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이론일 뿐이라고? 그렇다면 '이론'이라는 말의 뜻을 살펴보자.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이론'에는 두 가지 장의가 있다.(실제로는 더 많지만, 지금은 아래 두 가지만 관련이 있다.) [이론, 정의1]모종의 설명으로 제공된 어떤 사상들이나 진술들의 체계, 또는 일군의 사실들과 현상들에 대한 해설. 관찰이나 실험을 통해 확인 또는 입증되었으며, 알려진 사실들을 잘 설명한다고 제안 또는 인정된 가설. 일반법칙, 원리, 알려지거나 관찰된 사실에 대한 원인으로 주장된 진술. [이론, 정의2]모종의 설명으로 제안된 가설. 즉 가정, 추론, 추정. 무언가에 대한 하나의 사상 또는 사상들의 집합. 개인적인 의견이나 견해. 주지하다시피 두 의미는 상당히 다르다. 진화 이론에 대한 문제에 한마디로 답하자면, 과학자들은 '정의1'의 뜻으로 이 단어를 쓰는 반면에, 창조론자들은 '정의2'의 뜻으로 쓴다.(일부러 그럴 수도 있고 진심일 수도 있다.) '정의1'의 좋은 사례는 지구와 다른 행성들이 태양 주위를 돈다는 태양중심설이다. 진화도 '정의1'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다윈의 진화론은 정말로 "어떤 사상들이나 진술들의 체계"다. 아주 방대한 "일군의 사실들과 현상들"을 해설한다. "관찰이나 실험을 통해 확인 또는 입증된" 가설이고, 보편적인 지적 합의에 따라 "일반법칙, 원리, 알려지거나 관찰된 사실에 대한 원인으로 주장된 진술"로 여겨진다. 단순한 "가정, 추론, 추정"과는 확실히 거리가 멀다. 과학자와 창조론자들은 '이론'이라는 단어를 각각 몹시 상이한 두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 진화는 태양중심설과 같은 의미에서 하나의 이론이다. 두 사례를 '그저 하나의 이론'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그저'라는 말을 빼야 한다.
(전략) 당신이 근세사를 가르치는 교사라고 상상해보라. 당신이 20세기 유럽사를 가르치려는데, 튼튼한 조직에 탄탄한 자금에 정치적 완력까지 갖춘 홀로코스트 부인주의자 집단이 수업을 보이콧하거나 야유를 퍼부어 이야기를 중단시킨다. (중략) 목소리가 크고, 겉은 번드르르하며, 학자연하는데 도통한 사람들이다. 현재의 강대국들 중에서 적어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 그들을 지지하며, 로마 가톨릭 교회의 주교들 중에서 적어도 한 명이 그 집단에 속해 있다. 상상해보라. 그들은 유럽사 선생인 당신에게 '논란'에 대해서도 가르치라는 둥, 홀로코스트는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 아니라 일군의 시온주의자들이 날조해낸 이야기라는 '대안 이론'에도 '동등한 시간을 할애하라는 둥, 호전적인 요구를 끊임없이 제기한다. 상대주의라는 유행을 좇는 지식인들도 이에 영합해, 세상에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고 말한다, 홀로코스트가 사실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개인적 신념의 문제라고 말한다. 모든 관점이 똑같이 유효하므로 똑같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오늘날 과학 교사가 겪는 곤란도 결코 이에 뒤지지 않는다.(후략) -<지상 최대의 쇼>, 리처드 도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