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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90442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24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08/11 19:26:51
    http://todayhumor.com/?lovestory_90442 모바일
    [BGM] 빨래는 어둠을 지킨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최동호물이 마르는 소리

     

     

     

    벽지 뒤에서 밤 두시의

    풀이 마르는 소리가 들린다

    건조한 가을 공기에

    벽과 종이 사이의

    좁은 공간을 밀착시키던

    풀기 없는 풀이 마르는

    소리가 들린다

    허허로워

    밀착되지 않는 벽과 벽지의

    공간이 부푸는 밤 두시에

    보이지 않은 생활처럼

    어둠이 벽지 뒤에서 소리를 내면

     

    드높다이 가을 벌레 소리

    후미진 여름이

    빗물진 벽지를 말리고

    마당에서

    풀잎 하나하나를 밟으면

    싸늘한 물방울들이

    겨울을 향하여 땅으로 떨어진다







    2.jpg

    김소월담배

     

     

     

    나의 긴 한숨을 동무하는

    못 잊게 생각나는 나의 담배

    내력을 잊어버린 옛 시절에

    났다가 새 없이 몸이 가신

    아씨님 무덤 위의 풀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보았어라

    어물어물 눈앞에 스러지는 검은 연기

    다만 타붙고 없어지는 불꽃

    아 나의 괴로운 이 맘이어

    나의 하염없이 쓸쓸한 많은 날은

    너와 한 가지로 지나가라







    3.jpg

    문병란고향의 들국화

     

     

     

    고향의 들판 어느 구석에

    이맘때쯤

    남몰래 피어나 있는 들국화를

    너는 알 것이다

     

    잡초 사이에 끼어

    자랑하지도 뽐내지도 않은 수지운 꽃

    혼자서도 외롭지 않는

    하나의 슬픈 사랑을 너는 알 것이다

     

    시멘트벽으로 둘러싸인 독방

    손바닥만 한 하늘이 찾아오는 작은 옥창에

    풀벌레 울음소리 핏빛 한을 짤 때

    차가운 마룻바닥 위에 앉아

    눈감고 견디는 인내의 하루

     

    이맘때쯤 노을 지는 고향의 들판 어느 구석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가녀린 숨결

    한 떨기 작은 기다림을

    너는 알 것이다

     

    눈부시게 푸른 남도의 하늘 밑

    서러운 사연을 간직한 채

    그믐달빛 아래 쪼옥쪼옥 여위어 가는

    한 떨기 고향의 슬픈 노래를

    너는 알 것이다

     

    아 진리는 무엇인가세삼

    마음속에 맴도는 하나의 이름을 안고

    벽 앞에 앉아 견디는 인고의 나날

    뜨거운 픽 원통해

    오늘도 긴 긴 하루 해

    옥창에 한숨 지우는 제자야

     

    너는 알 것이다서릿 속

    날로 높아 가는 향기 머금고

    모질도록 참아 내는

    애타는 기다림으로왜 고향에

    작은 들국화가 피어 있는가를

    너는 알 것이다







    4.jpg

    오세영여윈 손

     

     

     

    내가 잠든 뒤에도

    빨래는

    어둠을 지킨다

     

    늘어진 운명의 줄을

    붙잡는 여윈 손

     

    그는 스스로

    절대의 허무 앞에 던져지기 위하여

    체온을 버린다

     

    밤의 적막은

    바람들의 세상이지만

    깨어 있는 우주의 창밖에서

     

    빨래는

    어둠의 공간에

    하나의 밧줄을 던진다

     

    스스로 육신을 포기하는 자의

    저 완벽한 연기







    5.jpg

    김명인할머니

     

     

     

    삼율 지나다가 정거장 건너편 텃밭이었던 자리

    이젠 누구네 마당가에

    저렇게 활짝 핀 봉숭아 몇 포기그 옆엔

    빨간 토마토가 고추밭 사이로 주렁주렁 익고 있다

     

    왜 내겐 어머니보다 할머니 기억이 많은지

    멍석을 말아내고 참깨를 털면서

    흙탕물 넘쳐나는 못도랑 업고 건네면서

    둑방가에 힘겨워 쉬시면서어느새

    달무리에 들고 그 둘레인 듯 어슴푸레하게할머니

    아직도 거기 앉아 계셔요?

     

    나는 장수하며 사는 한 집의 내력이

    꼭 슬픔 탓이라고만 말하지 않겠다

    다만 우리가 추억이나 향수라는 이름 말고 저 색색의

    눈높이로 고향 근처를 지나갈 때

     

    모든 가계는 그 전설에 도달한다그리고 뒷자리는

    늘 비어서 쓸쓸하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0/08/12 09:53:04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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