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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ibint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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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ibint님의 댓글입니다.
    번호 제목 댓글날짜 추천/비공감 삭제
    412 원 게시글이 삭제되었습니다. [새창] 2016-12-08 23:27:53 0 삭제

    이런 그림을 보면 더 이해하기 쉬울 수도 있겠군요.
    411 원 게시글이 삭제되었습니다. [새창] 2016-12-08 23:24:18 2 삭제
    뭐 Abstract만 간단히 읽어봤는데 우선 periphery는 특정한 단백질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DNA 인근에 붙는 단백질과 이것저것 잡다한 것들을 총칭하는 표현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염색체의 절반이 단백질이다. 라는 것은 사실 생물학자들 입장에선 "뭐 그럴 수도 있지." 정도거나, "오, 단백질이 생각보다 많네?" 정도의 얘기일 수 있습니다. 염색체와 DNA 둘 다 유전물질이라는 의미만 대중적으로 통용되기 때문에 비전공 영역에서는 거의 동의어처럼 쓰이는 것 같지만 사실 그 둘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DNA가 철근이라고 하면 염색체는 빌딩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빌딩은 당연히 철근 뿐 아니라 엄청난 양의 콘크리트와 유리와 파이프, 대리석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빌딩의 구성 성분들을 분석해서 종류별로 무게를 달아보면 철근은 사실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죠

    발현 정도에 따라 영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DNA는 보통 히스톤(histone)이라는 단백질과 엉켜서 염색사(chromatin)이라는 구조를 이루는데요, 이 염색사가 다시 복잡하게 뒤엉킨 게 염색체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히스톤도 단순한 단백질이고 DNA는 그에 버금갈 만큼 단순한(사실상 ATGC 네 개 분자의 엄청나게 긴 polymer 상태) 구조인데 이것들이 자기들끼리 저절로 조립되어서 X모양의 chromosome의 구조를 정확히, 안정적으로 이룬다는 게 잘 상상이 안 됩니다. 10m 정도의 실을 풀어놓았더니 그 실이 자기들끼리 접히고 엉켜서 알록달록하게 팔찌 공예를 만들어놓았다는 느낌? 사실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은 실이 그렇게 저절로 엉키는 데는 다른 machinery들이 잔뜩 작용했을 것임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게 생물체 내에서는 단백질이죠.

    위 논문은 molecular-cell에 나온 논문인데 굉~장히 좋은 저널에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저널에 나온 이유는 사실 염색체에서 DNA 비율이 절반밖에 안 되더라를 밝혀서라기보다는 46개 염색체의 architecture를 잘 결정지었고, 염색체 분열 과정에 관여하는 단백질들에 대한 연구에 좋은 시각을 제공하기 때문인 듯 보입니다.
    410 한국 미화 영화들.jpg [새창] 2016-11-21 23:32:12 91 삭제
    내부자들 보고 대한민국 현실을 반영했다고 생각했겠지만 내부자들의 정의구현은 판타지 수준이었다
    진정 무당이 통치하는 제정일치국가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고싶다면 우리가 봐야할 건

    409 원 게시글이 삭제되었습니다. [새창] 2016-09-26 23:01:49 0 삭제
    본문의 요지는 자유시장주의의 논지를 거의 그대로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이 글에 직접 반박을 하고 싶지는 않고, 가능한 논의를 좀 더 풍성하게 하기 위해서 몇 가지 논점만 제시할게요.

    1. 자본주의는 경제의 진화의 마지막 단계인가?
    -> 공유경제라고 불리는 경제체제가 있습니다. 이 개념은 자본주의의 아들뻘 되는 것으로, 예컨대 휴가 기간에 빈 집을 '대여하는' 것을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 즉, 공유경제 체제 하에서 집이라는 재화는 소유의 대상으로써의 의미보다는 이용의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2015년 대전에서 열린 국제정상과학회의에서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제레미리프킨이 이 개념을 언급하면서 자본주의가 공유경제의 도래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해서 국내에서 잠깐 이슈가 된 적 있었죠. 이런 공유경제의 미래상은 사실 희망이나 자본주의의 대안 같은 개념이라기보다는 예정된 미래상에 가까운데요,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달 아래에 기존에 서비스업에 해당하던 재화들 중 상당한 수가 이미 공유경제화 되었습니다. 음악이나 미술품, 영화 같은 것들 말입니다. 불법다운로드를 말하는 게 아니라 그 재화 자체가 소유 대상이 아니라 사용 대상으로 개념이 바뀌어버렸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옛날에는 음반을 통해서만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음반이라는 재화가 소유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여러 뮤직 어플들을 통해서 한달 몇천원 결제하고 그 음악들을 사용(소유 개념으로 접근한 게 아닙니다)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이죠. 이런 변화는 개인적으로 매우 의미있어 보이는데, 이유는 자본주의가 맑스적 노동의 의미를 부정(이라고 하면 좀 거친 표현이지만)하면서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맑스의 노동의 의미는 자연에 대해서 인간이 한 일의 결과입니다. 나무를 자르고 다듬어서 의자를 만들었다면 그 의자는 만든 사람의 소유물입니다. 맑스는 그게 노동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선생님이 학생을 가르친다고 해봅시다. 선생님은 뭔가 노동을 했지만, 그 결과물은 선생님의 것이 아닙니다. 학생의 지식을 선생님이 소유할 수도 없고 학생을 소유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의 노동의 의미는 맑스적 노동과 차이가 큽니다. 특히 서비스업에서요. 그러한 '소유의 빈 틈'을 메워주는 것이 '돈'이었죠. 그래서 자본주의는 노동의 대가로서 돈의 축적을 긍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공유경제가 다가옴에 따라 그 소유라는 개념 자체가 흔들리게 되었어요.

    2. 적법한 '돈의 분배'는 것은 정말로 노동의 가치를 온전히 반영하여 공정히 분배되는가?
    사실 이미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이 이 점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죠... 다만 더 나은 방법으로 분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자본주의 체제를 내버려두는 것이지, 이 체제 역시 제대로 분배하진 못합니다. 예컨대 장하준 교수는 이런 비유를 한 적 있습니다. "인도의 버스 기사는 소와 사람들을 피해서 비포장도로를 곡예하듯이 달리지만, 아스팔트 잘 닦인 도로를 철저한 신호체계 아래에 주행하는 뉴욕의 버스기사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다." 굳이 세계 단위의 비교를 하지 않더라도 국내에서만 보아도 비교 불가능한 가치들의 충돌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가수가 4시간 짜리 콘서트를 한 번 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고 합시다. 반대편에서는 한 외과의사가 12시간에 걸친 고난이도 수술을 통해서 죽음이 확실시되었던 환자 한 명을 살렸습니다. 누가 더 많은 돈을 받아야 할까요? 또, 마이클샌델 교수는 그의 저작에서 우연에 의한 능력의 발현을 꼬집습니다. 예를 들어, 장비가 21세기에 태어났다면 썩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이지 못했을 지도 모릅니다. 장비는 삼국시대에 잘 나가는 장수였지만 현대에서는 힘 세고 무식하고 거친 남자일 뿐이죠. 마이클 조던이 만약 기원전 이집트에 태어났다면 그냥 키 큰 시민이었을 겁니다. 그 사회에는 '농구'라는 게 없거든요.

    3. 자본주의는 특정한 형태의 사유구조를 조장하고 있지 않은가? 그 사유구조는 과연 옳은 것인가?
    이 논점은 사실 제 개인적인 관심사인데, 자본주의라는 것이 도구이성과 책임의 자유라는 두 개념을 축으로 현대인의 사유구조를 지배하는 듯 합니다. 도구 이성이라는 것은 이성의 도구화이고, 이성에 의한 세계의 도구화를 의미합니다. 즉, 자본주의 체제하의 현대인은 세계를 하나의 도구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인간을, 더 충격적이게는 그 이성의 주인인 스스로를 도구화합니다. 이러한 도구화의 목적은 나 자신의 자기보존입니다. 자본주의라는 체제가 만들어낸 신기루적인 성공의 이미지들에 도달해야 자신이 행복해질 것이라는 강박을 가진 채로 모든 것을 폭력적으로 도구화해갑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출근해야 하는데 너무 피곤해서 더 자고 싶다고 해봅시다. 도구이성은 재빨리 계산기를 두드릴 겁니다. 지금 출근하지 않을 때 책임져야 하는 대가(회사에서 징계 먹는 것)와 지금 출근할 때 책임져야하는 대가(아침잠의 포기)를 비교해서 손익을 계산하죠. 그리고 출근하라고 내 몸에게 명령을 내립니다. 그리고 내 몸은 그 명령을 수행하는 하나의 도구로써 회사에 가죠. 이러한 과정은 내 이성을 통해서 철저히 행복한 내 삶을 계획한 결과이며 주체적인 판단이라고 옹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런 이성적인 판단으로 넘쳐나는 이 사회의 대부분의 시민들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물어본다면 사실 우리가 주체가 아니라 뭔가 판단을 잘모한, 또는 어떤 강박을 갖게 된 이성의 도구로써 살고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왜 주체적이고 자유롭게 판단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냐면, 그런 자유론을 우리가 교육받았기 때문입니다. 즉, 어떠한 책임을 지불한다면 어떤 선택을 하든 내 마음대로이고 따라서 나는 자유롭다라는 현대 자유주의의 원론이 우리의 자유관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실 '자유'라는 단어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라는 의미 아니곘습니까. 실제로 아침에 나의 자유라는 것은, 출근하지 않고 회사에서 잘리지 않을 때만 온전히 완성됩니다. 그리고 이건 불가능한 게 아닙니다. 회사가 사원들이 피곤할 때 자택근무를 하도록 원칙을 조정해주면 되죠. 요새 자택근무 많이 하니까요. 실제로 이런 식으로 인간의 (불가능했던) 자유가 확보된 게 엄청나게 많습니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거의 모든 것이 그런 자유들이죠. 예를 들어서 조선 시대에는 부산에서 한양 가려면 보름 동안 걸어가야 했습니다. 보름 동안 걷는 것은 '한양에 간다'는 결과를 위해 그들이 지불해야 하는 '대가'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5만원이면 몇 시간 안에 편안히 앉아서 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엄청나게 줄었어요. 지불해야 하는 책임의 크기가 줄어든 것은, 그 줄어든 몫만큼을 역사와 사회가 부담했기 때문입니다. 즉. 여기서 매우매우 중요한 사실 하나는, '개인의 자유'라는 것은 사실 사회적인 부분이 아주 큰 개념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국가 경제 계획은 이러한 자유도의 확대를 목표로 하거나, 최소한 그 방향을 이해하고서 계획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그렇지 않죠. 도구이성과 책임의 자유라는 개념은 서로를 보강하면서 완전한 하나의 이데올로기를 완성합니다. 즉, 나는 책임을 지기 때문에 자유롭다라는 전제 하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내 이성을 통한 어떤 판단이든 주체적인 것이라는 결론을 얻고, 그러한 판단력이 있기 때문에(책임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유롭다는 순환적인 논리를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아침잠과 사장의 징계 사이에서 고민하는 내가 자유로운 이유는, 어젯밤에 이 상황을 예측하고 일찍 자야겠다고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냐면 어젯밤에도 나는 판단하는 '도구 이성'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어젯밤에도 나는 자유로운 주체였기 때문이죠. 그 이유는 어제 오후에도 어젯밤의 나의 상황을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407 페미니즘은 실존주의다. 실존주의여야 한다. [새창] 2016-08-21 18:17:23 0 삭제
    아뇨 정치적으로 하는 거 격렬히 찬성합니다. 페미니즘으로 더욱 떠들썩해지길 바랍니다. 메갈에서 하는 미러링 장난질이나 진보 지식인들이 팔짱 끼고 그래 맞아, 너네 문제가 있지. 하며 고개 끄덕이는 전지적인 평론질이 아니라요. 이해와 인내심을 갖춘 진지한 토론이 활발히 일어나길 원합니다. 철학을 가진 건강한 사회 운동으로 발전하길 바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페미니즘 기구로써 메갈리아는 응집력이 있지만 지혜가 없고, 진보 지식인들은 지혜가 있지만 행동력이나 행동할 의지가 없다는 겁니다. 그 때문에 우습게도 지금은 페미니즘이 오히려 여성혐오의 자양분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과거에도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레이디퍼스트와 남녀평등을 같이 주장하는 골빈 여자들 정도로 이해하는 이들이 있었으나, 지금처럼 페미니즘 자체에 대한 사회적 혐오가 생긴 적은 없었습니다. 작금의 페미니즘은 이슈화에 성공했지만 사회 운동이나 진보 철학으로써 성공했다기보다 구설수에 오른 것에 가깝죠. 이퀄리즘이라는 말을 대신 쓰자는 주장이 나오고, 페미니즘적 발언들을 하는 이들에게 메갈 딱지를 붙여 진영논리로 몰고가게 되지 않습니까.

    개인 내면 철학적으로 좀 하라는 게 아니라 그 철학을 갖춘 정치질을 하길 바란다는 뜻입니다. 안 그러면 역효과만 낳으니까요.
    406 페미니즘은 실존주의다. 실존주의여야 한다. [새창] 2016-08-21 06:16:07 0 삭제
    그렇게 지적하기 시작하면 사실 끝이 없습니다. 솔직히 생물학적인 시각에서 제대로 따지자면 일단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 남성과 여성을 나누는 기준은 해부학적 기준이고, 그 해부학적 차이는 발생 과정의 차이에서 옵니다. 발생 과정의 차이는 다시 유전체의 차이에서 온다고 할 수 있죠. 그러나 성염색체라고 알려진 X, Y 염색체 둘의 차이만이 남성 여성의 서로 다른 발생 메커니즘을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거의 모든 염색체들에서 발현되는 단백질의 양의 차이, 호르몬의 발현량 차이, 바바디라고 알려진 X 염색체의 비활성화 기작 등이 발생 과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X, Y 염색체 역시 사람들 중에는 XXY나 XYY 같은 염색체 비분리 신드롬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에 대해서는 과연 해부학적 기준만을 가지고 남성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 하는 의문도 품을 수 있지요. 또, 남성인데도 에스트로겐이 여성만큼 많이 분비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성인데도 테스토스테론이 남성만큼 분비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모든 경우들을 따져볼 때 단순히 해부학적 생식기의 구조 차이 하나만을 근거로 남성과 여성으로 모든 인류를 나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엄밀한 것이 아닙니다.

    직업군의 성비 불균형이 선호의 차이가 아닌 구조의 차이인 이유는, 사회적 영향을 제로로 가정했을 때 생기는, 순수하게 생물학적인 선호의 차이를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따지다보면 성비 불균형 문제가 대개 문화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문제는 사실 성비 불균형 정도가 아니라 현대 문명 속의 거의 모든 생활상에 해당합니다. 애초에 생물학적이고 자연적인 생활상이 많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은 원래 1부 1처제를 하는 동물이 아닙니다. 근데 왜 결혼을 하고 왜 한 파트너와 사귀는 것이 사회의 암묵적 룰로 정형화 되었을까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사실 인간이 1부 1처제를 하려는 생물학적 욕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라고 의문을 품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의문이지만 정답과는 거리가 멀어질 겁니다. 의사들이 권장하는 하루 세 끼 식사도 원래 안 했죠. 호모사피엔스라는 동물은 100만 년 동안 먹을 게 생기면 잔뜩 처먹고 그 후 오래 굶주리는 생활을 해왔던 동물입니다. 근대 이후 풍족해진 식량에 하루 세 끼 같은 문화가 정착되었지만 그것을 토대로 인간이 원래 생물학적으로 하루 세 끼 먹도록 진화한 동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직업 선택도 마찬가지의 맥락에 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군의 성별비는 문화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이지, 생물학적으로 남성으로 태어난 동물들이 더 의료활동을 하고 싶어하게끔 진화해오진 않았습니다.
    405 페미니즘은 실존주의다. 실존주의여야 한다. [새창] 2016-08-21 05:34:09 0 삭제
    제가 생물학 전공 대학원생입니다. 치킨앤긴네스님이 지적하시는 부분은 유효합니다. 실존주의는 모든 개개인의 자유의지를 강력하게 긍정하고 있지만 사실 그 자유의지는 뇌과학의 공세 앞에 지지 기반을 잃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의사 같은 직업을 고를 때 생물학적인 성별차에 의한 선호도의 차이가 크리티컬한 작용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사냥꾼' 같은 직업을 생각해봅시다. 강한 근력과 지구력이 요구되는 직업입니다. 신체적인 근력이나 지구력이 높을수록 유리한 이 직업군은 여성보다 남성의 선호를 받게 될 확률이 더 높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의 어떤 부족은 여성들이 사냥을 합니다. 그것이 전통적인 문화가 되어 여성의 해당 직업 선택을 부추기게 되죠. 직업 선택과 같은 고등한 문제를 다룰 때는 사실 생물학적 차이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요인이 훨씬 강하게 작용할 거라는 생각입니다. 이 경우에는 실존주의적인 뷰가 훨씬 더 많은 설득력을 얻을 겁니다.

    또한, fishCutlet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구조적 문제를 다룰 때 권력 문제를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것이 부적절할 정도로 과하게 문제시된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습니다. 여의사 같은 표현을 지적하는 것이 차별 의식을 환기시키는 것은 맞습니다만, 환기의 목적은 해당 직업군의 성별 불균형과 그 불균형을 낳은 사회적 인식들을 타파하자는 것이 되어야지, firefighter 같은 대체적인 단어를 만들어내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저 단어를 만들었다고 해서 사회의 제 1의 성이 남성이 아니게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404 페미니즘은 실존주의다. 실존주의여야 한다. [새창] 2016-08-21 05:19:01 0 삭제
    저는 정의당의 1차 논평에 찬성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정의당의 색깔이 분명히 느껴지는 좋은 논평이었어요. 근데 뭐합니까 그 논평 철회했죠. 원칙주의요? 당원 탈퇴 앞에서 딱 5일만에 무너지는 그 원칙 말입니까? 심지어 정당 외부 사안이 아닌, 정당 내에서도 중식이 밴드 같은 문제로 그 원칙 혼란스러운 듯 합니다. 사실 거기서 정의당에 대한 실망이 젤 컸습니다. 자기가 직접 짜서 만든 것도 아니고 메갈이 만든 티셔츠 한 장 사고 옹호 발언 몇 마디 했다고 직업상 불이익을 받는 우리 사회가 메갈에 대해서 필요 이상의 염증 반응을 느낀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게 꽤 불편했어요.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는 지식인들의 태도를 바라보는 것은 그 이상의 고통이었습니다. 여성인권에 대해 투쟁했던 사람들만 발언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하려면 제대로 해야할 것 아닙니까. 전혀 방향타를 못 잡는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메갈을 정상 집단으로 안 본다. 사회가 더욱 문제적 공간이라 상대적으로 옹호하는 거다. 그래서 뭐 어떡하겠다는 건가요?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지 메갈을 확실하게 밀어주어 운동으로 전개시키겠다는 건지.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그들이 방관자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거예요. 계몽주의 입장이 아니라 방관자 입장이요. 메갈리아 탄생 이전에 여혐이 들끓던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요. 저는 그게 진보 정당이나 언론이나 지식인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존주의에 대한 얘기는 님께서 말씀하신 바에 많은 부분 동의합니다. 이데올로기라기보다는 전쟁과 기계문명 발달 같은 배경 속에서 인간의 좌절감을 극복시키는 하나의 메시지 같은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이데올로기를 좋아하지도 않고 실존주의가 이데올로기적인 개념이 되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페미니즘의 궁극적인 방향에 대해 고민해보자면 그 이상향은 실존주의적 젠더 해방과 궤를 같이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또한 권력 문제에 대해서 님 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본문에 대해 오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권력 균형의 시각에서 문제를 다루려는 시도들은 꼭 필요하고 많은 경우에 유효한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남성이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명제도 명백히 참인 듯 보입니다. 하지만 제게는 페미니스트들이 저격하는 문제들 중에는 권력 균형의 문제에서 벗어난 수가 상당히 많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402 원 게시글이 삭제되었습니다. [새창] 2016-07-26 01:17:50 1 삭제
    아닙니다.. 자애로움, 공감능력, 온화함이 여성적인 가치이고, 용감함, 강인함, 결단력과 같은 게 남성적인 가치라는 주장 자체가 젠더롤에 입각한 시각입니다. 남자라고 왜 자애롭거나 온화한 성품이 없겠어요. 왜 여자라고 용감하거나 결단력 있지 않겠어요. 바람직한 페미니즘은 이런 가치들 모두 인간의 것이고 어느 것이 남자의 가치고 어느 것은 여자의 가치라고 사회가 나누어놓는 것에 거부하는 것입니다.
    400 소위 진보세력의 소수자에 대한 어설픈 관용론적 스탠스의 문제점 [새창] 2016-07-25 01:49:28 0 삭제
    진보 세력들은 모든 문제를 권력 대결의 문제로 이해하려는 성향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옳은 것은 사실 존재하지 않고 모든 것은 권력과 시각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포스트모더니즘 같아요. 또, 진보 세력들은 "사회의 주류 권력과 대결해서 소외된 이들을 보호해야 해." 또는, "주류가 독점한 권력을 재분배해서 평등하게 나눠야 해."라는 강박 비슷한 걸 갖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메갈 사태 같은 경우는 그들이 그런 강박에 사로잡혀서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우처럼 느껴지네요
    399 원 게시글이 삭제되었습니다. [새창] 2016-07-23 23:25:16 84 삭제
    작성자님에게 깊이 동감합니다. 솔직히 양성평등 갈 길 멀었습니다. 메갈리아가 위험한 만큼 양성 평등이 실현되었다는 잘못된 인식 역시 위험합니다. 현대 여성은 남성이 가진 모든 법적 권리를 동등하게 가지지만, 사회적 지위나 권력이 평등한 것은 아닙니다. 양성 평등이 실현되었다는 인식은 마치 부잣집 아이와 가난한 집 아이 모두 공부할 자유가 있으므로 대학에 들어갈 여건이 평등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해보입니다. 여전히 여성의 평균 임금은 남성과 대비해 훨씬 낮고, 고위직 진출자도 적습니다. 취직 잘 된다는 공대의 남녀 비율은 그게 공대인지 군대인지 의아할 정도입니다. 이런 문제들은 제도적인 불평등도 있고 인식의 불평등도 있습니다. 공대의 남녀 비율 같은 것은 후자에 해당할 겁니다. 다만 여기서 인식은 남성의 인식 뿐 아니라 여성의 인식도 포함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페미니즘을 더 잘 해야 합니다. 단순히 여성 권리 증진이라는 일차적인 목표가 아니라 젠더롤 해체와 주체적인 여성의 건설이라는 보부아르의 궁극적인 목표를 지향하고 나아가야 합니다. 메갈리아는 학술 용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던 페미니즘을 일상 운동의 언어로 끌어올렸다는 데서는 공로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게 유명해진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었다기보다는 구설수에 오른 것에 가까워 보입니다. 진정한 양성 평등을 위하는 페미니스트에게 메갈리아는 일종의 마약입니다. 자극적인 언어로 무장하고 여성에 대한 남성의 시각을 모방하면서 남성만큼 주체성을 갖추었다고 자기 위로하며 희열을 느끼게 하는 마약입니다. 과도기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페미니즘이 갖게 된 부정적인 이미지를 보았을 때, 결국 메갈리아는 페미니즘의 앞날에 큰 걸림돌이 될 것 같습니다.
    398 원 게시글이 삭제되었습니다. [새창] 2016-07-23 22:18:37 0 삭제
    그들의 언어를 보면 여성이 아닌 집단 전체를 괄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리 표현했습니다. 예를 들면 게이들에 대한 비하 발언 같은 것이었죠. 그들이 적대시하는 여성 혐오와는 무관할, 어쩌면 사회 내에서 여성보다도 더 소외된 계층인 성적 소수자들을 상대로도 남성이라는 이유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보고 근본주의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좀 과격한 표현이기는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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