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문파 여러분,

트윗에 돌아온 걸 환영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요즘 얼마나 마음이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셨습니까. 저의 위로가 정치적으로 해석돼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까 제대로 위로도 못 드렸습니다. 깊은 위로와 여러분의 정당한 판단을 존중하니 힘을 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깨어 있는 시민으로서 또 당원으로서 집단지성은 정당에 충성할 수도, 목소리를 내고 비판할 수도, 항의의 표시로 탈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허쉬만 교수가 말한 국민이 가진 세 가지 선택지입니다. 의사결정권한이 없는 당원도 국민과 마찬가지로 이 세 가지 방법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집단지성이 잘못됐다는 건 성립불가능한 형용모순이며, 비판이 내부분열이라며 억압하는 것도 시위를 막던 독재자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수많은 당원이 목소리를 높인다면 당원을 비난하기 전에 당에서 의사결정을 했던 분들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되돌아보고 향후 어떻게 할지 소통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당원들의 정당한 비판이 작전세력으로 몰린 것 또한 자발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탄생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헌신한 여러분의 억장을 무너뜨리는 발언입니다. “당원의 정당한 비판이 작전세력에게 이용당할 수 있으니 절제하며 내부 갈등을 줄이자”고 했다면 여러분도 쉽게 수긍했을 겁니다. 하지만 몇몇 빅스피커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여러분의 마음을 상하게 했고 이것이 분란의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엔 다양한 목소리가 있고 그 다양성이 민주주의의 생명입니다. 비록 싫은 목소리가 있어도 농부는 밭을 탓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원의 다른 목소리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분열의 책임을 떠넘긴 엘리트들에게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절대적 권위도 인정하지 않는 게 문파들의 특징입니다. 잘못된 권위에 대한 도전은 늘 정당하고 사회발전의 동력이 됩니다. 하지만 엘리트의 발언이 비록 부적절했다고 해도 그 발언 하나만 비판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인격, 살아온 삶, 그동안의 기여 모두를 부정하는 것으로 비치는 비난 또한 도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더 바라는 사람이 먼저 양보해야>

여러분의 상처받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한 때 동지끼리 총을 쏘며 전면전을 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요. 어느 한 쪽이 총질을 멈춰야 합니다. 여러분이 인정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린 분도 또 여러분을 비난한 분도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지 않다고 봅니다. 현재 수사는 진행 중이고 의혹은 많지만 뚜렷이 증거가 나온 것이 없으니 달리 결정하기도 어려운 상황 아니었을까요? 또 그런 결정과 발언을 지지하는 다른 문파들도 목표에 있어서는 엘리트를 비난하는 문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갈등을 먼저 멈춰야 할까요. 갈등으로 더 큰 피해를 받는 분이 양보해야 합니다.내부 분열의 가장 큰 피해는 문재인대통령과 정부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솔로몬의 재판에서 친엄마가 자식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에 양보하듯이 문대통령과 현 정부의 성공을 더 많이 바라는 분들이 이해심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게 어느 쪽이든 상관없습니다.

그렇다고 여러분의 정의구현 의지를 접으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건 그것대로 관심을 갖고, 또 누군가 비판 받을 발언을 하면 그 발언에 대해선 신랄하게 비판해야겠지요.하지만 더 많은 관심을 더 중요한 일에 쏟았으면 합니다. 오래 살다보면 내가 확신했던 것이 꼭 옳지만은 않다는 걸 경험할 기회가 점점 더 많아지게 될 것입니다.

<어차피 진실은 드러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간이 흐르면 지금은 안개 속 같던 일들이 하나씩 또렷이 정체를 드러냅니다. 일부의 국민을 영원히, 모든 국민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모든 국민을 영원히 속이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판단에 자신이 있다면 긴 호흡으로 진실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인내하면 좋겠습니다.

문파 여러분이 집중해야 할 대상은 이견이 있는 같은 편이 아니라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제3자로서 표를 던지게 될 중도층입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피드백하고 홍보해야 정부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정책은 정치보다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다음 기회에 제가 왜 교육정책을 들고 SNS로 돌아왔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부부간에도 이혼할 생각이 아니라면 넘어서는 안될 선이 있듯이, 결국 함께 힘을 모아 정권재창출에 기여해야할 문파 여러분은 하고 싶은 말을 속으로 삭이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극문이 어디 있고 친문이 어디 있습니까?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 마음이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공통점을 찾아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이나 건설적 조언마저도 반문행위로 낙인찍고 비난한다면 과잉보호를 받은 정부는 유능해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문파 여러분의 용기에 존경을 표하며 깊은 위로와 사랑을 보냅니다. 여러분 힘들 때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