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한밤에 당직을 서고 있는데, 새벽 1시경 어디선가 "뻥!" 하는 총소리가 <BR>들렸다.</P> <P> </P> <P>고요한 밤 단발의 총소리는 산이 많은 지역 특성상 울림이 있어 이렇게 <BR>들린다. </P> <P> </P> <P>"뻥! 쌔애애액...." </P> <P> </P> <P>총소리야 사격장에서 밤낮으로 신물나게 울려퍼지는터라 하나도 이상할 게 <BR>없었지만 이렇게 고요한 심야에 단발의 총소리는 무엇인가 대단히 불길한 <BR>징조가 아닐 수 없었다.</P> <P> </P> <P>우리 부대는 연대지원 포병대대라 연대 주둔지 안에 있어서, 상황본부는<BR>연본에 있었다.</P> <P> </P> <P>즉시 연본에 전화를 넣어봤더니 상황병이 아직 상황파악중이라 한다.<BR></P> <P>일단 오분대기조 비상을 걸어놓고 (지금은 모르겠지만 포병대대에도 오분<BR>대기조를 운용했다.)</P> <P> </P> <P>상황병을 시켜 계속 연본에 상황파악을 하여 보고하라했다.<BR></P> <P>2-3분 후 상황병이 보고했다.</P> <P> </P> <P>과장님! 연본 정문에서 위병이 실탄 한발을 사격했답니다!</P> <P>(당시에는 김중위님이라 부르지 않고 직책으로 불렀다. 작전과장, 군수과장, <BR>인사과장은 과장님 보좌관은 보좌관님 등, 요즘도 그러는지 모르겠다)</P> <P> </P> <P>우리는 출동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촉이 왔다.<BR></P> <P>상황병이 다시 보고를 했다.</P> <P> </P> <P>"정체불명의 차량이 연본 정문으로 돌진, 정지신호를 보냈으나 무시하여<BR>자동차 타이어에 실탄을 발사하였다고 합니다."</P> <P> </P> <P>보고 내용만으로는 무슨 강력한 폭탄차량이 부대로 돌진하려다가 저지당한 <BR>것처럼 스케일이 커 보인다.</P> <P> </P> <P>하지만 실상은 마을 주민이 새벽까지 술을 먹고 만취상태로 소형 고물트럭을 <BR>몰고 부대내로 진입하겠다고 정문 위병에게 꼬장을 부리다가, 경계병이 <BR>실랑이를 벌이다 못해 안되니까 그냥 자동차 바퀴에 실탄을 발사해 버린 <BR>것이었다.</P> <P> </P> <P>누가 시골사람들이 순수 순박하다 했는가? 물론 그 말은 맞지만 그 순수한<BR>꼬장을 아직 맛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P> <P> </P> <P>도시사람들의 얍삽한 처신에 비교하여 끈끈하고 우직한 시골사람들의 <BR>심성은 물론 매력적이지만 그 순수함이 꼬장으로 나타나는 경우 그 <BR>결과를 생각지 않는 우직함은 실로 가공할 위용을 보인다.</P> <P> </P> <P>군대에서 민간인 상대로 사고를 쳤을때 "대민사고" 라 한다.<BR></P> <P>정훈교육에서 빠질 수 없는것이 대민사고요 대민사고를 막기 위해 병사들에게<BR>귀에 못이 박히도록 술 많이 먹지 말아라, 고민 있으면 직속상관에게 <BR>얘기해라, 민간인하고 시비붙지 말아라, 유흥지에 가지마라 등등 교육을 시킨다.</P> <P> </P> <P>그러나 이 "대민사고"라는 말은 좀 잘못된 것이고 엄밀히 말하면 "대군사고"다.</P> <P> </P> <P>한국처럼 군인이 무시받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우리 병사들이 휴가나<BR>외출 외박을 가면 괜시리 어깨가 움츠러들고 눈치를 보게 된다. </P> <P> </P> <P>이런 위축감이 때로는 왜곡된 반발로 이어져 에라이 시발 기왕 이렇게 <BR>천대받을거 망가지고 천대 받는다 하는 생각으로 만취하여 건들거리고 <BR>욕을 입에 달고 다니다가 시비가 벌어져 사고를 치고는 한다. 즉 병사들이<BR>실제로는 그 자신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커다란 희생을 하고 있음에도 <BR>본인의 희생을 값어치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자존감을 잃어버리게 되는 <BR>것이다. 왜 나라를 위해 2년동안 꽃다운 젊음을 바치는 것이 의미없는 <BR>일로 간주되는가?</P> <P> </P> <P>그러니 사고의 경우 대개는 병사를 우습게 보는 철없는 양아치 민간인들이 <BR>군바리니 뭐니하며 시비를 걸어오는 경우나 병사가 밖에 나가서 사소한<BR>실수를 한 것을 꼬투리를 잡아 지나치게 멸시하는 말투로 (군바리 새X가<BR>등등) 대응하여 화근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P> <P> </P> <P>아마 예비군들이 군복만 입으면 망가지는게 이런 현역때의 가슴아픈 경험이 <BR>트라우마로 남아서 그런것 같다.</P> <P> </P> <P>그래서 나는 "대군사고"라 말하고 싶은 것이다.</P> <P> </P> <P>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다. 사회 전반에 귀중한 젊은 날을 바쳐 무료로 <BR>생고생을 하는 군인들을 존경하는 분위기가 흐른다면 병사들도 어깨를 <BR>펴고 군인답게 품위있게 행동하려고 노력을 할 것이다.</P> <P> </P> <P>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자동차 바퀴에 사격을 한 병사는 사실 운전수를<BR>사살했다 한들 무리가 아니었겠지만 그정도 선에서 조치를 한 것은 현명한 <BR>조치라 하여 포상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P> <P> </P> <P>병사들은 자존감을 잃어버리기 쉽다. 간부들 중에는 병사들의 인격을<BR>짓밟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반드시 간부들에게 부정적인 결과로<BR>돌아온다. 병사들을 존중하라. 무조건 관용하라는 의미가 아니며<BR>잘한 일에 대한 포상은 확실히 기대보다 다소 크게, 처벌은 규정대로 <BR>가혹하게 하여야 한다.</P> <P><BR>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