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요즘 우리나라가 필리핀하고 키르키즈스탄과의 아시안컵 본선 경기에서</div> <div>다른 우승후보 나라들만큼 다득점을 하지 못하고(일본은 한골차 신승이지만 어쨌든 3:2, 이란은 5:0, 호주도 3:0 승리를 거뒀죠)</div> <div>경기 내적으로도 손발이 안 맞고 몇몇 선수들의 부진으로 인해 답답한 경기를 하고 있어서</div> <div>축구 팬분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손흥민이 하루빨리 출전해서 좀더 화끈한 득점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는데요.</div> <div><br></div> <div>때마침 옆나라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골득실에서 앞서서 우리나라를 누르고 조1위에 랭크되는 흔치 않은(?) 현상에 흥분해 있고</div> <div>이에 언론들과 중국 감독이 '우리는 한국도 안 무섭다', '어차피 16강이니까 로테이션 돌릴거다'라고 심리전까지 걸고 있습니다.</div> <div>우리나라 언론들도 불안감을 이용하는 이 심리전에 동조한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br></div> <div>점점 '중국한테 지면 토너먼트 어떡하냐' → '손흥민이 과연 중국전에 나올까'<br></div> <div>라는 식으로 점점 불안감에 찬 기사를 내보내고 있는 형국입니다.</div> <div><br></div> <div>저는 나름 축구경기를 많이 봐온 축알못으로서(?) 이번 대회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고</div> <div>대회 개막 후 계속 하루에 5시간씩 축구뉴스를 보고 경기를 보는 등 나름 이번 국대에 관심을 기울여보다 보니</div> <div>점점 머릿속에서 '손흥민을 중국전부터 내보내면 안된다'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div> <div>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돌게 되었습니다. 이런 생각들을 한번 여기에 풀어볼까 합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일단 저는 벤투가 <b>절대 중국전에 손흥민을 내보내면 안된다</b>고 생각합니다. 그 생각에 대한 전제는 크게 네 단계입니다.<br></div> <div><br></div> <div>1. 현재 상황이 중국한테 어떻게든 이기지 않으면 자력 16강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이 <b>아니다.</b></div> <div><br></div> <div>우리나라는 이미 16강에 자력 진출했습니다. 저는 사실 우리나라가 16강 조기 진출에 성공한 것이 이미 기분이 좋습니다.</div> <div>저도 물론 키르키즈스탄전을 봤고 몇번은 뒷목을 잡았습니다. 수준 이하의 플레이가 몇번 나왔고 <br></div> <div>황희찬이 골대를 강타할 때는 욕지거리, 나오더라고요.</div> <div>하지만 저는 대회가 시작하기 이전부터 네이버스포츠 댓글에 꾸준히 <br></div> <div>'필리핀이나 키르키즈스탄한테 무 캐면 아시안컵 안본다. 절대 방심하지 마라.'라고 댓글을 달았고</div> <div>벤투호는 그 당연한 걸 지켰습니다. 클린시트로 2연승을 했고 16강에 진출했습니다.</div> <div>외람된 말이지만 사실 저는 왜 지금 우리나라 언론들이 단 한 신문사나 기자 한 명도 수비를 칭찬하는 기사를 쓰지 않는지 의문이 듭니다.</div> <div>우리나라 수비는 몇년 전 국대 수비가 가끔씩 '쇼크'를 찍었던 근본적 이유, 방심을 하지 않고 있고 어떻게든 실점을 안하고 있습니다.</div> <div>수비만큼은 우리나라 지금 대회에 출전한 어떤 나라보다도 견고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회는 이제 두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요.</div> <div>어쨌든 우리나라는 조기 16강에 진출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전에 지더라도 우리의 대회 일정은 계속됩니다.</div> <div><br></div> <div>2. 중국은 더러워서 피해야 하는 똥이지 무서운 상대가 아니다.</div> <div><br></div> <div>1이 전제되기 때문에 떠올릴 수 있던 생각입니다. 사실 제가 '필리핀하고 키르키즈스탄 어떻게든 이겨놔라'라고 댓글을 단 이유이기도 합니다.</div> <div>중국전은 여러모로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가 정말 짜증나는 경기입니다. <br></div> <div>진짜 짜증나는 건 중국은 우리한테 져도 우리만큼 빡쳐하진 않을 거란 겁니다.</div> <div>대회고 A매치고를 불문하고 중국전에서 우리나라는 이겨도 기분이 좋았던 적이 거의 없습니다. <br></div> <div>20년 전 황선홍을 월드컵에서 낙마시킨 건 중국이었습니다. 중국하고 경기를 하면 솔직히 우리나라 선수 한 명은 못볼 각오를 해야 합니다.<br></div> <div>사실 우리가 16강이 확정된 이상 중국을 이겨도 대회가 계속된단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div> <div>중국은 지금 '우리는 손흥민도 두렵지 않다.', '우리는 우레이를 갖고 아시안컵 제패할 거다'라고 떠들고 있습니다. 막말로 풀발한 거죠.</div> <div>근데 우리나라를 이겨서 조1위로 올라가도 중국이 아시안컵을 제패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br></div> <div>우리는 손흥민을 중국전에 출전시킬 명분이 딱히 없습니다.</div> <div>그렇다면 차라리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대응은 최우선적으로 손흥민을 대회에 출전시키지 않는 것이고, <br></div> <div>차선적으로는 선수들이 부상을 입지 않고 중국전을 끝내는 겁니다.</div> <div>중국전을 이겨도 우리는 아무 것도 얻을 게 없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선수들 잔부상 많고 100%인 선수 별로 없습니다.</div> <div>그런데 중국이 떠든다고 중국을 이기겠다는 건, 저는 <b>포클랜드 전쟁</b>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br></div> <div>잉글랜드는 포클랜드 전쟁에 막대한 군비를 들였고 이겼습니다. 그래서 뭘 얻었습니까?<br></div> <div>중국과의 경기 자체가 우리의 아시안컵 우승에 아무런 도움도 안된다면,</div> <div>제가 벤투라면 저는 오히려 중국전에 대놓고 우리나라 2군을 내보내고 중국전을 실험의 장으로 삼아보겠습니다.</div> <div>물론 조1위 해야하는 이유는 있습니다. 조2위를 하면 이란하고 일본을 만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죠.</div> <div>하지만 그렇다 해도 중국전 한번 열심히 하려다가 중국이 우리나라 선수들한테 부상을 묻히면, 그게 더 큰일이라고 봅니다.</div> <div>선수들이 잔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치르는 쉬운 토너먼트와, 선수들이 조금 더 충전된 상태에서 치르는 어려운 토너먼트, <br></div> <div>저는 후자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div> <div><br></div> <div>3. 손흥민은 1월달에 우리나라 국대보다 더 많은 실전 경기를 치르고 비행기를 타고 두바이로 와야 한다.</div> <div><br></div> <div>우리나라 국대는 지금 2019년이 시작된 이래 A매치를 세번 치렀습니다. 근데 손흥민은?</div> <div>잉글랜드에서 2일에 카디프전, 5일에 트란메어전, 9일에 첼시전, 14일에 맨유전을 치르고 거기다가 두바이 와서 시차적응까지 해야 합니다.</div> <div>작년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올 때도 손흥민은 지구 반대편으로 비행기를 타고 와서 예정에 없던 말레이시아전 교체출전에다</div> <div>주최측의 말도 안되게 빡빡한 경기일정까지 버텨야 했습니다.</div> <div>그때 손흥민은 월드컵 때의 폼을 보여주지 못해서 비난을 들었습니다. 사실 손흥민 본인도 몇몇 무리한 플레이를 하기도 했었지만</div> <div>어쨌든 손흥민에게 있어 아시안 게임은 유쾌한 기억은 아니었습니다. <br></div> <div>아시안 게임에서의 손흥민 플레이가 손흥민 선수의 100%라고 생각하진 않으실 겁니다. <br></div> <div>몇달 후인 지금 손흥민은 전성기 차범근에 버금가는 폼을 보여주고 있죠. <br></div> <div>손흥민을 지금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국대에서 보고 싶어하는 건 무리가 아닙니다.</div> <div>하지만 우리가 진짜로 손흥민이 양발 슈터로써 중거리 골을 넣는 걸 보고 싶으면, 첼시전의 그 치달을 보고 싶으면, 쉬게 해줘야 합니다.</div> <div>손흥민을 비롯해서 다른 선수들도 경기 중에 우리가 엄청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선수가 체력 문제로 인해 쉬어야 한다면,</div> <div>국대를 응원하는 입장인 우리는 때로는 보고 싶은 걸 참고 감독의 결정을 존중해줘야 합니다.</div> <div>저는 벤투가 결국 손흥민을 중국전에 쉬게 해줄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손흥민을 내보낸다면 그때부터 벤투호에 악성 댓글을 달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div> <div><br></div> <div>4. 손흥민은 벤투호에게 있어 '특수 폭탄'이지 '주 무기'가 아니다.</div> <div><br></div> <div>이건 약간 제가 치우쳐서 생각하는 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동의하지 않으실 분도 있을텐데 일단 양해바란다는 말을 먼저 드리겠습니다.</div> <div>우리가 어렸을 때 비행기 슈팅 게임을 하다보면 보통 탄알이 있고 기모으는 무기가 있고 필살기 버튼이 있습니다.</div> <div>필살기는 엄청 강력한 무기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슈팅게임을 할 때 보통 필살기를 참으면서 계속 보통 탄알을 쓰고 <br></div> <div>심지어 필살기를 못 쓰고 죽기도 합니다.</div> <div>그건 필살기가 아깝기 때문이고, 한 판을 통과하기 위해서 필살기를 제일 쓰기 적절한 부분은 그 판의 보스가 나왔을 때이기 때문입니다.</div> <div>손흥민은 제가 봤을 때 냉정하게 벤투호의 전력외로 생각해야 합니다.</div> <div>이 말을 '손흥민이 못한다'로도, '벤투는 좋은 감독이 아니라서 손흥민을 잘 못 쓴다'로도 오독하지 마셨음 합니다.</div> <div>작년에 벤투가 부임하고 나서 벤투는 손흥민을 10월까지만 기용했고 사정상 11월에는 손흥민 없이 대표팀을 꾸렸습니다.</div> <div>그 직후 벤투는 손흥민을 기용해보지 못하고 아시안컵을 위한 국대 전술을 짰고 지금까지 이르렀습니다.</div> <div>벤투호의 지금 공격 전술은 손흥민이 주축이 된 전술이 아니라 손흥민이 없는 상태에서 황의조를 원톱으로 하는 전술입니다.</div> <div>저는 축알못이라 전술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지금 벤투가 국대를 어떻게 꾸리는 지 알음알음은 알고 있습니다.</div> <div>축구는 결국 감독이 잘해야 이기는 스포츠입니다.</div> <div> 월드컵같이 세계에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모여서 실력 빈부격차가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대회가 아니라</div> <div>아시안컵이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한 팀이 우승을 하는데에는 선수보다 감독이 미미하게나마 조금 더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div> <div>우리는 벤투가 점유율 중심 축구를 바꾸지 않을 걸 알고 있고, <br></div> <div>벤투호가 플랜 B나 C는 갖춰놓았겠지만 기존에 구사하는 전술을 바꾸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있습니다.</div> <div>그렇기 때문에 저는 손흥민을 중국전에서 보고 싶지 않고, 오히려 준결승전까지 손흥민이 나오지 않는다면 더 기분이 좋을 것 같습니다.</div> <div>(근데 그럴려면 어떻게든 우리가 준결승까지 손흥민 없이 통과해야겠죠. 현실적으로 쉽진 않을 거라 봅니다.)</div> <div>왜냐하면 손흥민이 지금 풀타임 주전으로 뛰면 벤투의 전술이라든가 <br></div> <div>지금까지 선수들이 발맞춰온 호흡에 조금 제동이 걸릴 것이기 때문입니다.</div> <div>메시는 세계 최고의 선수이지만 아르헨티나는 그 메시를 갖고도 21세기에 한번도 국제대회 우승을 해보지 못했습니다.</div> <div>바르셀로나에서 메시를 쓰는 방법과 아르헨티나가 메시를 쓰는 방법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br></div> <div>하지만 그렇다고 아르헨티나가 메시를 잘못 쓴 것도 아닙니다.</div> <div>메시도 자기 힘만으로 어떻게 해봐도 조국을 우승시키지 못하는 것은 현대 축구가 개인 선수보다 팀 전술과 적재적소의 용병술이 더 중시됨을 반증합니다.</div> <div>저는 손흥민이 국대에서 골을 많이 넣는 것을 보고 싶지만 그 이상으로 대한민국이 어떻게든 우승하는 것을 보고 싶고</div> <div>만약 벤투가 손흥민을 조금 전력외 취급하고 지금과 같은 황의조 중심 공격 전술으로 대회를 치른다고 해도 벤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div> <div>왜냐하면 그게 벤투가 우리나라의 우승을 위해 머리를 굴려서 생각한 최고의 전술일 것이기 때문입니다.<br></div> <div>저는 우리가 토너먼트를 잘 넘어가기 위한 최고의 시나리오를 <br></div> <div>'손흥민이 16강전 후반만 크랙으로 출전' → '손흥민이 준준결승전 전반만 출전하고 교체' → '손흥민 준결승, 결승 풀타임 출전'으로 보고 있습니다.</div> <div>손흥민도 벤투도 한국을 우승시키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손흥민이 지금 벤투가 구축한 전술에 녹아들면서 자기 장점을 다 발휘하려면</div> <div>어느 정도 시간을 두면서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고 체력 안배도 하면서 경기에 나와야만 한다고 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이상 축구 몰라도 너무 모르는 사람의 논리였습니다. 오유 축구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b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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