하셔서 집에 같이 왔다.</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자기 전에 내 방에 있는 작은 tv로 드라마를 보는데 아빠는 재미가 없으셨는지 갑자기 체스를 두자고 하시더라.</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그래서 체스판을 가져와서 뒀는데 정말 쪽도 못쓰고 졌다. 이젠 나보다 압도적으로 잘하시더라.</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어디서 그렇게 연습했냐고 물어보니까 스마트폰 어플로 연습했다고 말씀하셨다.</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계속 둘수록 실력차가 너무 현격해서 도저히 못두겠더라고. 그래서 세판 두고 "아 못이겨~"하고 기권했다.</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그걸 보고 아빠가 "아빠 잘두니?"하고 물어보는데, 그 때 진짜 뜬금없이 눈물이 나더라.</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어릴 때 큐브 맞추시던 일도 생각나면서, 진짜 똑똑하신 분이고, 누구보다 학교를 계속 다니고 싶으셨을텐데...</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집안이 어려워서 어릴 때부터 막노동하시고, 나 낳은 뒤엔 내 뒷바라지도 해주시고...</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그런거 하나하나 다 생각나니까 아빠가 불쌍하기도 하고 고맙기도하고.. 도저히 눈물이 안멈추더라.</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엄마랑 아빠 두 분 다 내가 우는 이유를 아셨는 지 엄마는 "이제부터 너가 효도하면 돼~"하시고 아빠는 그냥 허허 웃으셨지..</span> </p> <p> <br></p> <p> <br></p> <p> <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malgun gothic';font-size:14px;">그냥 뭐.. 그런 일이 있었다고. 갑자기 생각나서 써봤다</span> </p> <p> </p> <p> </p> <p> <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2110/1635298673de92b496a1c149c4be12b94ea22a2a35__mn117629__w660__h367__f51166__Ym202110.png" alt="00.png" style="width:660px;height:367px;" filesize="51166"></p> <p> </p> <p> </p> <hr style="height:1px;background-color:#999999;border:none;"><p> </p> <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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