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한 17~18년 가까이 전이려나.<BR><BR>초3때, 학교를 갔다가 우산을 들고는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BR>갑자기 비가 후두둑 오기 시작해서 얼른 우산을 폈다.<BR>우산을 펴자마자 금방 비가 그쳤다.<BR><BR>우산을 접자마자 다시 비가 온다.<BR>폈다.<BR>멈췄다.<BR><BR>그러기를 8번쯤 반복했던 것 같다.<BR><BR>'헤에~'<BR><BR><BR>어린 나는 날씨신이 장난치고 있다고 생각했다.<BR>그래서 장화로 물웅덩이를 가볍게 밟으면서 중얼거렸다.<BR><BR>"심술쟁이. 하지만 앞으로는 내가 해달라는대로 해줄거지?"<BR><BR><BR>그러고나서는 그냥저냥 무난하게 살아왔다.<BR>사실 날씨가 굳이 변할 필요가 없었다ㅋ<BR><BR>그리고 대학생이 되었다.<BR>산행을 자주하는 동아리에서 MT를 가곤 했다.<BR>사람들은 날씨가 좋을 때마다 '회장의 순결'을 운운했었다.<BR><BR>2학년 때, 아주 중요한 MT를 내가 하루 늦게 갔던 적이 있었다.<BR>가보니 하루나 이틀전에 왔다는 사람들이 다들 방 안에만 늘어져있는 것이다.<BR>비가 너무 와서 산행을 못했다는 것.<BR><BR>장난삼아 말했었다.<BR><BR>"제가 와서 내일부터는 괜찮을거에요^^"<BR>"아니면 죽는다ㅋ"<BR><BR>...정말 괜찮았다.<BR><BR><BR>그리고 소규모 산행을 갔는데, 구름이 산정상을 너무 가리고 있었다.<BR>'좀 떠나가줘'<BR>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정말로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BR><BR><BR>그리고 3학년 때인 5~6년 전 (회장이 바뀌었다)<BR>그 때에는 제주도로 산행을 갔었다.<BR><BR>개학 후에 만난,<BR>같은 동아리가 아닌 선배에게 장난삼아 말했다.<BR><BR>"제가 순결해서 날씨가 좋았어요^^"<BR></P> <P><BR>곁을 지나가던 같은 동아리의 선배가 진지한 표정으로 끼어들었다.</P> <P> </P> <P>"진짜야"</P> <P><BR>어? 이건 무슨 반응이지? ;;;<BR><BR>알고보니 그 당시에 태풍 세개가 제주도로 들어오고 있었다고 한다.<BR>그리고 나하나는 동해로 튕겨내고<BR>하나는 일본으로 튕겨내고<BR>마지막으로 진로를 바꾸지 못했던 녀석은 아예 바다 위에서 소멸해버렸다고...</P> <P>(그나저나 제주도는 정말 힘들겠어요. 일주일에 태풍 세개씩이나 오기도 하고;;;)<BR><BR><BR><BR>가볍게는...<BR>친오빠가 군대를 가있던 겨울,<BR>제대하기 2~3주 전쯤에 휴가를 나왔다.<BR>오빠의 얼굴을 보면서 다시 날씨신에게 빌었다.<BR><BR>'오빠가 제대하기 전까지는 절대 눈을 내리지 말아줘'<BR><BR>...강설량이 많은 편인 1월인데, 2주간 전혀 눈이 오질 않았었다.<BR><BR><BR><BR>어머니 손에 이끌려가서 골프를 배우고는,<BR>그 다음날 필드에서 라운딩을 하기로 예약을 했다고 하셨다.<BR><BR>그런데 그 전날 밤 TV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하는 것이었다.<BR>영화 시작이 12시쯤<BR>아침 골프는 8시까지 준비해서 나가기로 약속되어 있었다.<BR><BR><BR>...설마 영화가 5시간 가량일줄은 몰랐다;;;<BR><BR>그래서 이번에는 좀 치사한 소원을 빌었다.<BR><BR>'저 절대 못 일어나요.<BR>골프장 내일 하루 못하게 해주세요'<BR><BR><BR>...일기예보에도 그다지 예상되지 않았던 눈이 새벽 5시부터 내리기 시작해서는<BR>아침 8시에는 눈이 쌓여 골프를 칠 수 없게 되었다고 골프장에서 연락이 왔다<BR><BR><BR><BR>한국에서만 나타난건 아니었다.<BR>2년 전에는 이집트 관광을 갔었다.<BR>버스를 타고 사막을 달리는데, 모래먼지가 심하고 건조했다.<BR><BR>'비는 안 오나...'<BR><BR>비가... 왔다;;<BR>우리를 인솔하던 가이드 아저씨도<BR>가이드 생활 7년만에 사막에 비오는건 처음 봤다고 하셨다.<BR>비록 극소량이긴 했지만,<BR>뭔가 날씨신(?)의 마음이 느껴져서 기뻤다.<BR><BR><BR><BR><BR>...내게 아직 이 능력이 남아있다면 좋겠다.<BR><BR>몇 년 전에, 너무 마음이 다치고 하다가 곧 죽을거라는 진단을 받고는<BR>가벼운 예지몽 능력도,<BR>이런 날씨신의 가호도 모두 필요없다는 식으로 혼자 하늘에 대고 소리질렀던 적이 있는데...<BR><BR>그 이후로 예지몽도 잘 안 꿔지고, 날씨도 내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다...<BR><BR><BR>그리고 한가지 능력(?) 더...<BR>대학 때, 시험기간에 공부를 하는데<BR>문득<BR><BR>투둑-<BR><BR>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떨어졌었다.<BR><BR>뭐지...하다가 그냥 넘어갔는데<BR>내가 갑자기 눈물흘렀던 그 시간은, 조금 아는 후배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살을 했을거라 추정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BR><BR><BR>친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에도, 느닷없이 마구 허전하고 슬퍼졌는데 (돌아가셨다는 말 듣기 전부터)<BR>30분쯤 후에 담임선생님이 갑자기 교무실로 부르기에<BR>할아버지 돌아가셨다는 말도 아직 듣기 전부터 엉엉 울면서 교무실로 갔던 적도 있고...<BR><BR><BR>그리고 오늘 아침<BR>또 괜히 눈물이 뚝뚝 났다...<BR><BR>이번에도... 일까?<BR><BR><BR><BR>날씨신님<BR>이름 멋대로 붙여서 죄송해요.<BR>존재하는지 하지 않는지<BR>아직도 저를 아껴주시는지는 모르겠지만...<BR><BR>제발... 이 나라를 망가뜨리지 말아주세요<BR>이미 살기 힘들어요...<BR><BR>저도 더이상은 내 목숨이 얼마 안 남았네 어쩌네<BR>세상 다 싫으네 이런 능력들 필요없네 마네 하지 않을테니<BR>이번에도 부탁드려요<BR><BR>이번에는 제주도뿐만 아니라 이 나라를 지켜주세요<BR>제가 이 나라 전체에 있다고 생각해주세요...</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