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22년 8월 </p> <p>마안산.</p> <p><br></p> <p>마안산에 이르러 선주는 불안한듯 고삐를 붙잡고 놓지를 못했다. 덜덜 떨리는 손은 치욕과 공포 그리고 자책이 담겨있는 떨림이었다.</p> <p>"내가... 내 손으로 한 왕실을 무너뜨린게야...아우들도 지키지 못하고 살아서는 공명을 어찌보고 죽어서는 운장과 익덕을 어찌 보랴..."</p> <p>중얼거리는 선주에게 장포가 옆으로 다가온다. 이내 장포가 말에 내릴 것을 청한다.</p> <p>"폐하, 이곳은 더이상 말이 다니기는 힘들어 내리고 올라야할 듯 하옵니다."</p> <p>"그, 그래..."</p> <p>그러나 언제 또 닥칠지 모르는 추격에 선주는 섣불리 놓지 못하고 있었다.</p> <p>장포가 말에서 내리는 덜덜 떠는 선주의 몸을 부축하고 선주의 손을 꼭 붙잡는다.</p> <p>"폐하, 두려워 마소서 신 포가 반드시 백제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사옵니다."</p> <p>"그래, 너를 믿어야지 누굴 믿겠느냐."</p> <p>어느덧 해가 뉘엿뉘엿한 것이 곧 분위기가 음산해질 것 같자 선주는 불안했다.</p> <p>"공명이 보고싶구나...." </p> <p>이내 힘겹게 잔병들과 함께 산을 오르는 데 선주가 나뭇가지에 걸려 넘어진다. 장포가 선주를 일으키려는데 선주가 흐느껴 운다.</p> <p>"운장아.. 익덕아... 어찌 나를 두고 먼저가느냐.... 이 불쌍한 형님을 두고 가느냐...."</p> <p>장포가 선주를 위로하려는데, 그때 후방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려온다. 이어 안국과 부융이 올라온다.</p> <p>"폐하! 적들이옵니다! 피하셔야합니다!"</p> <p>육손의 군대가 마안산을 포위하고 올라온다는 소식에 선주는 눈물도 잠시 화들짝 놀라며 냉큼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p> <p>부융이 장포와 함께 후방에 오는 추격병들을 끊어내고 안국이 선주를 부축해 겨우 마안산 위에 오르는데 성공했다.</p> <p>마안산 정장에서 선주가 넋을 잃고 내려다보니 온통 동오의 기치밖에 없었다.</p> <p>하루 정도가 지나고 하늘이 황혼에 적셔들어갈 때 즈음. 다시 동오의 추격이 시작되었고 일촉즉발의 상황에 즉면했다.</p> <p>안국(관흥의 자)이 선주 앞에 무릎을 꿇었다.</p> <p>"폐하, 백제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p> <p>"얼마나 남았는가....?"</p> <p>"...."</p> <p>"남은 자들이라도 집에 돌아가야겠지...."</p> <p>이렇게 말함에도 실은 선주 역시 살고싶다는 생각이 앞서는 것에 스스로가 너무 창피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 모습을 제장과 병사들에게 보일 수는 없었기에 나름 의연하게 일어났다.</p> <p>"살아서 돌아가자."</p> <p>부융이 후방에서 장포는 중군을 안국은 선봉을 맡아가며 혈로를 뚫어 산을 내려오는데 성공한다.</p> <p> 선주는 불현듯 모두 전포와 갑옷등을 길목에 버리라고 명한다. 이에 길목에 쌓아놓고는 불을 질러 더이상 추격군들이 들어오지 못하니 겨우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p> <p>선주가 정신이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데 그때 강의 언덕에서 포소리가 들리더니 한 무리의 군대가 내려오고 있었다. 선주가 보아하니 동오 주연의 기치였다.</p> <p>"내가 이 자리에서 죽겠구나!"</p> <p>의연하게 자웅검을 뽑아드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갑옷과 전포없이 달랑 무기를 들고 있을 뿐이었다. </p> <p>결국 전의마저 잃은 선주는 넋을 잃고 마는데, 기적처럼 백제성 방향에서 흰갑옷을 입은 한무리의 병사들이 주연의 군대를 덮친다.</p> <p>한 장수가 용맹무쌍하게 주연에게 덤벼드니 주연은 몇 합 견디지도 못하고 이내 부상을 당하고 패주하여 도망가고 만다. </p> <p>이에 군대를 이끌어 추격하더니 이내 수습하여 선주에게 다가온다.</p> <p>선주가 그 장수의 얼굴을 보아하니 바로 백이를 이끄는 진도였다.</p> <p>"어찌 숙지가 여기있는가?"</p> <p>"승상께서 자룡과 함께 선주를 구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지금쯤에는 안국과 포를 구해내었을 것입니다."</p> <p>선주가 숙지의 손을 붙잡으며 눈물을 떨군다.</p> <p>"너에게 미안한 일들이 많구나."</p> <p>"폐하! 어찌 한낯 제장에게 눈물을 보이십니까."</p> <p> 이에 진도는 선주와 함께 군사들을 수습해 백제에 입성하니 살아남은 잔병은 백명 남짓이었다.</p> <p>속속히 조운과 함께 관흥, 장포등이 살아 돌아오는데 선주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하다. 선주의 손은 옆을 지키는 부첨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p> <p>그러나 생존한 부장의 입에서는 부융이 후방에서 추격을 막다 정봉에게 죽었다는 소식이었다.</p> <p>부첨은 참담했지만 선주 앞에서 내색할 수 없었고 선주는 무너지는 억장과 미안함에 그저 선주의 손을 잡고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다.</p> <p>수십만의 병사를 이끌고 복수전을 감행했지만 생존은 전부 수습해서 천명 남짓 수많은 지휘관과 맹장, 지장을 잃고서야 동오와 서촉의 이릉전투는 막을 내릴 수 있었다.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