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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75294
    작성자 : 낡은시계소리
    추천 : 12
    조회수 : 984
    IP : 223.62.***.39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4/12/13 10:03:04
    http://todayhumor.com/?panic_75294 모바일
    [소설] 고양이 아가씨 1화

    안녕하세요. 0화를 쓴 이후로 늦었습니다.

    늦은 이유를 변명하자면, 글 올린 직후에 반대 2개가 곧바로 달리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소심한 저는 게시판에 어울리지 않는 글을 썼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클릭조차 안 하고 이어 쓸 생각도 버렸습니다. 제가 그래요. 반대 달리면 왜 반대 달았냐고 묻기보단 그냥 그 글을 포기해버리고 거들떠도 안 보거든요

    그런데 뒤늦게서야 몇몇 분들의 좋은 반응을 접하게 되서 민망하지만 다시 키보드를 두들겨봅니다. 


    ________


    나는 비닐을 들췄다. 

    고양이는 차갑게 식어있었다. 

    앞 다리 하나는 잘못된 방향으로 꺾인 채 굳어있었다. 

    잔뜩 날이 선 꼬리는 죽기 직전의 고양이의 기분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몸에는 온갖 상처가 자리잡고 있었다.

    털에 엉겨붙은 핏자국과 멍든 채 부어오른 상처가 이리저리 영역싸움을 하고 있었다.

    움푹 털이 뽑힌  곳은 딱지가 앉아있었다.

    길 고양이의 삶을 한 눈에 느낄 수 있었다.

    "미친 놈들."

    나는 범인을 특정짓고 욕했다. 이건 근처 중학생들의 짓이다.

    서로 용기를 대결한답시고 무모한 짓을 벌이는 것이다. 

    내가 중학생이던 때만 해도 장난전화를 걸거나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치는 정도가 전부였지만, 그런 철없는 때의 장난이 지금에 이르러선 하나의 생명을 쥐락펴락하는 지경이 되었다.

    나는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간혹 있었지만 내게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아까 마주쳤던 여자를 떠올린 뒤 고양이를 주워들었다.

    그 여자는 불쌍한 고양이를 위로하기 위해 나타난 유령일지도 모른다. 

    혹은 무의식적으로 발현된 내 육감일지도. 

    그게 아니었다면 고양이를 발견하지 못했을 테니까.

    나는 잘 묻어줄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되뇌이며 놀이터를 향해 걸었다.

    우리 동네 놀이터는 절반은 아이들의 놀이기구로, 나머지 절반은 노인들이 쉬어가는 정자로 이루어져 있었다. 

    정자 주변은 잔디와 나무들로 조성되어 있었고 나는 정자 뒤편에 있는 덤불 속에 고양이를 내려놓았다.

    "금방 갔다올게."

    나는 집에서 모종삽과 제사용으로 쓰는 청주 한병을 들고 왔다.

    이러고 있으니 반 년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는 메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던 때였다. 메이는 우리집에서 키우던 고양이 이름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메이가 묻힌 곳을 찾았다. 기왕 묻어준다면 외롭지 않게 하고 싶었다. 

    나는 메이에게 잠시 묵념을 한 뒤 옆 자리의 땅을 팠다.

    다행이 고양이를 묻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라 다져진 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봉긋하게 솟은 무덤을 최대한 다듬은 뒤 주변에 청주를 뿌렸다. 

    술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직 나도 못 마시는 술을 네가 다 마시는구나.'

    나는 고양이가 무사히 무지개다리를 건너길 빌었다. 

    그 건너편에서 메이를 만나 사이좋게 지내길 바랐다.

    "고양아......"

    하지만 나는 말을 멈췄다. 

    메이와 잘 지내달라는 부탁을 하기 전에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먼저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름조차 없는 이의 무덤만큼 슬픈 건 없다. 

    "살아 생전에 네 귀를 쫑긋거리게 만드는 이름이 있었을진 모르지만 이대로 고양이라고만 부르는 것보단 나을 거야."

    나는 잠시 생각한 후 입을 열었다.

    "메이를 만나거든 안부 좀 전해줘. 그럼 잘 가, 페이."

    나는 마지막으로 묵념을 한 뒤 자리를 떴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좋은 일을 하고난 후의 뿌듯함을 실컷 느꼈다.

    덕분에 오늘 밤은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으리라.

    나는 그 생각을 실천하며 마음 편히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나는 한 밤중에 눈을 떴다. 

    흑같은 어둠 속에서 시각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또렷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그녀였다.


    ------
    부산 내려가는 길에 폰으로 작성한 거라 폰트 및 오탈자는 나중에 확인해보겠습니다. 우선은 멀미가 일어서 눈부터 붙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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