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0여년전, 군입대전 아르바이트하던 주유소에서 키우게된 고양이가 생각나네요</p><p><br></p><p>주유소 특성상 개를 키웠으면 키웠지 고양이 키우는 곳은 참 보기 힘든데...</p><p><br></p><p>아침에 출근하니까 눈조차 제대로 못뜬 새끼냥이가 수건에서 오돌오돌 떨고 있더군요</p><p>야간반 형 말이 다방배달하는 단골손님이 버려져있었다고 하고는 주유하고 두고 가버려서 버리지도 못하고 일단 이렇게 뒀다는데...</p><p><br></p><p>당시 그 주유소에는 경리직원조차 남자이고...키우던 개도 사장님과 직원들에겐 친절하지만 낯선이에겐 차가운...모성애 따윈 기대하기도 힘든 도시의 수컷 진돗개 한마리...인 마초(?)들만 있던 냉혹한 주유소</p><p><br></p><p>일단은 진돗개와 몇몇 떠돌이 개들 때문에 안면트고있던 길건너 동물병원에 데려가니 친절한 원장님께서 공짜로 주사도 놔주시고 먹이도 좀 나눠주시면서 </p><p>"이번에도 데리고 있을거지?"</p><p>이러십디다.</p><p><br></p><p>그러나 개라면 닳고 닳았던 우리들이지만 고양이...그것도 새끼냥이는 처음인 주유소 사내들은 일단 "나비"라고 이름도 붙여놓고 어쩌지어쩌지하면서도 짬나는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품에 데리고 있으면서 먹이도 먹이고 하면서 데리고 있다가...</p><p>사무실에 고양이 변냄새에 털도 조금씩 날리고 이 녀석이 눈도 좀 뜨고 이제 둘이 안면도 익었겠지하고 차도견 진돌이 우리에 놔줬는데...</p><p><br></p><p>담날 아침에 출근하니까 제가 출근하면 꼬리를 선풍기 강풍으로 휘저으며 내 목덜미를 긁어라 닝겐!! 이러면서 달려들 진돌이가 저 구석에 묶여서 의기소침해서 벽보고 쭈그리고 있고, 나비를 품에 안으신 사장님이 굉장히 화가 나 있더라구요</p><p>간밤에 진돌이가 나비를 물어죽일뻔한거 사장님이 발견하고 자기 친자식>진돌이>글쓴이=나비였던 분이 진돌이를 정말 개패듯 패버리셨답니다</p><p><br></p><p>그 사건 후로 진돌이도 나비는 해치면 큰일나는 존재, 나비도 진돌이는 무서운 존재...(그리고 넘사벽 사장님과 밥&변셔틀 "나")로 인식하고 얼마동안은 츤츤데며 있다가 어느날부터 둘이 붙어다니더라구요. </p><p><br></p><p>새끼냥이와 성견진돗개가 붙어다니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줄 아세요?</p><p>이 고양이가 자기가 개인줄 압니다-_-</p><p>아침에 출근하면 커다란 진돗개와 그 1/5크기의 고양이가 꼬리를 흔들며 오는데 참 재밌는 광경이더라구요</p><p>낯선 사람오면 숨는게 아니라 그르르르~이러고 주유소 사람들한테는 꼬리흔들고 쓰다듬어 달라고 부비부비하고 </p><p>"손!!"이러면 앞발도 착 내밀고 </p><p>"앉아!!"이러면 이거는 진돌이가 앉는거 보고서야 따라한다고 앉고</p><p>영특하게도 우리랑 놀아주시다가도 주유하러 차 들어오면 멀찍이서 인간들의 행태도 구경하시고</p><p>가끔 저 퇴근시간에 진돌이가 안 묶여있음 횡단보도까지 따라오곤 했는데 나비도 진돌이가 나가면 같이 따라와주고 하는데...</p><p>"나비가 개로 태어났다면 충견이 되었을거다"라고 모두들 입을 모아 말했죠</p><p><br></p><p>생긴것도 고양이치고 예쁘게 생겨서 근처 다방아가씨들의 사랑을 독차지했고</p><p>요즘 말로 개냥이라고 하죠?</p><p>귀염성있고 똘똘한 고양이가 되서 처음엔 개는 키워도 고양인 안된다던 주유소에 점점 손수 만든 캣타워에...(사버릴까?했다가 판매가격보고 기겁을 하고 동물병원 원장님의 조언 하에 소장님이 뚝딱 만드셨음) 고양이 장난감에...</p><p>저도 고양이를 어떻게 키워?였던 주의였는데 나비덕분에 개나 고양이나 다 똑같은...인간에게 힐링을 주는 존재...로 생각이 바뀌었답니다</p><p><br></p><p>그러던 나비가...</p><p>그 날도 나비는 저랑 다른 알바와 함께 놀아주시다가 주유하러 차가 들어오시자 또 양지바른 곳으로 옮겨 우리를 관찰하시고</p><p>우리는 열심히 일을 시작했죠</p><p><br></p><p>아마 담날 기름값오른다는 기사가 떠서 그날은 차들이 좀 많이 들어왔던 걸로 기억합니다</p><p>차들은 줄을 서고 앞에 차가 주유중이면 뒤에 차가 먼저 빠져나가고 사무실에 사장님 소장님에 옆에 택시회사 아저씨들도 나와서 도와줘야 할 정도로 정신이 없다가....겨우 좀 차들이 빠져나가고 있는데...택시회사 아저씨가 "아이고!! 나비야!!"이러는 겁니다.</p><p>차들이 오고가고 하다가 어떤 차가 나비를 못보고 치고 가버렸나봅니다.</p><p>많이 괴로웠던지...이건 안쓸랍니다</p><p><br></p><p>그날 주유소 분위기는 싸~했습니다.</p><p>사무실에 있던 캣타워랑 장난감들도 모두 창고로 치웠죠</p><p>사장님이 그러시더라고요</p><p>"고양이는 다신 못 키울것 같다."</p><p>그동안 수많은 개를 키우고 떠나보내셨던 그 사장님이 눈물까지 흘리시고 야간반 형 말로는 밤에 나오셔서 캣타워 있던 자리 보면서 소주드시고 가셨답니다-_-</p><p><br></p><p>나비 찍었던 사진도 많았는데, 전역하고 핸드폰 바꾸면서 사진도 다 지워져버리고...</p><p><br></p><p>어제 출장길에 고향내려갔다가 그 주유소 들러서 사장님이랑 소장님도 뵙고 창고에서 워셔액이랑 불스원샷 하나 가져가라길래 아싸!!하고 들어갔다가 먼지 앉은 캣타워보니까 우리 개냥이 "나비"가 생각나서 이렇게 글써봅니다</p><p><br></p><p>정말 사랑스런 냥이였는데...사진 하나 남아있지 않고 허무하게 저세상보내버려서 너무 안타까워서...여기에 주절주절 씁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