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의 요소

20220 황혼의불꽃

여러분은 ‘마이리틀포니’ 에 대하여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그것은 세계적인 장난감·영화 제작사인 헤즈브로 주식회사가 크게 성장하기 이전부터 함께해온 작품입니다. 그것은 1984년 완구로서 처음 선을 보였고 TV 만화시리즈와 코믹잡지, 극장판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으로 출시되어 영미권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1989년 MBC에서 ‘귀염둥이 포니’ 란 제목으로 국내에 TV 시리즈가 출시되었을 때에 실패를 거두는 등 세계시장 시청률 공략에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 이유는 마이리틀포니가 영어 문화권에 사는 여아만을 위한, 향유층이 한정된 흥미 위주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판도는 2010년 4세대 마이리틀포니가 방영되면서부터 뒤바뀌게 됩니다.

그해에 북미 최고의 애니메이션이었던 ‘파워퍼프걸’ 의 시나리오 작가 로렌 파우스트가 마이리틀포니의 리메이크 팀을 지휘하게 됩니다. 그녀는 미국과 캐나다의 애니메이션 기술합작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최고의 제작진으로 하여금 유머러스하고 입체적 성격의 캐릭터와 대중가요 수준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뮤지컬 방식의 ost를 만들게 했습니다. 또한 그녀는 기존의 여아용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도덕윤리에 관한 교훈적 요소를 종종 삽입했으며 이로 인해 미국 학부모들의 지지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4세대 마이리틀포니는 청소년과 성인들에게까지 인기를 끌게 되었으며 얼떨결에 Brother와 Pony의 합성어인 브로니(Brony)라 불리우는 거대한 팬덤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연방 통계청과 민간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의 브로니는 약 3000만 명에 달합니다. 이는 캐나다의 총 인구와 맞먹는 수치인데요, 여아용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이 이처럼 많은 청·장년층 매니아를 양성했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는 귀여운 캐릭터 때문일까요? 앞에 언급한 완성도 높은 ost 때문일까요? 흥미진진한 스토리? 풍자와 유머? 모두 아닙니다. 이들도 분명 영향이 있겠지만 주적인 원인은 아닙니다. 로렌 파우스트가 제시한 0순위 가치는 바로 ‘우정’ 입니다.

4세대 마이리틀포니의 정식 제목은 ‘My little pony: Friendship is magic’ 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의 주연들은 매 에피소드마다 우정에 대한 교훈을 얻으며 간혹 큰 시련이 다가와도 ‘조화의 요소’ 라는 우정의 힘을 발휘하여 극복해냅니다. 세계적으로 마이리틀포니가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우정이란 소재가 동서고금을 막론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공감성 깊고 필요로 하는 가치이며 누구든 마이리틀포니를 통해 우정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인 것입니다. 아직 잘 모르시겠다고요? 그렇다면 마이리틀포니의 배경 스토리를 예시로 우정이 부리는 마법의 힘을 가늠해 봅시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이퀘스트리아’ 라는 세계는 해를 관장하는 셀레스티아와 달을 관장하는 루나라는 자매 군주가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루나는 언니 셀레스티아에게 질투와 열등감을 느꼈으며 그녀를 제거하고 권력을 독점하려 음모를 꾸밉니다. 결국 루나는 제압당해 달에 봉인되나 셀레스티아가 부재중인 사이 탈출하게 됩니다. 이 틈을 타 루나는 다시 이퀘스트리아를 지배하려 하는데 이때 그녀의 발목을 잡은 이들이 바로 셀레스티아의 제자이자 주인공인 트와일라잇과 그녀의 친구들입니다. 그들은 조화의 요소를 사용하여 루나의 악한 심성을 사라지게 만들고 내면의 상처를 치유시켰으며 더 나아가 셀레스티아와도 화해하고 자매가 다시금 평화롭게 이퀘스트리아를 통치하게 돕습니다. 여기까지가 4세대 마이리틀포니의 도입부입니다.

이제 위 스토리를 분석해 봅시다. 루나는 트와일라잇의 입장에선 분명 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루나가 악하게 된 이유와 아픔을 이해하여 비참한 패배를 안기지 않고 조화의 요소를 사용하여 선한 본성을 되찾아 주었습니다. 이는 후에 등장하는 적대적인 인물들에게도 마찬가지이며 역시 조화의 요소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받아 선한 인물로 전환되는 것으로 갈등상황이 종결됩니다. 트와일라잇과 친구들이 합심하여 거둔 성과는 신적인 존재인 셀레스티아의 악역에 대한 처우보다 강력하면서도 관대하고 포용적이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브로니들이 대거 양성된 2차적 원인을 찾아냈습니다. 로렌 파우스트는 조화의요소를 제시하여 아이들에게 바른 인성과 참된 인성을 가르치려 하였으나 루나같은 부정적 등장인물이 우정의 미덕으로 변화되는 것을 보게 된 청소년과 성인들에게도 힘든 학업과 사회생활에 지치고 물들어버린 자신을 벗어던지고 동심으로 회귀할 수 있는 계기를 주었고, 브로니들은 아이들의 눈으로 매 에피소드 주어지는 교훈을 수용하여 점점 인격자에 가까워지게 된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수많은 브로니들의 삶을 변화시킨 조화의 요소에 대하여 더 알아볼까요? 조화의 요소는 관용, 의리, 정직함, 친절함, 즐거움으로 구성되며 트와일라잇의 마법으로 완성됩니다. 6명의 캐릭터가 각 가치를 수호하며 이 중 한 가지라도 배제된다면 우정의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됩니다. 저는 이것이 벗 사이에 지켜야 할 덕목과 바른 인성의 중요성, 이들이 부재할 경우의 심각성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누구든 보편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결론임을 증명하기 위해 각 덕목이 결여된 벗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만 일 그가 관용이 부족하다면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할 것이고 의리 대신 사리만을 찾는다면 그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손해를 볼 것이며 정직하지 않다면 서로 신뢰할 수 없고 지나치게 냉정하다면 두터운 우정을 쌓기 어려우며 우울하고 부정적이라면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괴로울 것입니다. 고로 당신의 벗이 위 덕목 중 한 가지라도 결여되어 있다면 마법같은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기는커녕 어색한 지인이나 해로운 친구가 되기 십상입니다. 이것은 벗이 아닌 본인이 조화의 요소가 결여된 상태인 경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애석하게도 현대 사회에서는 조화의 요소를 모두 가졌다 여겨지는 사람을 찾기 어려우며, 위와 같은 상황은 이미 우리 세대의 인간관계의 대부분을 이루는 불안정한 우정의 현주소가 되었습니다. 능력이 강조되는 현대적 가치관 속에 미덕의 중요성이 무시되어 가면서 지·덕·체의 균형이 깨졌으며 자신의 능력을 옳지 못한 일에 사용하는 현상이 우려할 정도로 증가하였습니다. 이타성의 부재로 학원폭력과 여성관련 강력범죄가 발생하고 지나친 개인주의로 각종 비리와 노인소외, 빈부격차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능력보다도 인품이 화려한 리더, 조화의 요소를 이루는 덕목을 모두 갖춘 지성인을 필요로 합니다. 조화의 요소를 지닌 사람이야말로 말세가 되어가는, 아니 이미 말세라 칭해지는 세계를 정화할 맑고 청렴한 리더로 쓰임 받아야 마땅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의 브로니들은 로렌 파우스트가 제시한 덕목을 실천하며 사라져가는 인간미를 되찾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퀘스트리아와 같은 이상 사회를 타는 목마름으로 염원하고 있습니다. 우리 또한 그들의 바른 인성과 윤리의식, 우정관을 받아들여 수호하며 인간미 넘치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정진해야 합니다. 이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는 시대, 잊혀져 가던 사람의 아름다움이 다시금 제 빛깔을 뽐내는 날이 돌아온다면 어느새 우리 앞에 이퀘스트리아가 훌쩍 다가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