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처음 키울 때 막연한 동경, 호기심, 두근거림 같은 게 생각 나는 군요. 제 경우는 남들 하지말라는 사람대신이란 생각으로 데려와서 참 미안했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첫째였는데요. 정말 데려오고 수도 없이 얘는 갈때까지 책임져야지란 생각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가출해서 곁에 없지만... 고양이 키우는게 정말 마음처럼 안된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죠.
고양이의 모든 행동, 상태에 귀기울여야 하고, 눈여겨 보셔야 합니다. 자연상태에서야 자기 스스로 무엇이든 해 나가겠지만, 집에서 키우는 아이는 사람손을 타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아이거든요. 배고프거나 목 마를거 미리 알고 챙겨줘야 하고, 주변을 자꾸 맴돌거나 장난감을 물고 알짱 거리면 놀아줘야 하고, 조금 살이 찐거 같으면 운동시켜야 하고, 호흡이 가쁘고 자꾸 토하거나 하면 복막염 의심하고, 콧물나오거나 재채기 하면 허피스 의심하고, 눈에 총기가 사라지고 설사하고 다리가 풀려있으면 범백 의심해서 병원 데려가야 하고, 집창문이 열려있으면 탈출할 수 있으니 문단속 잘해야하고 등등 생각하고 대처해야 하는 모든 것들이 어마어마 합니다. 달리 반려동물을 자식에 비유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매일매일 하나하나 착착해나가면 됩니다. 뭐든 고양이에 관련된 건 미루지 않고, 그때그때 해줘야 되요.
인간의 일생을 80이라고 하면 1/7, 1/8 사는게 고양이예요. 그러니 작성자님이 하루에 1시간이라도 고양이에게 늘 몸과 마음을 열어두면 고양이에겐 그 시간이 참 큽니다. 사람일이란게 참 모르는 거고,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거지만 데려오기로 했으면 절대 이 아이는 내가 책임진단 생각만 가지시면 되요.
고양이는 개가 아닙니다. 기브앤테이크가 확실하죠. 여기서 테이크는 애교가 되겠고, 기브는 집사의 모든 관심과 애정과 물질적인 모든 것입니다... 윗줄 한 문장에서 테이크보다 기브가 해야할 항목이 많죠? 네 먼저 모든 기브를 받아야 테이크 해줍니다.
고양이는 받은만큼 행동합니다. 우리 사무실에 샤넬이라는 코숏 카오스가 있어요. 사무실에서 애기때부터 3살먹도록 모두 그녀석을 쓰다듬지 못했죠. 손가락만 가져다 대면 바로 쭉쭉 긁어서 피투성이를 만들었거든요.
제가 쓰다듬고 배 긁어주고 엉딩이 팡팡 해줄때까지 1년 걸렸어요. 아침마다 아는 척하고, 혼자 있기 좋아하니까 따로 사료그릇 챙겨주고, 간식시간마다 차오츄르 조공하구요. 6개월 지나고 안 할퀴고 손대려고 하니 도망다니기 시작했고, 9개월쯤 지나니까 머리쓰다듬는 거 허락했고, 1년쯤 되니까 엉덩이도 허락하더군요. 까다로운 애도 이 정도 시간 걸리면 달라집니다.
3년전에 살던 집이 꼭대기층이라 작성자님처럼 조마조마 하며 살았는데요. 아랫층분 증언에 의하면 쿵쿵 소리가 시도때도 없이 들려서 힘들었다더군요. 생각해보면 그건 캣타워나 냉장고, 싱크대에서 뛰어내릴 때 나는 소린데요. 걷거나 우다다 하는 것보다 그게 더 신경쓰였다고 하더라구요. 이사 나오면서 미안하다고 백화점 상품권으로 달래주고 나오긴 했는데...요...ㅠㅠ 다른분들 말처럼 퍼즐매트나 쿠션매트로 바닥 깔아주는 게 나아요. 제 경우는 작년에 이사 들어올 때, 층간소음 신경쓰기 싫어서 아예 1층으로 이사왔습니다.
다만... 똥괭이가 이제 저만 출근하거나 외출하면 늑대울음 소리를 낸다는게 함정 ㄷㄷㄷ 요즘엔 2층 신혼부부 눈치보고 살고 있어요... 주차장에서 눈마주치면 뭔가 가득 할말을 토해낼 듯해서 잽싸게 집으로 튀고 있습니다...
사무실에 밥먹으러 와서 눌러앉은 길냥이가 30마리 육박했던 적이 있는데요. 한달 사료값만 싼거 먹여도 50~60만원 정도 나오더라구요. 어미 젖 못 먹는 아이들은 분유도 먹여야 하고, 몸약한 애들은 캔도 먹어야 하니 이래저래 돈백은 나갔구요. TNR(길냥이들 해주는 중성화)는 시 지정 동물병원 가면 해주지만, 모진 길거리 생활할 아깽이들은 1차 접종에 허피스 치료만 해줘도 수가 많다보니 또 돈백은 우습게 사라집니다. 하여간 길냥이 돌보는게 경제적으로 쉬운게 아니예요..
먹이는 양 = 찌는 몸무게 라고 봐야죠. 아이가 사료만 먹어도 살찐다란 말은 급여량이 많다는 거예요. 자율급식을 하고 있는데 아이가 조절을 못하고 있거나 제한급식을 하는데 1회 급여량이 많다는 겁니다. 잘 아시겠지만... 조금 관리가 필요해 보여요.. 한번에 확 줄이지는 못하더라도 나눠주고, 달라는 것보다 조금 덜 주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