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목 - [김세훈의 창과 방패] AFC는 구멍가게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근무하고 있는 지인이 있습니다. 그 분에게 몇 년 전 제가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AFC는 어떤 조직입니까" 그 때 그 분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동네 구멍가게와 똑같습니다."
그 때는 설마 했습니다. 그래도 47개 아시아국가 축구를 총괄하는 곳인데 그렇게 형편없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AFC가 어제 수원-알 사드전과 관련해 내린 징계 결정을 보고는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FC는 수원-알 사드전에서 발생한 그라운드 난투극 추가 징계를 어제 발표했죠. 난투극에 휘말린 수원 스테보와 테크니컬 지역을 벗어난 고종수 트레이너에게 추가로 6경기 출전 징계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관중을 폭행한 알사드 케이타 압둘 카데르는 징계를 받지 않았습니다. 다른 알사드 선수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래서 이들은 5일 전북과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뜁니다. 관중을 때리고도 경기에 뛸 수 있다니... 어이가 없죠. 이건 해도 해도 정말 몰상식한 결정입니다. 동네 구멍가게도 이 것보다는 나을 겁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결정이 나온 걸까요. AFC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맘 회장이 수장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함맘은 카타르 출신이죠. 함맘은 장기집권을 하는 동안 AFC 내부에 카타르를 비롯한 중동세력을 많이 키워놨습니다. 각 위원회에서 중동국가 인사가 곳곳에 포진해 있습니다. AFC 아래 4개 조직이 있죠. 그 중 대표적인 게 동아시아연맹(EAFF)과 서아시아연맹(WAFF)입니다. EAFF는 한국, 일본, 중국 등이 속해있습니다. WAFF는 이란, 이라크, 사우디, 카타르, 레바논 등 중동 국가가 모조리 있고요. WAFF는 역사적으로 이슬람이라는 종교로 한데 묶인 집단입니다. WAFF 수장은 요르단 알리 왕자입니다. 다들 기억하시죠? 올해 초 정몽준 회장을 제치고 FIFA 부회장이 된 사람입니다. 이렇게 종교로, 권력으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WAFF가 AFC에 사사건건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은 AFC 내부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AFC는 1년 캘린더를 만들 때 7월말부터 8월초까지는 공식 경기를 거의 잡지 않습니다. 왜 일까요? 그건 이슬람의 라마단 기간과 겹치기 때문이죠. 음식을 절제해야하는 라마단 기간, 아랍 선수들이 경기에 뛰면 지장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중동 국가들이 AFC에 압력을 행사해 얻어낸 거죠. 축구가 종교와 무관해야한다는 말, 아랍에서는 절대 통용되지 않습니다. WAFF가 수원-알사드 상벌위원회에 조직적으로 로비했을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한술 더 떠 이번 건과 관련해 WAFF는 참으로 야비한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WAFF는 최근 AFC에 챔피언스리그 결승날짜를 미뤄달라고 요청했죠. 5일 전후가 일부 중동국가의 종교 홀리데이와 겹친다는 게 이유였죠. 홀리데이에 축구를 보면 안 되나요? 말이 안 되는 억지 논리입니다. 며칠 전 결국 AFC는 WAFF를 가까스로 달래 결승전을 예정대로 치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어제 AFC가 알사드에 대해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습니다. 결승전을 예정대로 치르는 대신 알사드 선수에 대한 면죄부를 줬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수원 스테보, 고종수 코치는 지난 1차 상벌위원회에 이어 이번 2차 상벌위원회를 통해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AFC는 알사드 선수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 논란의 소지 등을 이유로 이제야 비로소 1차 상벌위원회를 한 거죠. 그리고는 일단 '무혐의'로 잠정결론이 내린 겁니다. 알사드 선수들을 결승전에 출전시키기 위한 꼼수라고 볼 수밖에 없죠. AFC는 당연히 불공정한 징계결정으로 인해 비난을 받겠죠? 그래서 AFC는 11월 중순 이후 알사드 선수들에 대한 2차 상벌위원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때까지 여론 추이를 봐가면서 징계가 필요할 경우 추후 내리겠다는 의도죠. 결승전이 끝난 뒤에 내리는 징계, 우리에게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 때 중징계가 내려져도 알사드는 겉으로는 앓는 소리 하면서 뒤돌아서 AFC에 윙크 한번 날리고 징계를 수용하면 그만입니다. 참으로 교활하고 야비한 작태입니다. 수원, 전북은 AFC에 항의 뜻을 전달하는 걸 검토하고 있습니다. 프로축구연맹도 그렇고 대한축구협회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실제 결승전에 앞서 징계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전무합니다. 결승전 이후 우리가 더욱 강하게 항의하면 AFC는 모르는 척 추가 징계를 내릴 겁니다. 그렇게 되면 AFC는 불공정한 징계를 내렸다는 비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권위를 일정 수준 회복할 수 있겠죠. 그게 아마 WAFF와 AFC가 그리고 있는 시나리오일지 모릅니다. 그들의 시나리오대로 하는 거라는 거 알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항의를 안 할 수도 없으니 우리 입장에서는 참으로 답답한 노릇입니다. 결국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해야만 하는 것은 전북이 알사드를 실력으로 깨부수는 것 뿐입니다. 그건 로비로, 권력으로, 종교로 하는 게 아니라 실력으로 하는 거니까요. 이번 결승전은 동아시아축구연맹을 대표하는 K리그가 교활한 의도로 똘똘 뭉친 몰상식한 집단 중동에 뜨거운 맛을 보여주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우리는 결승전 결과와 무관하게 AFC에 끈질기게 알사드 선수에게 강력한 추가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야합니다. 만일 전북이 우승했다고 기분이 좋아 봐주기라도 하면 중동국가들은 다음에도 똑같은 짓을 또 할 겁니다. 결승전은 전북의 홈 전주, 아니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벌어집니다. 알사드가 전주를 지옥으로 느끼게 해줍시다. 무서워 덜덜 떨면서 제대로 뛰지도 못하게 말입니다. 저들처럼 '지저분하고 야비하게'가 아니라 우리식으로 세련되고 절제되고 상식적으로 말이죠. 그리고 전북이 알사드를 큰 점수 차로 박살내길 응원합시다. 그런 바람이 이뤄진다면 얼마나 통쾌할까요. 전북 팬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팬들의 답답한 마음, 확 풀릴 겁니다. 전주가 비뚤어진 중동 권력의 야합을 확실하게 뭉개버리는, 신명나는 난장판이 되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지난해 전주성에서 있었던 결승은 알사드가 이겼고, 징계는 끝내 없었던걸로 기억합니다.
기름냄새 참 진동을 합니다. -_- 밑에 최루탄도 그렇고 그쪽 종교인들은 왜 그렇게 극단적인지 모르겠습니다. 현 AFC조직의 기름냄새는 분명한 아시아축구 발전을 저해하는 암덩어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