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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G97vN2oiZG8
남진우, 모자 이야기
내 낡은 모자 속에서
아무도 산토끼를 끄집어낼 수는 없다
내 낡은 모자 속에 담긴 것은
끝없는 사막 위에 떠 있는 한 점 구름일 뿐
내 낡은 모자 속에서 사람들은
파도 소리도 바람 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러나 깊은 밤 내 낡은 모자에 귀를 갖다 대면
기적 소리와 함께 시커먼 화물 열차가 달려 나오기도 한다
내 낡은 모자를 안고 오늘 나는 시장에 갔다
하지만 해 저물도록 아무도 사는 이 없어
나는 구름과 놀다가 기차를 타고 훌쩍
머나먼 사막으로 떠났다
누군지 모르는 그대여
내 낡은 모자를 사다오
달리는 화물 열차 끝에 매달려 오늘도 나는
내 모자를 쓸 그대를 찾아 헤맨다
박지웅, 바늘의 눈물
아픈 아내가 실과 바늘을 내민다
나는 시를 멈추고 아내의 손가락에 시를 쓴다
수굿한 몸에 꿰인 내 날카로운 글씨들
한 자 한 자 쓸어내려 손끝에 모은다
손가락에 실을 감으며 아내의 속을 읽는다
무명베 한 필 같은 사람, 그대에게서 실을 자으며
실과 바늘의 언약을 생각하느니
우리 한 번도 떨어져 산 날 없으나
집 밖에 앉아 풀벌레처럼 울던 쓸쓸한 밤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외로울 때
아내는 바늘과 실을 내민다
우리 가난한 창밖에 눈시울 뜨거운 꽃이 피고
그 손끝에 바늘의 눈물이 맺히는 것이었다
임곤택, 플라타너스
나무에게는 생활이 없다
다만 정중해서 저게 나를 위해 서 있다는 생각
온종일 나를 기다렸다는 생각
오늘 아침 하늘은 가을 하늘 같고
계단을 오른 무릎이 다음 계단의 모서리같이 단단할 때
모서리가 숨이고 근육이고 얼굴이라는 생각
누가 나를 기다린다는 생각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
그렇게 한없이 정중한 나무를 보고
울컥 눈물 쏟아지려는데
내 안에는 그늘도 빛도 없어 슬플 이유도 없고
맹장을 떼어낸 자국이 가장 큰 상처인, 나를
누가 기다려 주고 있다는 생각
그가 기다린 것은 뻣뻣한 몸이고 단단한 모서리라는 사실
그렇게 계속 기다려 나무가 풍선이 된다면, 나무가 하얀 사탕이라면
세상은 변하는 것이어서 나도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
달라지고 달라져서 문득 나무인 내가 무엇을
기다리고 섰다는 느낌
앉지도 눕지도 않고 단단한 모서리로 꽉 차서는
기다린다는 기다렸다는
그 한 생각
조선의, 하현달 소묘
한 끝을 힘껏 당겨 가만히 놓으면
다른 한 끝이 길이 된다
활시위는 지상을 향해 팽팽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과녁의 위치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다
아직 다 그리지 못한 한쪽 눈썹
마당 모서리에 반쯤 보이는 길고양이 꼬리
뒤꼍 항아리 돌아 핀 흰 철쭉꽃이거나
추녀를 넌지시 들어 올린 풍경소리거나
어둠이 빛을 좇아 하늘로 오르기 시작하면
비어 있는 그늘에 풀씨들이 날아들어
지상의 벼랑 위에 피는 꽃들은
극한의 향기를 오로라의 남극으로 잇는다지
지하도를 빠져나오는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전리층의 프리즘 속으로 사라지고
한 시절 끝 간 데 없이 오로라의 연결된
달빛의 통로를 빠져나오면
활시위의 과녁 위다
피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풍경소리가 추녀 끝 아래쯤에서 멈추기를 기다려
당신의 눈썹으로 달을 그리는 일
그 끝이 다른
한 끝의 길이다
장대송, 왜가리
비 그치자
녹천역 근처 중랑천 둔치에 할멈이 나와 계시다
열무밭에 쪼그려 앉아 꿈쩍도 안 하신다
밤에 빨아놓은 교복이 마르지 않아
젖은 옷을 다림질할 때처럼
가슴속에 빈 쌀독을 넣고 다닐 때처럼
젖은 마당에 찍어놓고 새벽에 떠난 딸의 발자국처럼 앉아 계시다
비 그치면
노을에 묶인 말장처럼
열무밭에 앉은 왜가리
기억이 묻은 마음 때문에
물속만 가만히 내려다보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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