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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546056
    작성자 : 홍화
    추천 : 13
    조회수 : 1655
    IP : 1.224.***.77
    댓글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10/16 07:27:22
    원글작성시간 : 2012/10/12 21:38:46
    http://todayhumor.com/?humorbest_546056 모바일
    [자작] 세 가족 2 (끝)
    <P> </P> <P>삐비빅대는 경쾌하면서도 맑은 전자음이 들린다.</P> <P> </P> <P>고개를 들어보니 현관문 앞에 재현씨가 서 있다.</P> <P><BR>"왜 이렇게 늦게 왔어-"</P> <P><BR>재현씨는 대답하지 않는다.</P> <P>쉽게 들어오지 못하는 그의 손을 잡아 끄려는데</P> <P>그의 품에서 독하리만큼 세하게 술냄새가 풍긴다.</P> <P><BR>"술 마셨어?"</P> <P> </P> <P>"..."</P> <P> </P> <P>"왜 이렇게나 마셨어?"</P> <P><BR>그는 내 손을 부드럽게 놓았다.</P> <P>그리고는 그대로 비틀비틀 안방으로 들어가버린다.</P> <P><BR>"우리 얘기 좀 하자."</P> <P><BR>재현씨의 굵고 나직한 목소리가 들린다.</P> <P> </P> <P>그를 따라 안방으로 들어가던 나는</P> <P>혹시나 지우가 깰까 안방문을 굳게 닫는다.</P> <P> </P> <P>안방으로 들어가니 재현씨는 침대 앞에 서 있다.</P> <P><BR>"앉아-술도 마셨으면서."</P> <P> </P> <P>"...."</P> <P> </P> <P>"꿀물 타다 줄까?"</P> <P> </P> <P>"...."</P> <P><BR>얘기하자더니 말 한마디 하지 않는 그였다.</P> <P><BR>"있어봐,꿀물 타올게."</P> <P> </P> <P>"우리...."</P> <P> </P> <P>"응?"</P> <P> </P> <P>"이혼하자."</P> <P> </P> <P>"...뭐?"</P> <P> </P> <P>"이혼하자,선정아.나 너무 힘들다."</P> <P> </P> <P>"...."</P> <P> </P> <P>두달동안의 긴 소통의 부재가 끝나고</P> <P>60여일만에 첫 대화에서 그는 '이혼'을 말한다.</P> <P> </P> <P>명치 끝에서 먹먹하게 뭔가가 걸린듯 하더니</P> <P>갑작스레 토악질이 나려한다.</P> <P> </P> <P>어릴때부터 예상치 않은 일이 생기거나</P> <P>기분이 안좋아지면 줄곧 이런 느낌이었다.</P> <P><BR>"조만간 서류 준비할게."</P> <P><BR>그에게서 등을 돌리곤 화장실로 뛰어간다.</P> <P>먹은 것이 없어 나올건 없지만</P> <P>그래도 게워내야 살것만 같았다.</P> <P><BR>웩웩거리는 소리는 화장실이 작아서인지 울려퍼진다.</P> <P><BR>마주하고 앉아있던 변기의 커버를 내리고</P> <P>그대로 화장실벽에 기댄다.</P> <P>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뺨으로 흘러내린다.</P> <P>이상하다.</P> <P>게워냈는데도 뭔가가 걸린듯이 답답하다.</P> <P> </P> <P> </P> <P> </P> <P> </P> <P>한참을 있다 화장실을 나왔다.</P> <P> </P> <P>안방의 불은 꺼져 어두컴컴하다.</P> <P>지금 안방으로 들어가면 내가 우스워보일지 이상하게 보일지</P> <P>어찌되었던 들어가고 싶지 않다.</P> <P> </P> <P>지우 얼굴을 봐야 나아질거 같단 생각이 든다.</P> <P>작은 침대였지만</P> <P>지우 옆에서 잠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P> <P> </P> <P>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 지우 옆에 눕는다.</P> <P>잠결에 꼬물거리는 지우..</P> <P>저 작은 아이가 겪었을 일이 어느정도일지,</P> <P>왜 내 아이어만 했던건지..</P> <P>지우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더 답답해졌다.</P> <P><BR>"으..음..엄..마..엄마.."</P> <P><BR>지우가 엄마를 찾는다.</P> <P>지우 목소리가 이렇게도 작았던가..</P> <P>시야가 흐려진다.</P> <P><BR>"지우야,엄마 여깄어..."</P> <P><BR>지우의 작은 손을 꼭 쥐어본다.</P> <P>불덩이 같다...</P> <P>지우의 이마를 찾아 손을 갖다 대본다.</P> <P>역시나 뜨겁다.</P> <P>그대로 일어나 안방으로 달려간다.</P> <P> </P> <P>"지우아빠!"</P> <P><BR>얼마만에 큰 소리를 낸건지 목소리가 갈라진다.</P> <P>재현씨는 놀랐는지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P> <P><BR>"지우가..지우가 아파."</P> <P> </P> <P>"뭐?"</P> <P> </P> <P>"지우가..많이 아픈가봐,여보.."</P> <P><BR>눈물이 났다.</P> <P>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다.</P> <P>내게 끝이라고 말하는 남편과</P> <P>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았는데 불덩이처럼 열이 나는 딸아이</P> <P>둘 중에 어떤게 더 눈물이 나는건지도 모르겠다.</P> <P><BR>"진정 좀 하고..병원부터..아니.."</P> <P> </P> <P>"어떡해..어떡해..지우 불쌍해서 어떡해.."</P> <P><BR>지금까지 막혀있던걸 토해내듯 울었다.</P> <P><BR>두달동안 집안을 가득 메웠던 정적을 토해낸다.</P> <P>죄책감을 이기지 못한 남편에 대한 원망을 토해낸다.</P> <P>도리질만 해대던 딸아이에 대한 죄책감을 토해낸다.</P> <P> </P> <P>토해내고 토해내는데도 끊임없이 뭔가가 올라왔다.</P> <P><BR>"정신 좀 차려!!!좀!!!!"</P> <P><BR>바닥에 주저앉은 내 어깨를 거칠게 흔든다.</P> <P><BR>"그..그래..지우아빠.병원부터..."</P> <P><BR>힘겹지만 재빠르게 일어나려는 내 팔을 낚아채듯 끌고 가는 재현씨였다.</P> <P> </P> <P>그리고는 지우의 방문을 벌컥 열었다.</P> <P> </P> <P>놀란듯한 지우가 동그랗게 눈을 뜨고 우리를 바라본다.</P> <P><BR>"놀랐구나.놀라지마..지우야.."</P> <P><BR>지우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싼다.</P> <P>지우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P> <P>그런 지우를 보고있자니 재현씨가 원망스러워진다.</P> <P><BR>"당신-"</P> <P> </P> <P>"잘봐."</P> <P><BR>재현씨는 그대로 성큼성큼 걸어온다.</P> <P>그리고는 지우를 들어올린다.</P> <P><BR>"지우는 죽었어."</P> <P> </P> <P>"뭐?"</P> <P> </P> <P>"지우는 죽었어.두달전에! 시체로 발견됐어, </P> <P> 그 화장실에서..손발이 묶인채로."</P> <P> </P> <P>"아니야..거짓말하지마."</P> <P> </P> <P>"TV에 지금 얘 얼굴이 나와..</P> <P> 선정아,얘도 엄마가 있고 아빠가 있는 애야.</P> <P> 그만하자..얘 보내주고.."</P> <P> </P> <P>"거짓말 하지마!!!!!!!!"</P> <P> </P> <P>"우리같이 아파하는 부모가 또 생겨야겠니?"</P> <P> </P> <P>"거짓말..이잖아.재현씨..응?..아니잖아.."</P> <P> </P> <P>"우리만으로 충분하잖아..보내주자.응?"</P> <P> </P> <P>"아니야...아니..잖.."</P> <P><BR>하얀 천이 생각난다.</P> <P>그 아래로 보인 지우의 손이 생각난다.</P> <P><BR>"싫어.."</P> <P> </P> <P>"선정아."</P> <P><BR>그의 품에서 지우를 빼앗아 든다.</P> <P> </P> <P>그대로 어디로 가야할지 헤매다</P> <P>식탁위에 있던 지갑을 챙긴다.</P> <P><BR>"최선정!!"</P> <P> </P> <P> </P> <P> </P> <P> </P> <P> </P> <P> </P> <P>적막하다.</P> <P>두달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집안에는 적막함만 가득하다.</P> <P>죄책감에 말문을 닫아버린 남편과</P> <P>상처를 부둥켜안고 작은 새마냥 부들부들 떨어대는 딸과</P> <P>우리 셋은 그렇게 적막함사이에 있다.</P> <P><BR>가슴에 자리했던 먹먹한 것들은 사라진지 오래였다.</P> <P><BR>단지 희미해지는 정신과 </P> <P><BR>우리 셋을 이어주는 붉고 진득한 것들만이 있을 뿐이었다.</P> <P> </P> <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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