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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548527
    작성자 : 계란§
    추천 : 20
    조회수 : 3064
    IP : 180.230.***.200
    댓글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10/20 16:04:45
    원글작성시간 : 2012/10/20 10:44:39
    http://todayhumor.com/?humorbest_548527 모바일
    길에있던 새끼냥이...

    생각해보면 별것도 아닌 어제 있었던 일.


    어제 퇴근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와이프한테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경비실 뒷쪽 수풀에서 손바닥만한 새끼냥이가 울고있는데 어떡하냐고..

    와이프도 저도 개나 키웠었지 고양이를 키워본적은 없거든요.


    근데 굉장히 좋아해서 키우지도 않지만 눈팅으로, 어깨너머로 보고 들은게 많은터라

    오유에서 길냥이 구조나 입양, 혹은 강제집사임명을 볼때마다

    우리는 저런적도 한번도 없고 고양이 그렇게 좋아하는데도 희한하게 냥이랑은 인연한번 없구나 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얘길 들으니 

    '이거 나한테도 올것이 온 모양이다..' 라는 생각이 잠시 들더군요.

    핸드폰 너머로 와이프의 목소리는 

    내심 데려가고 싶지만 일단 저한테 전화먼저 하는 느낌이었네요.


    집으로 가는 내내 별생각이 다 들더군요. 내심 들뜨기도 하고.

    지들 삶이 있고 어미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걸 불쌍하고 이쁘다고 덥석 업어오는게 맞는지...

    허나 만약.. 어미에게서 버려진거고 거기서 울다 지쳐 죽기라도 하면 죄책감은 또 어떡하면 좋을지..

    그와중에 또, 만일 키우게 되면 집사되었다고 오유에서 인증한번 해야겠구나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ㅋㅋㅋㅋㅋ

    동네 동물병원이랑 용품샵이 아직 닫지 않았겠지? 요런생각도 하고..


    집에 도착해서 올라가니 와이프가 혼자있더군요. 

    우유를 데워서 가져다줘도 입에 대지도 않는다고..

    사람먹는 우유밖에 없어서 일단 그거라도 가져다 줘본 모양이예요.


    저녁을 먹는둥 마는둥하고 같이 다시 내려가서 보니 경비실 뒤 수풀.. 세워놓은 자전거 틈에 들어가 웅크리고 있더라구요.

    완전 갓 태어난 애기는 아니지만 이제 겨우 젖뗀 정도로 보이더군요.

    너무 이쁘게 생겨서 만져보고도 싶고... 이건 운명이야라고 단정짓고 데리고 올라가 편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인데

    사람손 타고나서 나중에 진짜로 어미한테 버려지면 어떡하나 싶은생각때문에

    참고 지켜만 보다가 일단 산책이나 하면서 생각좀 하자고 둘이 걸었어요.


    와이프는 키우고 싶어하고, 근데 자기도 현재 상황이 둘다 들쑥날쑥이고 자기 욕심처럼 사랑관심 듬뿍 주면서 

    키울 수 없다는걸 아는지라..고민을 많이 하더군요.

    이쁘다고 덥석 데려갈줄만 알았는데 현실적으로 고민을 하는걸 보고 조금은 놀랐네요.


    사실 저는 처음 전화받자마자 아~ 키우는거구나 라고 잠정적 결론을 내렸던 터라...

    그런데 많은 생각 끝의 결론이 결국은 욕심이더군요.-_-;;

    감정의 사치라고 해야 좋을지 욕심이라 해얄지 정확히 단어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너무 이뻐서 충동이 생겼었는데, 생각해보니 인간기준으로만 봐서 더 불쌍해보이고 그랬던것도 있고...(인간주제에..ㅋㅋㅋ)

    그들 삶에 이런식으로 관여하는 것도 과연 옳은건지..싶고.



    아무튼, 데려가지 않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미가 돌아올거라고 하룻밤만 한번 믿어보고 아침에 봐서 그때도 그대로 있으면 진짜 우리가 데려와 키우자고.


    집에돌아와서 건멸치를 푹 끓여서 불려 식혀서 자른종이컵에 넣어 갖다놓았는데 그것도 먹진 않더라구요.

    와이프는 냥이 얼어죽는거 아니냐고 걱정 하는데.. 아직 그정도로 춥진 않으니까.. 듣고 생각해보니 제 마누라 좀 무식하네요.


    고양이 생각에 집에와서도 계속 신경쓰이고.. 집에서 술먹자 했던것도 그냥 두고 금요일밤을 생각만 하다가 보냈네요.

    지금 생각해보니 고양이 가지고 참 피곤하게 그러는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 ㅋㅋㅋㅋㅋ

    근데 또 막상 밤에 냥이걱정에 자다깨다 자다깨다 할 것 같았지만 사실은 잘잤음 ㅋ





    아침에 나오면서 보니 냥이가 없ㅋ음ㅋ

    뭔가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정말 완전 다행이란 생각이 드네요.

    한편으론 아 이거 진짜 냥이랑은 인연이 없나봐 하는 생각도 들고.

    나중에 또 기회가 오겠죠? ㅋㅋㅋ





    핸드폰 플래시 터지면 놀랄까봐 사진도 한장 못찍었는데 ㅠㅠ

    냥이 너 임마 잘살아라~ 정신차려 이 각박한 세상속에서ㅋㅋㅋ


    토요일인데 잔업이 있어서 사무실에 나왔다가 주절주절 써봄 ㅋㅋㅋ

    재미도 없는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약. 작성자 고양이 집사되려다 실패.



    p.s 끝까지 읽어주셨는데 동물게니까 뭐라도 올려야 인지상정인듯 해서

    몇달전 중국출장때 우연히 만난 길냥이라도 조공~!!





    부자재때문에 시장에 들렀다가 40도를 넘는 날씨에 지쳐 잠시 길바닥에 엎어져 쉬고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서 저렇게 밑도끝도 없이 들이댐.




    길냥이가 이렇게 무방비상태여도 되는거냥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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