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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ibint님의 댓글입니다.
    번호 제목 댓글날짜 추천/비공감 삭제
    37 이타적 유전자 보다가 친족등용에 대해 질문... [새창] 2014-02-05 23:41:38 0 삭제
    생명과학 전공자인데 저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저자가 어떤 의미로 쓴 글인지 정확히 모르겠네요
    우선 진화적인 측면에서 유전학의 가장 기초가 되는 이론은,
    다양한 유전자가 섞여서 다양한 형질이 나타날수록 해당 '종'의 자연에 대한 적응력, 즉, 종 수준의 생존력이 높아진다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강력한 이론은, 어떤 생물 개체든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고 싶어한다는 것이죠.

    이기적 유전자에서 리처드도킨스는 생식능력이 없는 일개미나 일벌들이 왜 여왕개미나 여왕벌을 위해 봉사하는가에 대한 가설을 내놓습니다
    일개미나 일벌은 여왕개미, 여왕벌과 상당한 양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으므로, 여왕개미, 여왕벌이 잘 생존하여 번식에 성공하면 결과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게 되는 셈이라는 거죠. 이러한 가설에 따르면 친족 등용은 설명하기 쉽습니다. 나와 유전자의 상당한 부분을 공유하는 친족을 사회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오르도록 도와주어, 결과적으로 내 유전자를 퍼뜨리겠다는 욕망이죠.

    언뜻 생각하면 이기적 유전자의 이러한 가설은 본문에서 얘기한 이타적 유전자와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앞에서 설명한 두 가지 이론 중 첫 번째를 잘 생각해보시면, 우리의 본능 속에는 내게 없는 다른 유전자-정확히는 우월해보이는 유전자-를 얻고자 하는 욕망도 분명히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서양인의 오똑한 코, 파란 눈, 금발 등에 매력을 느끼는 걸 생각해보세요. 도 서방 국가들이 국제 사회에서 더 큰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유전자를 얻고자 하는 욕망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욕망은 한 발짝 더 나아가서 나와 비슷한 유전자와의 교류를 피하고자 하는 욕망까지 연결되기도 합니다. 본문에 나타나는 친족 등용을 꺼리는 풍조 등이 그런 것이죠.

    이 두 가지 이론은 언뜻 보면 서로 모순되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진 않습니다.
    하나는 '개체'입장의 사고이고, 하나는 그보다는 큰 씨족, 마을, 아주 크게는 '종' 단위의 사고이기 때문이죠.
    35 장르문학에 대한 이중잣대 [새창] 2014-01-12 02:30:42 2 삭제
    투자가 높으면 뭐 문장력도 좋아지겠지만 투자가 없기 때문에 문장력이 약한건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현대시인들은 다 부잣집 아들딸인가요 장르문학 작가들이 아무리 가난하다고 시인들보다 더할까요 장르문학계의 문장력이 일반적으로 많이 뒤떨어지는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가장 큰 이유는 작가들 스스로 좋은 문장을 만드려는 노력을 치열하게 하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혹은 그런 작가들이 너무 많아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작가들이 묻혀버리거나요. 대부분 작가들이 세계관 설정 잡는 데나 집중하지 순문학 작가들처럼 문장을 고민합니까. 순수문학의 경우는 작가는 물론이고 지망생들조차 문장을 쓰는데 고민하는 것은 비문이냐 아니냐 정도가 아니라 상투적인 표현인가 아닌가입니다
    정확하고 맞는 문장이어도 상투적이고 지겨우면 삭제해버리고 새 문장을 고민하죠
    문피아 같은 사이트에서 출판장르작가들이 연재하는 글들 보면, 거의 대부분은 문장에 대한 고민이 느껴지지 않는 글이었습니다.
    34 소설가가 되고 싶다면 [새창] 2014-01-05 23:33:10 0 삭제
    평균적으로 한 소설가가 등단하기까지, 그 사람이 쓴 습작품의 양이 얼마나 될까요
    33 원 게시글이 삭제되었습니다. [새창] 2014-01-05 21:34:02 0 삭제
    원서 제목이 The Art of Loving 입니다
    Art가 기술로 번역되긴 했지만, 정확히는 기술보다는 예술, 더 해석하면 미학에 가까운 의미로 보입니다
    윗분 말씀처럼 제비들 쓴 책도 아니고 심리학 책도 아니고 철학서구요
    대강 요약하면
    사랑이라는 것은, 받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주기만 하는 것이다.
    나의 마음을 온전히 주고, 그 주는 '행위'로부터-그 사람으로부터가 아니라- 무언가를 받는 것이다.
    이런 내용입니다.
    32 페미니즘 도서 추천해주세요 [새창] 2014-01-03 15:19:21 2 삭제
    시몬 드 보부아르 책을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보부아르가 쓴 글 중 일부(타자로서의 여성)만 발췌해서 수업시간에 배운 적이 있는데 괜찮았어요
    31 대학교때 이 책은 꼭 읽기 잘했다 아니면 읽어야 한다 하는 책들 [새창] 2013-12-30 23:19:07 0 삭제
    1. 신문읽기의 혁명-손석춘
    2. 도구적이성비판-막스 호르크하이머 (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3.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왜 신자유주의는 죽지 않는가-콜린 크라우치

    이렇게 세 권 정도 추천하고 싶네요
    1, 3은 정치사상적인 측면에서 사회를 보는 눈을 크게 틔워준 책들이고, 2는 제 인생철학의 상당부분을 잡아준 책이에요. 근데 2번 책은 독일 철학책들 번역이 원래 그렇듯이, 꽤나 읽기가 힘듭니다. 역자가 번역후기처럼 저자의 사상을 간략하게 정리해놓은 부록 같은 게 달린 책이 있는데, 그걸 먼저 한 번 읽어보시는 것도 괜찮아요
    30 원 게시글이 삭제되었습니다. [새창] 2013-11-03 18:44:30 0 삭제
    아 그리고 글이 윗부분이 잘려서 그런데 첫번째 문단의 주어도 프리지아입니다.
    29 언제 성인이 되는가? [새창] 2013-03-24 00:20:40 1 삭제
    전 개인적으로 마치 수학에서 ∞ 기호처럼, '어른스럽다.'는 있어도 '어른'은 없다고 생각해요.
    어른스러움의 조건으로 거는 것들이 결국엔 한계를 맞는 부분이 존재하니까요. 어른에 대해서 논할 때 주로 나오는 어른의 근거들을 살펴보면 예를 들어서 이성적으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으면 어른이다. 라고 했을 때, 자기 가족들이 죽어서 터져나오는 슬픔을 통제할 수 있으면 어른일까요? 그저 무정한 사람인 건 아니구요?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으면 어른이다. 라고 했을 때 실수로 누군가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거나 맘에 큰 상처를 주고 책임을 지고 싶어하지만 어떻게 져야할지도 모르겠고 질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죠.

    그럼 어른스럽다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위에서 사용되었던 여러 기준들은 사회적인 개념입니다. 보통 애처럼 행동하는 어른을 두고 철없다고 하죠.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하고요. 그런 표현이 사용될 때 어른의 행동은 대개 자기중심적이거나 감정적이거나 합니다. 이런 비판에서 어른스러움은 사회적인 가치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남을 생각할 줄 알아야 어른스럽다는 것이죠. 하지만 어른스러움을 그렇게 정의했을 때, 공자나 예수라 할지라도 무인도에 떨어뜨려 놓으면 어린 애가 되고 맙니다.

    전 어른스러움은 그보다 훨씬 더 개인적인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우리가 동의할 수 있는 상황에서부터 시작해 봅시다. 어린아이와 성인을 놓고 봤을 때 우리는 성인이 더 어른스럽다는 데 대부분 직관적으로 동의할 겁니다. 그렇다면 어린아이와 성인의 차이는 뭘까요? 너무나 명백한 한 가지 증거는 성인이 어린아이에 비해서 오래 살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또한 그만큼 많은 선택의 순간들을 겪었음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선택의 순간에서 인간은 언제나 자신의 욕망과 사회의 욕망 사이의 경계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또한 이런 고민은 가치관의 정립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단순하게, 어른스러운 것은 자신만의 가치관을 잘 정립한 겁니다. 예수는 그 가치관으로 아가페를 내세웠고, 공자는 인을 내세웠으며 석가는 자비를 내세웠죠. 정말 훌륭하고 세련되게 가치관을 정립한다면 그런 위대한 성인 수준에 이를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어른스럽다는 말은 자신만의 가치관을 얼마나 잘 만들었느냐를 의미합니다.

    이런 예를 들어볼게요. 어떤 사람이 착한 여자친구가 있는데 바람을 피웠어요. 이 사람은 어른스러운 걸까요 아닐까요? 어른스러움의 기준에 책임감이나 이성을 부여하면 결코 어른스럽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치관의 관점에서 어른스러운가? 질문을 던졌을 때 답은 알 수 없습니다. 그는 그냥 멍청해서 바람을 피웠을 수도 있죠. 하지만 만약 그 남자가, 자신이 바람을 피웠을 때 스스로 느낄 자괴감, 여자친구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그게 들켰을 때 사회로부터 받을 비난을 모두 계산한 다음, 다른 매력적인 여자와 사랑을 나누고 싶은 자신의 욕망이 더 무겁다고 계산해서 비난을 받고 죄책감에 시달리겠다고 각오하고 불장난에 뛰어들었다면 그는 어른스럽죠.

    이 때의 어른스러움은 굉장히 개인주의적이고 자유주의적이지만 도구적 이성이 극대화된 형태는 아닙니다. 오히려 객관적 이성을 상당히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예수는 아가페적 가치관에 따라 '원수도 사랑하라.'고 가르치고 있죠. 그의 가치관에서는 인간관계의 이해득실보다 사랑이 상위의 개념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어른스러운 사람은 여전히 감성적일 수 있고 종교적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른스러운 사람은 어른스럽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더 입체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마치 소크라테스가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가장 현명하다.'라고 하는 것처럼, 어른스러운 사람은 자신의 가치관과 사회의 욕망, 그리고 자신이 가고 있는 방향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5 소시오패스가 가장 진화된 인간아닌가요? [새창] 2013-02-21 21:43:23 8 삭제
    얼마 전에 이런 주제로 글을 하나 썼는데, 그 때 공부했던 게 조금 있어서 미약한 지식이지만 반론을 좀 해볼게요.
    ssssa님의 주장은,
    "감정적으로 휘둘리는 것 없이 이성적으로만 판단해서 다른 개개인을 자신을 위한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인간(소시오패스)은 생존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진화된 인간형이다."
    라는 것이죠.
    여기엔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은 생물학적인 개인의 자기보존이다."라는 것이구요,
    또 하나는 "다른 개개인을 자신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그 사람을 대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라는 것입니다.

    1)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은 단순히 생물학적인 자기보존인가.
    제가 글을 쓸 때 가장 큰 도움을 받았던 책은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막스 호르크하이머가 펴낸 "도구적이성비판"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과거 서구 문명에서는 객관적 이성(Logos)의 개념이 사회 또는 자연에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었고, 객관적 이성의 측면에서 올바른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 등의 관계를 철학적, 법적으로 정립하려 애썼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현대 문명으로 넘어오면서 개인의 자아가 사회와 분리되고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실증주의가 대두되면서 과학적,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어떤 진술도 의미가 없으며 객관적 이성의 개념과 같이 형이상학적인 개념들은 단순히 미신적인 헛소리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강한 힘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옛날 서구에서는 멀리 가면 그리스로마신화, 가까이에는 기독교와 같이 절대자의 개념과 결합한 어떤 진리가 있다고 믿고 그걸 추구했는데, 현대에는 그런 내용들이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없기 때문에 믿지 않는 식입니다. 막스 호르크하이머는 객관적 이성이 주관적 이성으로 변한 게 아니라, '이성'이라는 개념 안에 객관적 이성과 주관적 이성이 모두 있었는데 현대 문명으로 넘어오면서 주관적 이성이 전면화된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ssssa님이 말씀하신 소시오패스는 주관적 이성의 전면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인의 가장 극단적인 인간형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우정, 사랑, 정의, 도덕 등의 가치들도 객관적 이성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거든요. 왜냐하면 과학적으로 그러한 가치들의 실질적 존재를 증명할 수가 없으니까요. 따라서 소시오패스는 객관적 이성을 폐기하고 완전한 주관적 이성을 정립한 인간형에 속합니다.
    그런데 과연 인간 개개인의 궁극적인 목적이 자기보존이라고 했을 때, 이 자기보존은 주관적 이성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생각을 해보아야 합니다. 몇년 전 마이클 샌댈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막대한 판매부수를 올렸던 일을 기억하실 겁니다. 주관적 이성의 전면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객관적 이성 중에서도 꽤 고리타분한 개념으로 볼 수 있는 '정의'에 대한 탐구를 담은 어려운 철학서가 이렇게 높은 판매부수를 올렸다는 사실은 주목할만합니다. 소시오패스의 시각에 의하면 정의에 대한 어떠한 진술도 과학적으로 검증될 수 없기에 정의는 실재하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거기에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은 낭비에 불과합니다. 책을 읽는다면 정의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자신의 자기보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기계발서나, 말초신경을 자극해 순간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킬링타임용 소설 또는 만화가 적합할 겁니다. 그런데 주관적 이성이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 현대 사회에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에게 객관적 이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답은 부족합니다. 주관적 이성이 전면화된 그들은 그러한 객관적 이성이 자기보존에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계산할 수 있을만큼 이성적이기 때문이죠. 그들이 정의란 무엇인가를 사는 이유는, 그 만큼 주관적 이성이 전면화된 현대 사회에서 객관적 이성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막스 호르크하이머의 표현을 다시 잠깐 빌려서 쓰면, 소시오패스는 아마 자연에 첫 발을 딛는 원시인의 내면 깊숙한 야망이 그대로 발현된 존재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 모든 것을 생물학적 개인의 자기보존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자 하는 야망입니다. 그 원시인이 호모에렉투스였던 시절에는 분명히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자기보존의 새로운 국면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물학적 개인의 자기보존을 위한 그 어떤 노력도 힘이 미치지 못하는 사후 세계에서의 개인의 자기보존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은 모든 생물에게 있지만, 보통 대부분의 생물들은 당장 자연 상태에서의 생존경쟁이 급하기 때문에 사후 세계에서의 자기보존에 대해서 걱정할 여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여유를 만들게 된 인간은 사후 세계의 자기 보존에 대한 두려움이 살아있을 때의 자기 보존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바로 여기가 '정신적 자기보존'의 개념이 탄생하는 지점입니다.
    정신적 자기보존은 생물학적 자기보존과 다르게 개인의 가치와 존재의 의미, 삶의 목적 등에 대한 모든 진지한 의문을 포함하게 됩니다. 정신적 자기보존을 위협하는 수많은 내재적 질문들 앞에 인간은 나약하고, 그것에 대답하기 위해서 학문과 예술을 발전시킵니다. 그 극치에 도달한 것이 객관적 이성이라고 할 수 있지요.
    다시 얘기하지만, ssssa님이 말씀하신 소시오패스는 객관적 이성을 폐기하고 주관적 이성을 완전한 형태로 발전시킨 인간형입니다. 따라서 소시오패스는 정신적 자기보존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지요. 우정, 사랑, 정의, 도덕 등의 여러 의미들을 상실한 채 그러한 가치들을 여전히 추구하는 인간들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정신적 자기보존에 강력한 부담을 줍니다. 그들이 정신질환자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요.
    개인의 목적을 생물학적, 정신적 자기보존이라고 전제했을 때, 한 쪽이 거세된 인간형은 퇴화했으면 했지 진화했다고 표현할 수는 없을 겁니다.

    2)다른 개개인을 자신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그 사람을 대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가.
    여기서는 1)과 조금 다르게 핀트를 맞추어서, 과연 도구적 이성의 소유자, 소시오패스는 생물학적 자기보존에 최적화된 인간형인가 하는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소시오패스는 분명 주관적 이성을 완전한 형태로 발전시킨 인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객관적 이성이 거세된 소시오패스라는 인간형이 그 스스로의 생물학적인 자기보존에 과연 적합한가는 의문의 여지가 있습니다.
    생물학적으로 '진화'라는 표현은 개체가 아니라 종에게 사용합니다. 또한 진화라는 표현에는 자연선택이 전제가 되어있기 때문에, 진화한 종은 그 바로 이전 단계의 종에 비해 생존 경쟁에 유리해야합니다. 만약 소시오패스가 기존의 인간형에서 한 단계 진화한 종의 개념이라면 소시오패스로 구성된 사회는 기존의 현대인으로 구성된 사회에 비해 생산성이 높고 생존률이 높아야 할 겁니다.
    장하준이 쓴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내용 일부를 잠깐 인용하겠습니다. 장하준은 1990년대 중반 무렵, 세계은행이 일본에서 개최한 동아시아 경제 기적이라는 주제의 회의에 참석해 정부 개입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었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해 토론을 했습니다. 이 때 청중석의 어떤 일본 신사가 일어나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저는 금속 공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고, 고베 철강에서 지난 30년간 일한 덕에 철강 제조에 대해 제법 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 저도 회사 규모가 너무 크고 복잡하기 때문에 회사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반 정도 이해하면 다행입니다. 회계나 마케팅 분야 출신의 다른 임원들은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야 하겠지요. 그럼에도 이사회에서는 직원들이 올린 사업 계획을 대부분 받아들입니다. 직원들이 회사를 위해서 일한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지요. 모든 사람이 자기 이익만을 추구한다고 가정하고 직원들의 동기를 사사건건 의심하기만 한다면 회사는 마비되고 말 겁니다. 이해하지도 못하는 사업 계획을 검토하려고 애만 쓰다가 말 테니까요."
    이 고베철강 중역의 말처럼, 현대인의 사회는 비록 주관적 이성이 전면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인간들 스스로 객관적 이성을 감성적으로나마 느끼고 있기에 자기 직업에 대한 직업정신, 자긍심, 회사에 대한 충성심 따위의 '개인의 생물학적 자기보존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객관적 이성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러한 점들이 이타적인 행위들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며, 결국 그들의 연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생물학적 자기보존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소시오패스의 사회는 어떨까요? 그들은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존재들입니다. 또한 소시오패스가 모인 사회는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회가 될 겁니다. 상대방이 내게 웃으면서 다가온다 해도 그 웃음이 거짓임을 소시오패스는 알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소시오패스의 사회에 고베 철강이 있었다면 그 고베 철강은 현대인의 사회에서처럼 높은 생산성을 보이지 못했을 겁니다. 저 중역 신사의 말처럼 "모든 사람이 자기 이익만을 추구한다고 가정하고 직원들의 동기를 사사건건 의심하기만 한다면 회사는 마비되고 말 테니까요."
    따라서 소시오패스는 생물학적 자기보존에도 적합한 인간형이 아닙니다.
    24 소설 쓰시는 분 공감하려나 [새창] 2013-01-27 12:46:39 2 삭제
    집필 시간과 퇴고 시간, 플룻 시간 다 합쳐서 20
    글 쓰기 전, 혹은 쓰면서 오유 페북에서 빈둥거리는 시간 80
    23 우리나라에는 출간된 소설을 대상으로하는 장편문학상이 안생길까요? [새창] 2013-01-21 22:09:53 0 삭제
    대산문학상이 있잖아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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