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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604348
    작성자 : 별링
    추천 : 25
    조회수 : 1947
    IP : 121.160.***.150
    댓글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1/09 08:25:44
    원글작성시간 : 2013/01/09 03:09:38
    http://todayhumor.com/?humorbest_604348 모바일
    사랑하는 니코에게[사진있음!!!]
    니코야

    너와 네 형제들을 처음 만난 그 날은 지금도 눈에 선하단다. 이제는 제작년이 되어버린 2011년 더운 여름날이었어.

    너보다 먼저 나에게 임보맡겨진 아이들의 젖동냥을 하겠다고 너희 엄니의 젖을 빨고 있던 너희 사이에 뚜리와 포비를 놓아두었지

    착한 너희 어매와 형제들은, 아무 타박도 텃세도 없이 그 아이들을 받아주었고 너와 너희 형제들은 예쁜 눈을 또록또록 굴리며 주위를 살폈었구




    사실 저 많은 너의 형제들 중 누가 지금의 너인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분명한 건 그 때의 너희들은 내게 참 특별했다는 거야.


    그때 너희와 같은 아이들을 위해 봉사를 했던 이유는, 나 하나로 인해 너희처럼 갈 곳 없거나

    야생에서 살기 힘든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도 있었지만

    사실 내가 그 때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기도 했어.


    그나마 너희를 돌보면서 치유가 되어간다고 느낄 무렵 나는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 때 임보하던 누리와 네 젖동무 포비를 보호소로 돌려보내야 했단다.

    병원에서 내내 보호소로 돌아간 아이들 생각 뿐이었어. 열악한 환경에 몸은 괜찮은지.. 아픈덴 없는지..


    교통사고의 원인이기도 했던 정말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배신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타지에서 홀로 생활로 인한 마음의 상처까지 안고 퇴원한 지 한달 후,

    내가 보호소를 다시 찾아갈 수 있을 정도로 몸이 나아서 누리와 포비를 찾아갔을 때

    내가 가기전에 포비는 잘 있냐 누리는 잘 있냐 물어도 아무도 대답 안 해주시더라..

    불안한 마음에 달려갔을 땐 포비는 이미 하얀 박스 안에, 누리는 중성화수술 후 감염으로 인해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더라..

    나는 하얀 박스를 부여안고 하염없이 울었단다.. 정말 그 동안 참고 참았던 눈물이 한꺼번에 터지더라...

    내가 지켜주지 못해서 이 어린것들이 갔구나.. 살려보려고 데려갔다가 결국 살리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에..

    이제 고양이는 절대 다시 거두지 않을 거라고.. 내가 책임지지 못할 것 같으면 그냥 바라만 보자고.. 한참을 울었단다.


    몇달 뒤, 대학원 진학을 위해 지방에서 먼 윗동네로 이사가는 나에게 보호소의 고양이 대모님이 연락을 하셨어

    집에 큰 아이가 두마리인데.. 작은 아이를 하나 더 들이려니 주인아저씨가 못마땅해 하신다고, 혹시 생각 있음 데려가지 않겠냐고..

    처음에는 조금 망설이다가 동년배들보다 작고 약한 너의 사진을 보고 마음이 아파서 그만 또 승낙해 버렸어.

    이번에야말로  내가 잘 키울거다. 내가 잘 거둘 수 있다 하고 다짐을 했어.


    니코야.

    눈이 많이오던 이삿날, 이동장 안에서 주눅이 들어 나오질 못하던 너의 모습에 웃기기도 했지만 마음도 아팠어.

    하지만 300km가 넘는 먼 길을 달려 새집에 도착했을 때, 아직 짐도 못 푼 방에서 어느 새 이동장을 나와 기웃거리던 네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넌 모를거야




    넌 내가 하는 말에 대답도 족족 해주고, 내가 하루 이틀 집에 못 들어왔다가 들어오는 날이면 나에게 잔소리를 하곤 했지

    넌 동물농장에서 고양이 친구들이 나오면 유심히 쳐다보곤 했고, 사료는 항상 너무 급하게 먹어서 가끔 여기저기 몰래 토해놓고 시치미를 떼기도 했어

    처음엔 말썽 피우는 너 땜에 속상했는데 그것도 아저씨 눈치보느라 제대로 못 먹어서 그런건 아닐까 싶어 다음부턴 조금씩 자주 먹게 해줬지

    내가 시험기간이거나 페이퍼 제출을 앞두고 있어서 화장실 청소를 제 때 못해주거나 너랑 안 놀아주면

    여기저기 대변테러도 서슴지 않는 말썽꾸러기였지. 그건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ㅎㅎ

    그럴때도 처음엔 화가 났지만 너 자는 모습, 너 노는 모습, 너 밥 먹는 거, 나 쳐다보는 모습 하나하나에 마음을 빼앗겨서

    어느 새 왜 너에게 화를 냈었는지도 모르게 되고 되려 행복해 지는 나날들이었어.


    니코야,

    지금 그 행복을 나보다도 더 불행하고 힘드셨던 우리 어머니에게 넘겨드리고 난 후 하루하루 너에게 얼마나 감사하는지 네가 알까

    아침에 씻으려고 욕실로 향하다가 괜히 어머니 옆에서 곤히 잠든 너를 나직하게 불러도 보고

    어머니 공부를 방해하는 너와 아깽이 우다다와도 같은 몸싸움을 벌이며 깔깔거리고 웃기고 하고

    어머니 방 문을 닫고 나오면 너의 냐아~ 소리와 함께 새어나오는 어머니의 소녀같은 웃음소리에

    내가 얼마나 감사하고 감동받고 감격하는지 너는 알까

    매일 널 보며 미소지으시고 내가 집에서 밥을 먹으면 옆에 앉아 네 이야기만 하다가 할머니로부터 핀잔을 들어도

    그래도 나는 니코없으면 못산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면서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너는 알까




    니코야,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난 곧 결혼을 할 예정이고, 내 남편이 될 사람도 너의 시작과 지금까지의 행보를 아는 사람이란다.

    그 사람마저도 '고양이는 다 귀엽지만 난 우리 니코가 제일 귀엽고 예뻐. 그리고 남자다워(?).' 라고 말하며 

    고양이와 같이 산다면 너와 같이 살겠다고 말할 정도로 너를 아끼는 사람이란다.

    그리고 너는 모르겠지만 사실 이 사람이 한때 날 아프게 했던 그 사람이기도 해.

    하지만 지금은 세상 누구보다 날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내 가족과 너까지도 품고 싶어하는 사람이야.

    이미 지난 일을 언급한 이유는, 니코야, 내가 다시 행복해지기 시작한 건 너를 알고 너를 만난 이후이기 때문이란다.


    니코야,

    이 모든 행복을 내게 안겨준 네가 난 항상 고맙고 또 고마와.

    고맙다는 말로는 모든 것을 다 표현할 수 없지만 어쨌든 난 정말 네가 고맙고 사랑스럽단다.

    내가 너로인해 얻을 수 있었던 모든 기쁨과 행복, 네가 내 곁을 떠나 저 먼 어느곳으로 갈 때까지

    내가 보살피고 신경써주면서 갚아나갈게.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어머니 옆에서 자고 있을 네 생각을 하며 나는 웃는다.

    사랑한다 니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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