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 <P> </P> <P> </P> <P>교수님들.</P> <P>등록금 댈 형편이 안되면 차라리 대학을 오지 말고 기술을 배워서 먹고 살라구요?</P> <P>여자인 제가 배워서 제대로 먹고 살 수 있는 기술이 몇 개나 될까요.</P> <P>여자는 시집가면 집에 박혀서 살림이나 하면 되니까 결혼 자금 마련할 정도만 벌고, 공부따위는 하지 않아도 된다구요?</P> <P>당신들은 당신 혼자 버는 돈이면 논현동에 좋은 주택 한 채 짓고, 역삼동에 비싼 빌딩에 사무실 겸 아틀리에를 차리고,</P> <P>와이프한테는 어디가서 꿀리지 말라고 명품백을 사주고, 아들딸은 가기 싫다고 해도 유럽으로 유학을 보내주고 할 수 있어서</P> <P>나같은 사람을 이해 못하겠지요.</P> <P>적어도 나는 남편을 돈벌어다 주는 기계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P> <P>우리 부모님처럼, 힘들 때면 같이 벌고, 형편이 조금 어려워져도 그걸 돈 못버는 남편 탓하며 살고 싶지는 않아요.</P> <P>그리고, 여자이지만 나도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P> <P>비록 책 들여다보며 연구하는 학문은 아니지만, 이 분야를 열심히 공부하고 싶습니다.</P> <P>당신들의 젊은 시절처럼 나도 열정으로 가득 차 있거든요.</P> <P>당신들처럼 교수가 된다거나, 이 분야의 역사에 한 획을 그를 정도로 이름을 날린다거나 하는 거창한 일들을 해낼 자신은 없지만,</P> <P>내가 할 수 있는데까지는 열심히 노력해보고 싶습니다. 그러니 내 학구열을 무시하지 말아주세요.</P> <P>그리고 제발 딸자식 유학 보내놨더니 돌아와서는 취직도 안하고 집에서 놀고 있다는 얘기 꺼내지 말아주세요.</P> <P>당신은 하소연으로 하는 소리일지 몰라도, 나는 당신이 껄껄거리며 하는 그 얘기를 들을때마다 내 자신이 초라해져서 복장이 터집니다.</P> <P> </P> <P>친구들아.</P> <P>나는 한달에 20만원 받는 것도 고맙고 죄송스러워서 기숙사 밥이 나오지 않는 점심은 거르고, 주말에는 거의 컵라면으로 매 끼니를 떼운단다.</P> <P>그럴때마다 왜 그렇게 궁상을 떠냐며 싫어했지.</P> <P>너희들과 같이 술을 마시고, 노래방을 가고, 쇼핑을 가고 어울리려면 어쩔 수 없단다.</P> <P>돈이 부족하면 부모님한테 졸라서 용돈 좀 올려달라고 하라고?</P> <P>나도 정말 돈이 부족할때면 2만원만, 3만원만 더 달라며 집에 전화를 해.</P> <P>근데 그럴때마다 돈 좀 더 보내달라는 말이 도저히 입에서 나오지를 않더라.</P> <P>집 안 사정 뻔히 아는데, 그저 유흥비로 다 나가는 돈을 달라기가 너무 미안해서.</P> <P>그런데 너희는 일주일에 20만원씩 받으면서도 매번 부족하다며 핸드폰을 붙잡고 징징거리더라.</P> <P>그러다 맘대로 안되면 핸드폰을 내던지며 부모 욕을 하지.</P> <P>솔직히 가끔 너희가 부러울때도 있어. 나도 돈 쓰는 걸 모르지는 않잖니.</P> <P>예쁜 블라우스도 사고 싶고, 다 풀려서 그냥 질끈 묶고 다니는 머리, 파마도 다시 하고 싶고, </P> <P>한 잔에 만 원 가까이 하는 커피도 별거 아닌듯이 사먹고 싶어.</P> <P>그래도 나는 그럴수가 없더라.</P> <P> </P> <P>미친 동생놈아.</P> <P>너는 어디서 땡전 한 푼 벌어본 적 없으면서 돈은 아주 펑펑 잘 쓰고 다니더라.</P> <P>우리 형편을 모르는거니, 아니면 알 면서도 그 지랄 하고 다니는거니.</P> <P>우리가 어디 티 한장에 몇 만원, 신발 한 켤레에 이십 몇 만원 하는 것들 입고 다닐 형편이니?</P> <P>그런거 안 입으면 밖에 나가서 쪽팔린다고? 뚫린 입이라고 겉멋만 잔뜩 들어서는. 엄마 아빠 앞에서 그 딴 소리가 나오니?</P> <P>대가리에 든게 없는걸 더 쪽팔려해라 이 꼴통아.</P> <P>그리고 고3 놈이 참 잘 놀고 다니더라.</P> <P>이제 수능이 얼마나 남았다고 볼만한 영화는 다 챙겨보고, PC방도 가고, 여자 친구랑 데이트하고.</P> <P>그러면서 돈은 니가 다쓰데? 영화표도 니가 사, 밥도 니가 사, 커피도 니가 사.</P> <P>니가 무슨 재벌집 아들인 줄 아니? 그 여자애는 돈 안쓰면 안만나줘? 연애질도 형편 봐가면서 해.</P> <P>그리고 나도 미술 해봐서 알지만 재료비 그렇게 많이 안들거든?</P> <P>용돈도 따로 받으면서 교통비, 재료비, 밥 값까지 다 챙겨받더라?</P> <P>엄마는 또 니가 달라고 하면 돈이 없네 돈이 없네 하시면서도 몇 만원씩 꼭 쥐어주시지. 그러고도 많이 못 줘서 미안하다고만 하시지.</P> <P>근데 너는 그 돈으로 뭘 했지? 재료를 사?</P> <P>아니, 넌 그 돈으로 옷을 사고, 친구들 하고 놀러가고, 여자 친구 입에다 털어 넣지.</P> <P>밥도 참 좋은 것들만 챙겨먹더라. 나는 그 시절에 돈 더 달라고 하는 것도 미안해서 삼각김밥 하나로 저녁을 먹었어.</P> <P>물론 사내새끼라 좀 더 든든하게 먹어야겠지.</P> <P>근데 그거 아니? 아빠는 그 연세가 되셔서도 막노동에 가까운 일을 하시면서, 점심시간이 되면 굉장히 출출하실텐데도</P> <P>6천원 짜리 국밥 드시려면 손이 덜덜 떨리신데. 그래서 매일 김밥 한 줄과 집에서 싸간 커피로 점심을 떼우셔.</P> <P>난 좋은거 먹을때면 그런 아빠가 떠올라서 목이 메이던데 너는 참 잘도 쳐먹더라.</P> <P>내가 잔소리 하면 누난 그렇게 퍽퍽하게 살지 좀 말라고 하지 너는. 넌 좀 퍽퍽해질 필요가 있어 이 양심 없는 놈아.</P> <P>나중에 잘 벌어서 효도 하면 된다고? 차라리 말을 꺼내지마.</P> <P>농담으로라도 자기 성적으론 지방대도 못가겠다면서 낄낄대면 너 하나 죽여서 입도 덜고, 대학 보낼 돈 도 아끼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드니까.</P> <P> </P> <P>엄마 아빠.</P> <P>못난 딸이라 항상 죄송해요.</P> <P>애초에 국립대는 못가는 전공에, 나중에 사회에 나가도 돈도 제대로 못버는 일을 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려서 항상 죄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어요.</P> <P>학기중에는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을 타고, 방학때는 할 수 있는 알바는 다 찾아서 돈을 벌어도,</P> <P>이 놈의 야속한 등록금은 대출을 받지 않고서는 도무지 해결 할 수가 없네요.</P> <P>그나마 소득 분위가 낮아서 취업 후 상환으로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P> <P>일반 상환이면 어쩔 수 없이 부모님한테 손을 벌려야 하잖아요.</P> <P>공부 하는 거 만큼은 돈 걱정 없이, 좋은 교육 시켜주고 싶었는데 </P> <P>그러질 못해서 미안하다고 눈물을 보이시는 아빠를 볼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파요.</P> <P>그렇다고 해서 아빠를 원망하는 마음을 가진 적 한번도 없으니까 미안해하지 마세요.</P> <P>엄마도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지 마세요. 제가 돈 맡겨놓고 태어난 것도 아니잖아요.</P> <P>이미 많은 것을 받았고,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P> <P>제가 특출나게 재능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만큼 남들보다 열심히하고 성실하게 하잖아요. 그러다보면 언젠간 빛을 볼 날이 있겠죠.</P> <P>그런 날이 오면, 엄마 아빠 호강 시켜드릴거에요 진짜.</P> <P>아빠는 좋은 카페를 차려드리고 싶어요. 좋은 메이커의 악기도 장만해드리고 싶구요.</P> <P>장남에 할아버지도 일찍 여의신 죄로 동생들 뒷바라지 하느라 타고난 재능을 썩히신거 보면 너무 안쓰러워요.</P> <P>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악기도 실컷 연주하시고 손님들과 술도 함께 마시며 즐거운 노년을 보내셨으면 좋겠어요.</P> <P>누구보다 고생하며 작은 아빠들에 이어 저희까지 키우신 아빠는 그 정도 누리실 자격이 있어요.</P> <P>그리고 얼굴만 봐도 자꾸 눈물이 나는 엄마.</P> <P>바다 건너라고는 신혼 여행으로 제주도 딱 한 번 가보고, 그것도 비행기 삯이 없어 배로 갔다왔잖아요.</P> <P>우리 엄마 어디든 말만 하면 다 보내줄 수 있게 돈 많이 벌꺼에요.</P> <P>매일 집안 살림 하고 거기다 돈까지 버느라 다 갈라지고 문드러진 손도 매일 관리 받아 뽀송뽀송한 손 되게 해주고 싶어요.</P> <P>우리가 안 입는 티 가져다 걸치고 결혼 할 때 산 옷 고쳐 입고 줄여 입고 하는 거 볼 때마다 속상해요.</P> <P>예쁜 옷, 예쁜 백, 예쁜 신발 다 사주고 싶어요.</P> <P>어렸을 때 철없이 고모랑 살고 싶다고 했죠. 고모네 집은 잘 살잖아요. </P> <P>일하는 아줌마도 있고 과자도 잔뜩 먹을 수 있는 그 집에서 놀다보면, 어린 마음에 그 집 딸로 태어나고 싶다고 생각했던게 어렴풋이 기억나요.</P> <P>고모댁으로 데리러 온 엄마가 여기서 살고 싶다며 떼쓰는 날 보고 얼마나 상처 받았을지 생각하면 진짜 가슴이 미어져요.</P> <P>근데 그거 아세요? 지금은 엄마 아빠 딸로 태어난게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해요.</P> <P>조금 못 벌면 어때요. 날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계시잖아요.</P> <P>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가 엄마 아빠 얘기를 하니까 또 코 끝이 찡하네요.</P> <P>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사랑해요.</P> <P> </P> <P> </P> <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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