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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하느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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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느님의 댓글입니다.
    번호 제목 댓글날짜 추천/비공감 삭제
    564 본격 이과의 문학파괴.JPG [새창] 2015-09-18 21:16:21 98 삭제
    '청결한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감염될 수 있습니다.' 로 타자를 마쳤다. 이젠 더 이상 소년이 아닌 그 남자는 한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일어나 반대쪽 책장 두번째 칸에 놓여 있는 액자 하나를 들어 한동안 말 없이 쳐다보았다.

    그가 소년이던 어느 해 가을, 어느 날, 옥천의 시골길에 새하얀 자동차 한대가 털털 거리는 엔진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시골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에 소년이 바위 뒤에 숨어 몰래 지켜보고 있을 때, 조수석 뒷자리의 문을 열고 내린 건 그 자동차만큼이나 하얀 피부를 가진, 하늘색 나풀거리는 원피스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한 소녀였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누시는 말씀으로 유추하건대, 소녀는 서울에서 살다가 병에 걸려 요양차 내려온 모양이었다.
    이런 시골에서 어쩐다고 요양을 하지? 서울에는 큰 병원도 많다 하더만.
    소년의 생각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소년은 곧 생각하기를 멈추었다. 그런 건 소년에게 알 바가 아니었다. 그 소년에게 가장 궁금했던 건, 그 소녀의 이름이었다.

    며칠 간 관찰한 결과, 소녀는 강가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 해가 뜨면 집에서 나와 곧장 강가로 가 돌멩이를 줍고, 맨발로 물장구를 차고, 즉석카메라로 산새와 물고기를 찍는데 그 모습이 퍽이나 예뻤다. 그런 그녀를 소년은 한동안 바라보았다.

    너, 이 동네에서 태어났니?

    한참을 멍 때리며 바라보고 있을 무렵, 갑자기 소녀가 다가와 소년에게 물었다. 깜짝 놀란 소년은 뒤로 나자빠졌고, 소녀는 그 모습을 보고는 깔깔대며 웃는데, 소년은 어쩐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거, 내가 찍은 건데 너 줄게. 대신 이 동네에는 다른 놀러 갈만한 곳이 없니? 데려다 줄래?

    어쩜 사진 속 소녀도 이렇게 고울까. 소년은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길이 험해 덩치 큰 어른들은 가지 못하는 숲에 평생 혼자만 알고 있으려 했던 작은 폭포가 있는데 그곳으로 데려갈 작정이었다.

    아얏!!!

    뒤에서 소녀가 소리 질렀다. 깜짝 놀라 황급히 뒤를 돌아보니, 소녀가 넘어져 무릎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아뿔사, 서울에서 살던 소녀가 지나가기에는 너무 험한 길이었구나. 이런 경우가 처음이었던 소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어떻게든 해야겠단 생각에 소녀의 무릎에서 흐르던 피를 빨아내기 시작했다. 소녀는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윽고 피가 멎었고, 소녀가 환히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왠지 모르게 신이 난 소년은 소녀를 쳐다보지도 않은채, 근처 나무에서 송진을 캐내어 소녀의 상처에 바르며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이걸 바르면 낫는다.

    그렇게 저녁이 되고, 집으로 돌아가던 소년의 입가엔 미소가 왠지 모를 미소가 멈추지 않았다.

    소녀가 보이지 않는다. 그날 이후 소녀가 강가에 보이지 않았다. 며칠을 찾아다녔지만 소녀의 그림자조차, 바람에 언뜻 실려오던 샴푸 냄새조차 찾을 수 없었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소년은 한참을 고민했지만 소년으로서는 알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답은 부모님이 알고 계셨다.

    걔가 어느 날 무릎에 상처가 나서 오더니 그날 이후로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큰 병원으로 실려 갔다더라, 애초에 오래 못 살 병이라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병원에서 숨을 거뒀대.

    망치로 뒷통수를 맞으면 이런 느낌일까, 대못이 심장에 박히면 이런 아픔일까. 소년은 아무래도 자기가 한 행동에 문제가 있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를 계기로 지금은 의사가 된, 그 남자가 소녀의 얼굴이 찍혀 있는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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