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 게시판 |
베스트 |
|
유머 |
|
이야기 |
|
이슈 |
|
생활 |
|
취미 |
|
학술 |
|
방송연예 |
|
방송프로그램 |
|
디지털 |
|
스포츠 |
|
야구팀 |
|
게임1 |
|
게임2 |
|
기타 |
|
운영 |
|
임시게시판 |
|
이것은 신화일까.
아무도 진실되게 믿지 않는 법칙을 신화라고 정의하던가. 아닌 듯 했다.
「태초에 여신이 계시지 않으니」
그건 차라리 소설이었고, 더 격하한다면 망상이었다. 타인의 시선 속의 나는 이상한 사람이었고, 외로운 사람이었다. 믿는 자 없고, 신자 하나 뿐인 이야기는 신화로 남을 수 있을까. 분명하게 존재한 일을 내 스스로의 묘사로 빛 바래게 할까봐, 그리고 진실되지 않게 전할까봐 두려웠기에, 모든 이야기는 나만의 소설이 되어버렸다. 봐주는이, 믿는 이 없는 글은 망상이 되어 머릿속에 떠돈다. 혼잣말이 된다.
「존재만이 함께 있었고, 세상은 오롯하게 그녀를 말미암아서 재구성 되었으니」
그럼에도 내가 멈출 수 없는 까닭은 하나다. 내가 스러진다면 이제 신전은 버려질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나 혼자만 믿는 이야기로는 영원을 겨눌수 없다. 박제를 해도 영원할 수 없으며, 세뇌를 해도 이어질 수 없다. 이 모든 이루어짐은 그녀에게서 말미암았음에도, 근원은 그녀임에도, 세상은 그렇게나 이기적이기에.
「지은 것이 하나도 그녀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리라」
모두들 신께 경배하고 사랑을 바라며, 그 찬란함에 살아가면서도, 아무도 시선을 주지 않는다. 그러했다. 세상 그 자체인 신전은 사람으로 가득차 있었지만, 그 신전의 소유는 누구인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설사 관심을 두더라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속의 유일한 신자인 나는 고요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기억해주세요」
그리고 그 사이의 나는 일종의 정신병 취급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따금 만나는 마법소녀들은 아무도 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았다. 오늘도 간단히 거부당했다. 옆 시로 넘어가는 길에 잠시 들린 소녀였다. 그녀는 이래저래 이야기를 거절하지 못하는 타입이었고, 나는 이야기 페이스를 이끌고 그녀에게 설득 아닌 이야기를 했다. 긴 이야기가 끝날 즈음부터 그녀는 나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보며 빠르게 헤어졌다. 간만에 찾아온 새로운 소녀는 그렇게 떠난다. 동정에 가까웠을까, 경멸에 가까웠을까.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어떤 쪽에 가까울까.
대게 소녀들은 성서는 믿으면서도 나의 언어는 흐트러진 것으로 취급했다. 그 사실 자체가 슬프진 않았다. 거부는 익숙했고, 내가 슬퍼할 일은 아니었다. 그녀가 힘겨워할 일이었기에, 나는 심장을 찌르듯이 아팠을 뿐. 그나마 오래 알고 있는 토모에 마미와 사쿠라 쿄코만이 막연하게나마 이해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이해나 납득의 수준이 아닌 일종의 막연한 느낌일 뿐이었다. 그마저도, 원환의 이치라는 일종의 법칙으로 받아들여질 뿐. 세상을 존재케 하는 법칙에 이름을 붙이는 이상한 사람은 그녀들이 아니라, 나였다.
누가 뉴턴 법칙을 인격신이라고 추앙하던가. 그렇기에.
그리고 그래서야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봐」
그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꺼낸 사람은 사쿠라 쿄코였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사이비였을지라도 교회의 딸이었고, 그럭저럭 사람을 감화시키는 방법이나 신학에 대해서는 아는 지식이 있는 편이었다. 물론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은 적도 많았다.
「이를테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여신님이라는 건 표현부터가 부정을 깔고 시작하잖아?」
시작은 굉장히 그럴듯해서 나는 무심한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진지하게 듣는다.
「고귀한 희생을 했는데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오히려 그녀가 자신을 잊어주길 바란걸지도 모르고, 더 나아가면 자신의 온전한 의지가 아닌 걸수도 있잖아?」
이야기는 이상해졌다. 나는 순간 울컥해서 자세를 공격적으로 바꿔버렸다.
「그럼, 그녀의 희생을 무시하라는거야?」
뒷말은 거의 소리치듯이 변해버렸다. 사쿠라 쿄코는 실수였다 싶은지, 손을 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러니까, 너도 그 마도카라는 아이가 어떤 심정으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모르는 거잖아. 단순히 희망을 이룰 수 있는 세계라는 모호함보다, 그녀의 인간성에 대해 고민을 해보라는거야. 사람들은 신과 기적에 경배하지만, 인간인 목사의 말에 따르고 있어. 개념이라는 신성을 버리고 그녀가 가졌을 인간성을 떠올리라는거지. 그래야 인간인 우리들이 알아듣는다고. 인간을 위한 신의 이야기가 인간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이상한거잖아」
그녀의 입에서 굉장히 그럴듯한 말이 이어진다. 그녀는 진정으로 신학에 관심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싶다. 아니면 단순히 아버지에게 들었던 내용일 수도 있지만, 주워들은 지식이라고 그 가치관과 날카로움에 빛이 바래는 건 아닐테니까. 어찌되었건 그녀의 날카로운 조언은 굉장히 납득할만한 의견이었으며, 내가 다시금 마도카의 의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었다. 그녀가 원한 것은, 이런 세계였을까.
「그런데 말이지, 아케미 양」
그런 때에 토모에 마미는 그렇게 질문을 시작했다. 마수 사냥이 끝난 날 밤이었다. 사쿠라 쿄코는 담당일이 아니었기에 우리 둘과 큐베 뿐이었다. 토모에 마미는 잠시 침묵한다. 적당한 단어를 고르는 듯 했다.
「마수라는 건 어째서...그래, 끝이 없을까?」
대답이 뻔한 질문이었다.
「마수는 사람 속에 있을 수 밖에 없는 부정적인 감정의 형상화니까」
「역시 그럴까. 그럼 이 세계를 좀 더 아름답게 바꿀 소원은 어떻게 빌어야 하는걸까? 사람의 부정적인 생각에 끝이 없다면, 그걸 없애는 게 좀 더 아름다울 거잖아」
이어지는 말은 어린아이 같았다. 조금, 그녀가 부러웠다.
「부정적인 생각조차도 그건 사람의 자유라고 해야지」
「그렇네. 아케미 양은 똑똑하구나」
토모에 마미는 쓰게 웃는다.
「그래도 나는, 소원을 빈다면, 아케미 양의 마도카가 그랬던 것처럼 희망을 잃지 않는 세계보다도, 절망 자체가 없는 세계였으면 좋겠어. 나같은...」
토모에 마미는 뒷말을 삼킨다. 나같은 소녀가 생기지 않도록. 부모님을 잃고, 오랫동안 혼자 살아온, 그래서 외로움을 싫어하는, 그럼에도 외로움이 친구인 소녀가 더는 생기지 않도록. 속으로 삼킨 말은 그런 것인 듯 했다. 토모에 마미는 돌아가는 동안 더 말을 하지 않았다. 그건 진정으로 외롭고 슬픈 결말이었다. 그녀의 말처럼, 진정으로 행복한 세상은 토모에 마미가 겪은 사고 자체가 없던 세상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마법소녀라는 생활을 순수하게 기뻐하고 있다. 그 모순이 스스로를 괴롭히는 걸까. 열리지 않는 그녀의 입이었기에 토모에 마미에 대한 생각은 그 즈음에서 끊긴다.
대신에 나는 토모에 마미를 말을 좀 더 생각한다. 헤어진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고요했고, 생각에는 적당한 길이었다. 토모에 마미의 말은 이상하게 매력적인 가설을 품고 있었다. 사람들이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생각을 하기 때문에 존재할 수 밖에 없는 마수. 그렇다면 역으로, 마수의 존재는 마도카의 소원이 불완전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늘상 거부했던 여신의 전능성 자체를 의심하는 행위를 멈출 수 없었다. 사쿠라 쿄코의 조언처럼 모든 시선을 인간과 같은 불완전성에 맞추기 시작하자, 가설은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변모하고 춤춘다. 생각은 계속 이어진다. 그렇다면 마도카가 원한 것은 진정으로 이런 결말이 아닐 것이다. 원했다면 절망 자체도 없는 아름다운 표백의 세계였을 것이고, 그 속의 자기 자신조차 잃는 것을 바랐을 리가 없다. 그녀라면 조금 더 완벽할 것이고, 그녀라면 조금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었을 것이다. 마도카는 그런 소녀였다. 나는 이 생각을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다. 이 영원토록 불완전하고, 그녀의 존재조차도 부정당하는 무너지기 직전의 세계가 아름다운가? 그녀가 바라던 결말인가? 빛은 유지되지만, 절망 속에서 그 끝없는 터널을 찾아해매는 행위가 진정한 희망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희망을 꿈꾸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그건 오히려 사랑스러운 행위이기 때문에 그녀도 그렇게 긍정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녀가 이런 불완전한 세계를 바랐을리 없고 그렇기에,
그렇게, 하데스에게 끌려간 페르세포네처럼, 그렇게. 그녀는 그렇게 자신이 바란 불완전한 의지에 납치된 것이다. 그녀가 가지는 일부의 불완전성이 그걸 망쳤다. 지금의 여신, 그것이 그녀의 진정한 모습일 리가 없었다. 거꾸로다. 여신은 마도카의 불완전함이다. 토모에 마미의 말처럼, 그것이 올바른 일이었다면 지금의 마수라는 찌꺼기도 없을 것이고, 사쿠라 쿄코의 말처럼, 그것이 진실된 결말이었다면, 우리 인간 모두가 그녀를 추모하고 사랑해야할 것이다. 그러니 여신님이 추락하는 신화 하나를 만들어야했다. 그녀의 인간됨이 원치 않던 결말은 이제 산화할 신화가 된다. 나는 여신을 배신한 신자가 된다. 신화는 시작된다.
신화는 한 집단이 함께 공유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마-멘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