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연(蕭衍)이 소보융(蕭寶融)을 옹립하여 화제(和帝)로 세웠다고는 하나, 역사가 보여주는 사례가 늘 그렇듯, 사실상의 실세는 소연이었고 천하의 민심또한 제(齊)를 떠나 소연에게로 쏠려있었습니다.

소연은 그 기세를 타고 502년, 화제(和帝)에게 정식으로 양위를 요구합니다. 친척 아저씨 뻘이 되는 소연의 강압에 못이긴 화제 소보융은 맥없이 요구에 응하고 황위를 내어주죠. 그리고 소연은 국호를 양(梁)이라 고치니 이것이 곧 제(齊)나라의 멸망입니다. 이렇듯 같은 성씨 가진 일족이 왕조를 뒤엎고 새 왕조를 개창하는 경우는 당시로선 전무후무한 일이었습니다. 대개 역성혁명이라 하여, 다른 성씨 가진 이가 기존의 왕조를 멸하고 새 나라를 건국하는 것이 통념으로 여겨지던 사회에서 아마 혁신적인 일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하지만 소연도 나름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아마 제(齊)라는 부패하고 무능했던 왕조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새로이 국호를 정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무튼, 훗날의 후세에선 소연(蕭衍)을 양(梁) 무제(武帝)라 하여 남조(南朝) 최고의 성군으로 평합니다. 또한 무제의 48년에 걸친 치세동안에는 학문, 문화, 경제, 정치 등 다방면에 있어서 황금기를 이루어 평화로운 시기가 성립되니 남조(南朝) 최고의 전성기를 이룩했던 때로도 평하여 그 시기만큼은 대동지치(大洞之治)라 하여 별도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의미를 둘 수있는 업적을 손꼽아보자라면 동진(東晉)-송(宋)-제(齊)를 거치며 오랜 세월간 이어져오던 살육의 시대를 종결짓고 역대 왕조에서 등장했던 폭군들이 저질러 놓은 폐해들을 수습하여 민생안정을 꾀했던 것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남조의 역대 왕조들을 거치며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골육상쟁이 벌어졌는지는 그동안 보셔서 아실텐데요, 게다가 그것이 단순 황실에서의 권력투쟁으로 국한되었던 것이 아니라 애꿎은 백성들에게까지 피해가 미치고 있었던 데다 뿐만 아니라 역시 황권강화라는 미명 하에 가혹한 세금을 물려 백성들로 하여금 생활고를 겪게 하고 있었던 것인데요, 바로 이 모든 것들을 정리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당시로선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이번에 새로 들어선 왕조는 기존의 왕조들과는 다르다라는 것을 어필하고 지지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었을테니까요.




양(梁) 무제(武帝) 소연(蕭衍)


또한 무제(武帝)의 업적으로 잠시나마 눈여겨 볼 만 한 것은 불교의 장려입니다. 무제는 본래 불교신자로서 황제가 되고 나서도 불교를 숭상하여 사원들을 건립하는데에 국가적으로도 장려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아 적극 뒷받침해준 덕택에 양나라에선 불교가 번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 인도의 달마(達磨) 선사가 넘어온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지요. 그만큼 당시 양나라에서의 불교가 얼마나 성행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