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그런데…, 저 사람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 느낌이네.</p><p>그런데 난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전생 때 봤던 연예인하고 닮은거겠지.</p><p><br></p><p>그렇게 생각해 기시감을 넘겨버리고는 단상을 내려오는 그녀를 향해 박수를 쳐줄 따름이었다.</p><p><br></p><p>~</p><p><br></p><p>마침내 입학식이 끝나고 강당을 나온 나는 벤치에 앉아서 잠시 심호흡을 하며 중얼거렸다.</p><p><br></p><p>"히야, 이제야 살 것 같네."</p><p><br></p><p>역시 입학식은 지루하다니까.</p><p>이번에는 충실하게 들어보려고 노력했는데.</p><p>그럼 이제는 교실로 가볼까.</p><p><br></p><p>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꾸깃한 종이를 꺼낸 나는 숫자와 기호만을 읽어냈다.</p><p><br></p><p>배정된 반이 1-B 인가?</p><p>그런데 난 여기 처음이잖아?</p><p>위치를 모르잖아?</p><p>그러니까 아마 안될거야.</p><p><br></p><p>……라는 건 농담이고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놨으니 가볼까.</p><p><br></p><p>그대로 벤치에 일어서 교사로 향하는 학생들 사이에 섞여들었다.</p><p><br></p><p>~</p><p><br></p><p>학생들 사이에 섞여들어서 가다보니 어느새 내가 목적하던 교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p><p><br></p><p>후우, 다행히 학교에서는 길을 잃지 않았네.</p><p><br></p><p>그런데 교실에 들어서자 꽤 소란스럽다는 것을 깨달았다.</p><p>저마다 뭉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p><p><br></p><p>입학식 당일인데도 교실이 이렇게 소란스럽다니.</p><p>아는 사람들끼리 모인건가?</p><p><br></p><p>그 사실에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짓고 말았다.</p><p>그도 그럴게 난 친구가 한명도 없으니까.</p><p><br></p><p>눈을 뜨자 모든 것은 새하얀 백지였다.</p><p><br></p><p>내가 살던 세계는 어디에도 없다.</p><p>내가 알던 모든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p><p>백지.</p><p><br></p><p>여기가 어디인지, '나'는 누구인지 모른다.</p><p>이 세계의 '내'가 무엇을 했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무것도 모른다.</p><p>새하얀 백지.</p><p><br></p><p>그러니 나는 너무 당연하게도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새하얀 백지에서 써내려갈수밖에 없다.</p><p><br></p><p>그러니 이런것도 당연하겠지.</p><p><br></p><p>입맛이 무척 썼다.</p><p>하지만 이내 가볍게 미소짓고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p><p><br></p><p>"노력하자. 충실하게 살아야지."</p><p><br></p><p>그러니 친구를 잔뜩 만들어볼까.</p><p>그런 각오를 다지며 교실에 비어있는 자리 중 아무 곳에나 앉았다.</p><p><br></p><p>그런데 난 일본어 잘 못하잖아?</p><p>…다짐대로 친구 한명이라도 만들수는 있을까.</p><p><br></p><p>소란스러운 교실에 앉아 몇분을 기다린걸까.</p><p>닫혀있던 교실 문이 열리며 어딘가가 맹해보이는 중년의 남성이 들어왔다.</p><p>저 사람이 이 반을 담당하게 된 담임 선생님이신건가?</p><p><br></p><p>"모두 자리에 앉아라."</p><p><br></p><p>그 말이 울리자 떠들던 학생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비어있는 자리에 앉는 모습이 보였다.</p><p>그 남자는 교실이 조용해졌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칠판에 한자를 적기 시작했다.</p><p><br></p><p>하지만 난 그것을 못 읽는다.</p><p><br></p><p>몇개웡 동안 듣는 건 좀 익숙해졌는데 그에 비해서 읽는 건 젬병이니까.</p><p><br></p><p>이윽고 칠판에 한자를 다 적은 남자는 교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p><p><br></p><p>"ı★♩♭ 난 '코토미네 키레'라 한다. 이 반을 &$х& 됬으니 앞으로 일년동안 잘 지내보자."</p><p><br></p><p>조금 못 알아들은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p><p>그러니 저 사람이 역시 담임 선생님이고,ㅍ 이름이 코토미네 키레 라는건가?</p><p><br></p><p>…어? 왠지 마파두부 좋아하게 생긴 이름이네.</p><p><br></p><p>그 생각에 피식 웃고 말았다.</p><p>그때 담임 선생님은 한 팔에 들고 있던 두툼한 종이 뭉치를 교탁에 내려다 놓으며 입을 열었다.</p><p><br></p><p>그리고 나는 절망하고 말았다.</p><p><br></p><p>…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p><div><br></di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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