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MBED src=http://pds24.egloos.com/pds/201206/23/71/06_My_Machine.swf wmode="transparent"> <BR><BR><BR>한참 모니터를 바라보다 주변을 둘러보았다.<BR>옆에 있기를 바랬다만 객실 청소중인 듯 아내가 자리에 없었다.<BR><BR>자리를 털고 일어나 4층으로 향했다. <BR>계단을 오르며 오늘따라 카펫에 벤 쾌쾌한 향이 거슬렸다.<BR><BR>이불더미를 양손 가득 움켜쥔 아내가 복도 탕비실을 향해 걸었다.<BR>나와 눈을 마주치고도 아랑곳 안는 듯 자연스러운 발걸음에 기운이 빠지는 듯 하다.<BR><BR>"여보." 하고 부르자 태연히 고개를 돌리며 걸음을 멈추는 아내.<BR><BR>"우리 모텔에 언제부터 404호실이 있었어?" 하고 묻자 씨익하고 웃는다.<BR><BR>멍하니 아내를 계속해서 바라보자 아내는 이불더미를<BR>탕비실에 대충 던져놓고는 내 손을 이끌며 카운터로 돌아갔다.<BR><BR>카운터 좁은 방안에 나를 앉힌 아내를 왜인지 자세를 가다듬더니 만연한 미소를 띄었다.<BR><BR>"인기 좋잖아. 404호실."<BR><BR>아내의 해맑은 웃음에 동조할 수가 없었다.<BR><BR>"우리 404호실 없잖아. 사람들이 404호실 가려면 너한테 이야기 해야 한다는데?"<BR><BR>"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어?"<BR><BR>"인터넷에 올라와있어. 어떻게 된거야?"<BR><BR>아내가 계속 웃으니 어쩐지 모르게 나에게도 웃음이 베인다.<BR>내 얼굴에도 웃음이 번지자 아내는 표정을 한층 더 밝히며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들었다.<BR><BR><404호> 라고 적혀있는 열쇠꼬리. 다만 우리 모텔에서 사용하고 있는 투박하고 네모난 플라스틱<BR>열쇠자루가 아닌 손으로 만든듯 어딘가 허접한 나비모양으로 오린 종이를 코팅하고 속에 빨간색 매직으로<BR>404호라고 적어 놓았다. 정성스레 쓰인 404호라는 빨간글자에 아내의 악취미가 느껴지는 것 같다.<BR><BR>"뭐야?"<BR><BR>"내가 만들었지! 우리 모텔 404호실 없잖아."<BR><BR>"그럼 방 문패도 니가 띄었어?"<BR><BR>아내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무엇이 어찌되었든 장사가 잘되면 그만이라는 듯<BR>아내는 나를 타이르며 열쇠를 카운터 열쇠단지에 가지런히 걸어 두었다.<BR><BR>"앞으론 예약도 404호로 받아."<BR><BR>객실정리를 떠나려는 듯 해맑게 돌아서는 아내를 향해 마지막으로 물었다.<BR><BR>"404호. 원래 몇호실이야?"<BR><BR>아내는 한참을 우두커니 서서 침묵하곤, 내게 대답하지 않은체 어디론가 발걸음을 재촉했다.<BR></P> <P> </P> <P><BR>처음 모텔을 오픈했을 때였다. 겨울날 찬바람이 그 전에 비해서 한층 더 매섭게만 느껴지던 때.<BR>광택이 요란스러운 검정색 다운자켓을 입은 여성이 홀로 모텔을 찾은 일이 있었다.<BR><BR>밑에는 옷을 입었는지 벗었는지 자켓 밑단에 슬쩍 가려진 허벅다리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서<BR>마치 잘못보면 웃옷만 입은 형태처럼 허전했다. 그녀는 태연한 표정이었지만, 그녀의 옷차림은<BR>되려 보는 이로 하여금 부끄러움과 민망함이 일게했다. 머리칼을 검정색으로 염색했는지 칠흑같이<BR>어두운 단발머리와 말쑥한 생김세가 도시의 여성이라는 분위기를 풍기며 세련되고 도도한 아름다움이<BR>짙은 향수향과 함께 넘실거렸다.<BR><BR>그녀는 카운터에 신용카드를 내밀며 14일치를 미리 끊어달라고 했다.<BR><BR>"저, 글을 좀 쓰려고 하는데 조용한 방 없나요?"<BR><BR>조용하고 자시고 당시에는 손님이 얼마 들지않아 모텔복도에서 잠을 청해도 좋을 정도였다.<BR>나는 손님에게 신경을 쓰는척하며 모텔에서 가장 높은 층인 4층의 가장 구석방을 잡아주었다.<BR><BR>스스로 말하길 글을 쓴다는 그녀였지만 때때로 그녀가 있는 방을 찾는 남성들이 있었다.<BR>매번 확연히 달라지는 남성들의 분위기, 인상, 연령대.<BR><BR>그녀에 대한 의아감이 들던 나는 그 이후로도 한달여간 그녀가 장기투숙을<BR>하게 되면서 의아감이 확신감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BR><BR><BR><BR>옛생각에 잠긴체 나는 나비모양의 열쇠고리를 집어 들며 404호실로 발길을 옮겼다.<BR>4층의 가장 구석진 방. 이곳은 원래 502호실이다. 괴담이 이슈가 되기 전까지 몇년간 손님을 받은 적이 없었다.<BR><BR>열쇠를 따고 방문을 열자 방안에 향긋한 방향제 냄새가 물씬했다.<BR>벌써 거의 10년이 되가는 동안 한번도 리모델링 하지 않아 그대로인 방.<BR><BR>내가 직접골랐던 카키색의 꽃무늬 커튼, 하얗고 얇은 천으로 쌓인 킹사이즈 침대,<BR>어두운톤의 갈색 화장대, 색바란 꼬마냉장고, 20인치 텔레비전 그리고 그 위에<BR>손바닥 만치 조그마한 고흐의 해바라기 복사품 액자.<BR><BR>모두 먼지하나 없이 깔끔하게 청소되어 있는 모습이다.<BR><BR>귀신따위는 없다. 어디에도.<BR><BR>방안을 가만히서서 바라보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쿡쿡하며 찔렀다.<BR>머리칼이 쭈뼛 서는 듯한 소름이 일며 눈앞이 잠시 시껌해지는 것을 느꼈다.<BR><BR>조심히 뒤를 돌아보니 그녀가 해맑은 웃음을 띄며 서있었다.<BR>짙은 검정의 단발머리가 아름다워보였던 도시적인 그녀.<BR><BR>그녀는 지금 나를 "여보"라 부르고있다.<BR><BR>갑자기 겁을 먹은 탓인지 아내의 얼굴을 보자 안도감이 일어 아내의 웃는 모습이 몹시 애잔히 느껴젔다.<BR>아내를 가만히 깊게 끌어 안자. 아내도 말없이 양팔을 둘러 나를 가만히 껴안아 주었다.<BR><BR><BR>2부 끝</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