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그 말에 지금 앞에 서있는 소녀의 등 뒤로 시선을 옮겨보자 어느새 허리를 펴고는 매우 다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p><p><br></p><p>소녀의 그 모습에 나는 의문을 떠올렸다.</p><p>어째서 저렇게 말하는걸까? 하고.</p><p>분명히 어제 내가 옷을 가지고 달아나는 걸 봤을텐데.</p><p><br></p><p>내 앞에 있던 무심한 인상의 소녀는 그렇게 말하는 소녀를 슬쩍 쳐다보더니 이내 어쩔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 젓고는 시선을 나한테로 되돌렸다.</p><p><br></p><p>…어레? 이 분위기는 뭐지?</p><p><br></p><p>"내 착한 후배가 저리 말하고 있으니까……."</p><p><br></p><p>무심한 인상의 소녀는 거기서 말을 멈췄다.</p><p>그 순간 소녀의 눈꼬리가 살짝 휘어지는 느낌이 들더니, 살며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p><p><br></p><p>"일단은 빌린걸로 치자고."</p><p>"그러니까 정말로 저한테서 빌려간거예요!"</p><p>"알았어, 그런 걸로 해둘께."</p><p><br></p><p>혼날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뭐야?</p><p>넘어가주는건가?</p><p>갑작스럽게 변한 이 상황에 영문을 몰라 어리벙벙하고 있을 때 무심한 인상의 소녀는 여전히 미소를 띈 채로 입을 열었다.</p><p><br></p><p>"그러니까 너 말야, 연극부에 들지 않을래?"</p><p>"……네?"</p><p><br></p><p>그 제안에 나는 더욱 어리벙벙해지고 말았다.</p><p><br></p><p>"어때? 넘어가주는 조건으로. 이정도면 썩 괜찮은 제안인데. 물론 거절하면 어떻게 될지는 알겠지?"</p><p><br></p><p>윽, 협박인가?!</p><p>그 협박에 문득 고개를 끄덕일 뻔 했으나 어리벙벙한 정신을 원래대로 되돌리고서는 대답했다.</p><p><br></p><p>"아니, 그렇게 말하셔도 들 생각은 없는데요. 애시당초 저는 귀가부라고요. 그리고 애시당초 혼날 각오는 하고 돌려드리러 왔으니까요."</p><p><br></p><p>그 대답에 무심한 인상의 소녀는 팍 김이 샜다는 표정을 지었다.</p><p><br></p><p>"아깝게 됐네. 사실 후배가 저렇게 말하면 혼낼수도 없고. 후배가 빌려줬다고 말하면 어쩔 수 없으니까. 그리고 부에  들라고 한 건 사정이 있어서 말야."</p><p><br></p><p>거기서 그녀는 갑자기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p><p><br></p><p>"그러니까 이번에는 부탁. 부에 들어주지 않을래?"</p><p>"싫습니다."</p><p><br></p><p>그 말이 나온 순간 일언지하로 딱 잘라 거절해버리고 말았다.</p><p><br></p><p>"부에 들면 귀찮고 또 제 생활전선이 위험하니까요."</p><p><br></p><p>그 슬픈 사실을 떠올리니 왠지 찔끔하고 눈물이 나올 느낌이었다.</p><p>생활비가 늘 모자랐으니까.</p><p><br></p><p>그도 그럴것이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생활비는 언제나 한 '이십퍼센트에서 삼십퍼센트' 쯤 모자란다.</p><p><br></p><p>그러니까 그 이유가 뭐였더라.</p><p>자립심을 기르기 위해서 라고 하셨던가?</p><p>네, 타당한 말씀이십니다.</p><p>자립심은 미리 길러서 나쁠 게 없지요.</p><p>그런데 해외로 떠나셨으면서 혼자 살게 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시지.</p><p>생활비까지 모자라게 보내오시다니.</p><p><br></p><p>소인은 그 하해와 같은 보살핌에 눈물이 날 지경이옵니다.</p><p><br></p><p>그 대답에 뭐라 말하려고 하던 무심한 인상의 소녀는 그대로 말문이 막혀버렸다.</p><p><br></p><p>"…즉답이네."</p><p>"네, 즉답이죠."</p><p><br></p><p>그렇게 대답하자 그녀가 작게 눈매를 치켜올린 느낌이 들었다.</p><p>하지만 워낙 무심한 느낌의 인상이라서 내가 착각한 걸 수도 있겠지.</p><p><br></p><p>"…아니,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줘! 난 이 연극부의 부장인 은아진이야. 그리고 부원이 부담스럽다면 임시부원으로 들어줘도 괜찮은데?"</p><p>"제가 안 괜찮습니다."</p><p><br></p><p>또 다시 잘라 말하자 무심한 인상의, 아니, 아진 선배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진 느낌이 들었다.</p><p>딱 잘라 말하는 것에 짜증이 난걸까.</p><p><br></p><p>"정말로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보고 대답하라고."</p><p><br></p><p>아니, 정말로 안 괜찮은데요.</p><p>오늘 아르바이트가 있다고요.</p><p>조금만 더 시간을 잡아먹으면 이대로 지각 확정입니다.</p><p>그런 말을 하기 직전 아진 선배가 먼저 선수를 치듯이 어느새 원래대로 돌아가있는 목소리 톤으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p><p><br></p><p>"그러니까 부가 폐부 직전이라서말야. 부원 미달로 폐부 직전이거든. 딱 부원이 한두명만 더 있으면 되니까 들어주지 않을래?"</p><p><br></p><p>그 말에 이번에는 바로 대답할수가 없었다.</p><p>폐부 직전이라니.</p><p>저렇게 말하면 딱 잘라 말하기가 좀 미안한데.</p><p><br></p><p>그런데 왜 연극부가 폐부 직전인거지?</p><p>분명 연극부 정도면 부원으로 입부하려는 사람은 많을텐데.</p><p><br></p><p>"폐부요? 연극부 쯤 되면 부원은 충분한 거 아닙니까?"</p><p>"그게 연기부가 생겨서 거의 그쪽으로 빠져나갔거든."</p><p><br></p><p>그 대답에 어찌된 일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p><p>그러니까 동종계열의 부에게 부원을 뺏긴건가.</p><p>그것에 이 학교의 특징 하나를 떠올렸다.</p><p><br></p><p>이 학교에는 '학생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한다.' 라는 규정이 있다.</p><p>그래서인지 교칙도 꽤 널널한 편이기도 하고.</p><p>물론 부활동도 위와 같은 규정에 의해서 자유롭다 못해 아주 풀어진 정도니까.</p><p><br></p><p>예를 들자면 몇명만 모은 뒤 신청서를 써내면 그 신청한 내용에 특별히 문제가 없는 한 어지간한 건 허가될 정도니까.</p><p><br></p><p>정확히 말하자면 '동아리' 허가지만.</p><p>부는 동아리의 윗 단계고.</p><p><br></p><p>어쨌든 그런 손쉬운 설립 과정 때문에 수많은 동아리가 난립하고, 시간이 점차 흐름에 따라 동아리는 부로 바뀌어서 현재 수많은 부가 난립하게 된것이 이 학교의 상황이었다.</p><p><br></p><p>이런데도 문제없이 부활동이 굴러간다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로 놀랄 따름이지만.</p><p>아니, 실상은 꼭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p><p>그건 내가 잘 모르니 넘어가고.</p><p> </p><p>하여튼 이런 부의 난립 때문에 간혹 동종계열의 다른 부에게 흡수되어버리는 부가 생긴다고 하던데.</p><p>지금 이게 바로 그런 케이스인가.</p><p>뭐, 나하곤 상관없는 일이지.</p><p><br></p><p>"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문제겠네요. 그리고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르바이트가 있거든요. 부에 들라는 건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p><p><br></p><p>딱 자르는 말투로 대답하고서 손에 들고 있던 옷을 아진 선배한테 떠넘기듯이 건네줬다.</p><p>그리고는 그대로 부실을 나가기 위해서 몸을 돌린 찰나 등 뒤에서 다급한 기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p><p><br></p><p>"저기요…, 정말로 부에 들어주시면 안되나요? 임시부원이라도 괜찮으니까요!"</p><p><br></p><p>그 부탁에 뒤를 돌아보자 나 때문에 혼났던 애가 보였다.</p><p>조금은 울상인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녀.</p><p>…어째선지는 몰라도 얜 거짓말까지 해서 나를 감싸주려고 했던가.</p><p>얼핏 들어보니 천성이 착해서 그런 것 같지만.</p><p>미안하게 됬지만 역시 이것도 거절하는 수 밖에 없겠지.</p><p><br></p><p>"죄송합니다."</p><p><br></p><p>거절의 말을 남긴 채 그대로 부실을 빠져나와 문을 닫았다.</p><p>하아, 조금 지친다.</p><p>왜 이렇게 부에 들라고 성화인건지.</p><p>부가 망하든, 뜨든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잖아.</p><p>그 순간 스마트폰에서 알람이 요란하게 울리는 것이 느껴졌다.</p><p><br></p><p>이크, 십분 전이네.</p><p>여기서 너무 시간을 잡아먹었잖아.</p><p><br></p><p>그대로 허둥지둥하며 빠르게 가방을 챙겨서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기 위해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다.</p><p><br></p><p>~</p><p><br></p><p>"하아, 지겹다."</p><p><br></p><p>손님이 한명도 오지 않는 편의점을 바라보면서 자그마하게 지루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p><p>어째 오늘은 한가하네.</p><p>여기서 알바하는 입장에서는 나야 한가하면 좋지만.</p><p>그래도 돈을 받고 일하는 입장에서 손님 한명도 안 오는 건 왠지 꽁으로 먹는 느낌이 들어서 찔리는데.</p><p>그러니 누구라도 와주세요.</p><p><br></p><p>하지만 결국 알바 시간이 끝날때까지 손님이 몰려드는 일은 없었다.</p><p>간간히 들어온 손님도 물건을 잠시 뒤적거리더니 찾는 게 없는지 그대로 나가버렸다.</p><p><br></p><p>…너무 한가하잖아.</p><p>이렇게 손님이 안 오는 날도 참 드문데.</p><p>그 순간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p><p><br></p><p>"이제 교대하자."</p><p><br></p><p>그 목소리에  속으로 침음성을 내고 말았다.</p><p>윽, 그 사람이군.</p><p>오늘은 무척 운도 없지.</p><p><br></p><p>평소같으면 교대라는 소리에 홀가분하겠지.</p><p>그렇지만 지금은 홀가분한 기분이 될 수가 없었다.</p><p>차라리 연장 근무를 하고 싶을 정도인데.</p><p><br></p><p>"아, 네. 점장님."</p><p><br></p><p>하지만 어쩔 수 없다.</p><p>내 아르바이트 시간은 끝이 났으니까.</p><p>살짝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뒤를 돌아보자 가슴까지 내려오는 구리빛 섕머리를 가진 여자가 보였다.</p><p><br></p><p>그녀는 카운터로 다가오더니 살며시 미소지으며 샹냥한 말을 건넸다.</p><p><br></p><p>"수고했어."</p><p>"네."</p><p><br></p><p>하지만 나는 그 말에 단답으로 대답하고는 그녀를 지나쳐 탈의실로 향했다.</p><p>그대로 문고리를 걸어잠근 뒤 아르바이트 복장에서 교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p><p>그러는 와중에 한숨을 내쉬고는 자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p><p><br></p><p>"대하기 껄끄러워서 죽는 줄 알았네."</p><p><br></p><p>그래, 난 저 사람을 편하게 대하기 꽤 어려웠다.</p><p><br></p><p>나이 차이는 별로 나지 않는다.</p><p>23살은 교복을 입으면 아직 고등학생으로 보일 법한 나이니까.</p><p><br></p><p>노인과 어린이의 차이가 아니다.</p><p>고작해야 몇 년의 차이뿐.</p><p>그러면 조금이라도 친해질 법하지만,</p><p><br></p><p>나한테는 무리인 이야기였다.</p><p><br></p><p>어째서냐고?</p><p>어째서인지는 몰라도 불편하다.</p><p>마주치는 것도.</p><p>이야기를 나누는 것도.</p><p>그 모든 것이 너무 불편했다.</p><p><br></p><p>처음에는 안 이랬는데 말이지.</p><p>하지만 1년이 흐른 지금은 그다지 이것때문에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p><p><br></p><p>이제는 굳이 친해져야할 필요성도 못 느끼니까.</p><p><br></p><p>맨 처음에 봤을 때는 점장님의 따님이라길래 친해지려고 노력했는데 점차 대하는 게 불편해지니까, 절로 그럴 생각도 안 들고.</p><p><br></p><p>그런 잡 생각을 하며 교복으로 다 갈아입은 순간, 교복 주머니에서 폰이 지이이잉――하고 진동하기 시작했다.</p><p>어라, 누구한테 온거지?</p><p>그대로 폰을 끄집어내 화면을 확인해본 순간 익숙한 글자가 보였다.</p><p><br></p><p>'점장님'</p><p><br></p><p>점장님이시네.</p><p>확인 차 전화하신건가?</p><p><br></p><p>그대로 전화를 받아들자 왠지 모르게 가벼운 목소리가 들려왔다.</p><p><br></p><p>"어때, 일은 잘하고 있냐?"</p><p><br></p><p>그 물음에 살짝 미소를 짓고 말았다.</p><p><br></p><p>"아뇨, 오늘은 손님이 한 명도 안 왔는데 일할 수가 없지요."</p><p>"그래? 그럼 하은이도 한가하겠네."</p><p><br></p><p>하은?</p><p>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p><p>잠깐 그 이름의 주인을 떠올리다가 밖에서 카운터를 보고 있는 점장 대리님의 이름이었다는 걸 기억해냈다.</p><p><br></p><p>"‥네, 점장 대리님도 무척 한가하겠죠. 손님이 안 오는 날은 진짜로 안 오니까요."</p><p>"뭐, 어찌됬든 수고했다."</p><p>"아뇨, 제가 오늘 뭘 했다고요, 손님이 한명도 안와서 꽁으로 먹은 느낌이라서 받기가 좀 그런데요. 한명이라도 왔으면 괜찮았을텐데요."</p><p>"너도 참, 일 안하는 게 더 좋지. 그런데……."</p><p><br></p><p>거기서 점장님은 말을 멈췄다.</p><p>어레?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시려는건가?</p><p>그것에 귀를 곤두세웠다.</p><p><br></p><p>"네?"</p><p><br></p><p>하지만 점장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p><p><br></p><p>"아니, 아니다. 난 바쁘니까 이만 끊는다. 바쁜 사이에 짬내서 확인 차 전화한거라서. 그리고 알지? 언제나 해왔던대로 폐기제품은 마음대로 가져가도 된다는 거."</p><p>"네, 수고하세요. 점장님."</p><p><br></p><p>그 말을 하고나서 잠시 기다리자 전화는 끊어졌다.</p><p>폰을 원래대로 주머니에 집어넣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p><p><br></p><p>점장님이 하시려던 말이 뭐였을까?</p><p>해고 통지……일리는 없겠고.</p><p>보나마나 편의점 관련 이야기일테니 점장 대리님한테 이야기 하시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신건가?</p><p><br></p><p>그럼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겠네.</p><p><br></p><p>문을 열고 탈의실 밖으로 나온 나는 폐기 제품을 챙기기 위해 창고로 향했다.</p><p><br></p><p>아니, 향하려던 순간에 뒤에서 들려온 부드러운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춰세우고 말았지만.</p><p><br></p><p>"아, 내가 다 챙겨놨으니까 굳이 가지러 갈 필요 없어."</p><p><br></p><p>…하아, 굳이 필요없는 짓을 하시네.</p><p>폐기 제품는 맘에 드는 걸로 챙기고 싶었는데.</p><p>점 찍어놓은 것도 있었고.</p><p><br></p><p><br></p><p>하지만 그런 걸 내보일수는 없지.</p><p>그렇기에 나는 몸을 돌려 가볍게 웃으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p><p><br></p><p>"그런가요? '점장님'. 감사합니다."</p><p>"아니, 별 것 아닌걸."</p><p><br></p><p>그대로 점장 대리님이 건네는 검정 비닐봉지를 받아들고는 그대로 집으로 가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p><p><br></p><p>"'점장님', 수고하세요."</p><p><br></p><p>형식적인 인사를 남겨두고서.</p><p>대답은 돌아오지 않는, 아니, 못한다.</p><p>이미 밖에 나갔으니까.</p><p><br></p><p>그 대신 문에 매달린 방울이 흔들리며 딸랑── 하고 울릴 따름이었다.</p><p><br></p><p><br></p><p>~</p><p><br></p><p>패드 위에 마우스를 가볍게 휙 던지듯 올렸다.</p><p>그리고서는 몸을 의자에 뉘우며 입을 열었다.</p><p><br></p><p>"아, 할 거 없다."</p><p><br></p><p>그리 중얼거리고서는 모니터를 쳐다보자 아무것도 켜지지 않은 바탕화면이 보였다.</p><p>게임을 켠지 몇십 분도 안되서 질러서 꺼버리니 할 게 없네.</p><p>이럴 바에야 웹서핑이나 할까.</p><p><br></p><p>그렇게 결정하고는 다시 마우스를 잡아 익스플로러를 띄워 즐겨찾기에 있던 아무 사이트나 클릭했다.</p><p>그러자 순식간에 화면이 어느 모 포털 블로그로 바뀌었다.</p><p><br></p><p>아, 여기.</p><p>미스터리라던가, 공포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블로그였던가?</p><p>요즘은 안 들어가봤는데.</p><p>한번 훑어볼까.</p><p><br></p><p>[집단 소실 현상에 관해서.]</p><p>[종말론의 분석.]</p><p>[12개의 오파츠.]</p><p>[마야 제국의 수정해골.]</p><p>[버지니아 해군기지 증발사건의 진실.]</p><p>[니콜라 테슬라에 대해서.]</p><p><br></p><p>하지만 딱히 볼만한 글은 없었다.</p><p>모두 예전에 본 글이고.</p><p>그럼 로어나 뒤져볼까?</p><p>그리 생각하고는 블로그의 카테고리 중 '로어'를 클릭했다.</p><p><br></p><p>그러자 떠오르는 수많은 게시글.</p><p>그 중 아무거나 클릭해 글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p><p><br></p><p>[52번째 로어 모음 글.]</p><p><br></p><p>01.</p><p><br></p><p>노르웨이 북쪽 북극해 스발바드 제도에는 스발다드 세계 씨앗 저장소가 존재한다.</p><p>2008년 설립된 이 저장소는 자연재해나 핵전쟁 등이 일어나</p><p>지구의 모든 식물 자원이 멸종했을 때 이를 회복하기 위해 만든 씨앗 은행이다.</p><p>놀라운 사실은 이런 은행이 전 세계에는 이미 1400여개나 존재하고 있다.</p><p>스발바드 씨앗 저장소는 이러한 은행의 최종 저장소 역할을 하고 있다.</p><p>성경에 나오는 방주를 현대에 구현한 것이다.</p><p>누군가가 말하기를 이 방주가 완성되는 날은 세상이 불에 타오르는 게 아닐까? 하고 말하고 있다.</p><p><br></p><p>07.</p><p><br></p><p>전 세계에서 사라지는 사람은 많다.</p><p>흔적조차도 보이지 않는 실종자들.</p><p>하지만 그 사라진 실종자들은 대부분 찾을 수 있다.</p><p>살아있거나, 죽거나 한 상태로.</p><p>하지만 찾지 못하는 사람은 어떻게 된 걸까?</p><p><br></p><p>11.</p><p><br></p><p>6월 어느 날 영국의 의원 처치의 회중 시계가, 8시 20분에 갑자기 멈춰버렸다.</p><p>시간을 알 수 없게 되었기에 그는 어쨌든 서둘러 의회로 갔다.</p><p>의회에 도착해서 그 곳의 시계를 보니, 바늘은 정확하게 8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p><p>그 순간 그의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p><p><br></p><p>거기서 나는 잠시 읽는 것을 멈췄다.</p><p>역시 로어는 흥미로운 게 많다니까.</p><p>하지만, 역시 다 본 거잖아?</p><p>그 사실에 한숨을 내쉬었다.</p><p><br></p><p>방학 때 내가 얼마나 잉여 같았으면 이 블로그의 글을 모조리 주파해버린걸까?</p><p><br></p><p>……</p><p><br></p><p>오늘은 그만하고 잘까.</p><p>이러다간 내일 학교에 늦겠네.</p><p>그렇게 생각하고는 잠자리에 누웠다.</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