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작성자 초딩때 이야기.</p><p>그땐 아직 국민학교였음.</p><p>2학년 그러니까 10살되던 해였음.</p><p>명절 앞두고 어느날 외할머니댁을 갔었음</p><p>아버지 일 끝나고 나서 간거라 밤 8시가 넘었는데</p><p>그때 길도 별로 좋지 않아 지금 1시간 거리를 그땐 2시간을 </p><p>넘게 산을 타고 빙빙 돌아가야했음</p><p>비도 부슬부슬 내려 별로 시야도 좋지도 않고..</p><p>꽤 오래 걸려서 갔음</p><p> </p><p>도착했을때 누나 셋과 난 아예 지칠대로 지쳐버린상황이었음</p><p>할머니가 주신 식혜랑 떡이랑 먹으면서 따뜻한 온돌에 몸 녹이면서</p><p>할머니한테 어리광부리고있었는데</p><p>시골이라 뭐 하나 재밌는것도 없고 티비도 뉴스밖에 안나오는 상태였음</p><p>근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리고 할아버지가 받음</p><p>"응? 어, 어, 어, 으잉" 하고 끊으심</p><p>엄마가 "어디가요?" 하니까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는데</p><p>알코올 중독으로 살던 어떤 아저씨가 죽은채로 발견댔다고, 아내랑 이혼하고 아이들</p><p>다 떠나보내고 마을 사람들 논일 도와주고 술에 찌들어있다가 죽은거 같다고 가야된다고함</p><p> </p><p>우리 할머니댁은 엄청 촌구석이라 사람이 죽으면 이장급인 사람이 가서 시체 닦아주고</p><p>옷입혀주고 친인척한테 연락해주고하는걸해야 하는데 할아버지가 이장급이었음</p><p> </p><p>너무심심해서 나도 따라간다고 했음(어린맘에 시체라는걸 보고싶었음)</p><p>당연하지만 다들 혼내는투로 못가게함.</p><p>울고불고 떼쓰면서 할아버지 옆에 꼭붙어있기로하고</p><p>따라나섬.</p><p> </p><p>그러고 한 10분 걸어서 도착함</p><p>마을 사람들이 많이 와있어서인지 시체는 구경도 못하고 사람들 다리밖에 안보였음</p><p>할아버지가 여기 꼼짝말고있으라고하고 혼자 방에 들어가심</p><p>근데 여기가 더 심심한거임. 뭐 할게없으니 쪼그려 앉아서 그림이나 그리다가</p><p>집에 가기로 마음먹음</p><p>마침 할아버지가 옷같은거 갖고 집에 들어가려는걸 붙잡고</p><p>"할아버지 나 집에 갈래~심심해"</p><p>"안뒤여! 저기서 좀만 기다리고있어!"</p><p>"갈래!갈래!" 떼를씀</p><p>할아버지 바쁜데 계속 내가 붙잡으니까</p><p>"혼자 갈수있겄냐? 할애비 빨리 따라갈꺼잉께 천천히 조심히 가고있어야"</p><p>"응" 하고 집으로 향함</p><p> </p><p>집으로 그냥 막 걸어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가 어깨를 탁침</p><p>돌아보니까 어떤 할아버지는 아니고 그보다약간 젊은사람이 날 잡고있음</p><p>"느는 어디아냐?"</p><p>예절 바르게 인사 꾸벅하고 엄마 성함이 XX자X자 된다 말함</p><p>그러니까 "아아~ XX씨 손자? 근디 이밤에 혼자 어디가냐잉?"</p><p>이러저러해서 심심해서 집에가요 하니까 "안무섭냐" 하시길래 괜찮다니까</p><p>그래도 밤인디 아저씨가 델다준다! 하면서 같이 손잡고 걸어감</p><p>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하고 부모님말 잘들으라고 교육받음</p><p>근데 그 아저씨 노래 진짜 잘불렀음..</p><p>해서 집에 오니까 엄마아빠를 부름</p><p>할아버진 안오고 어떤 아저씨가 오니까 부모님당황했었다함</p><p>근데 난 마루 올라가려고 낑낑거리고(그떈 마루가 좀 높았음)</p><p>부모님은 애를 밤중에 혼자 다니게 하면 되냐고 엄청 혼남</p><p>부모님 죄송하다고 계속 굽신거리는데</p><p>저쪽에서 할머니가 아랫방에 우리 잠잘 자리 마련하다가 오시는거임</p><p>그 아저씨가 그럼 간다 하고 노래부르며 사라짐..</p><p>누나들이랑 부모님이랑 머쓱해져서 할아버지 기다리는데</p><p>12시 좀 넘어서 할아버지 오셔서 날 찾으심, 혼자 집 잘찾아왔다고 대견해하시는데</p><p>엄마가 누가 델다줬다함</p><p>할아버지가 뭔소리냐, 거기에 마을 사람 다 있었는데! 하면서</p><p>말다툼이 시작됨.</p><p>그러다가 할아버지는 마을 사람들 다같이 찍은 사진 꺼내서 누구냐고 짚어보라고하심</p><p>부모님이랑 누나들이랑 다들 그아저씨 찾아서 이사람이라고함</p><p>할아버지가 갑자기 멍하시더니 딱 한말씀 하신게 우릴 공포로 몰아넣음</p><p>"내가 방금 이사람 시체 치우고 왔는디.."</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