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 블로그 펌
군대에서 네티즌들에게, 내 블로그를 보러 와주는 사람들에게 참 하고싶은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전역하면 말하기로하며, 꾹 참고 있었다.
오늘은 "좀머"가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 접기 한 7년정도 전, 2005년쯤에 "던전앤파이터"라는 게임이 오픈베타 할 때부터 던파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많은 정보를 얻고싶어 2007년쯤에 디시인사이드를 가입했다.
감명깊게 읽은 책중에 "좀머씨 이야기" 라는 책이 있어서 닉네임을 "좀머." 로 정하고, 던전앤파이터에도 카인서버에 "좀수라" 라는 캐릭터를 새로 만들었다. (직업이 "아수라" 였기 때문에. 좀머+아수라=좀수라)
디시인사이드 던전앤파이터 갤러리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친한사람들과 함께 카인서버 "지보떡찰" 이라는 길드를 만들었다. (길드이름은 내가 정한것이 아니다.)
이 때, 길드인원 제한이 300명이 최대였는데, 중국인 작업장인원들을 통째로 우리 길드에 가입시켰다.
여기에 말도 안되겠지만 여자 중국인 통역사까지 어떻게 하다가 우리길드에 가입하게 되었다.
중국인들과 말이 통하기 시작하면, 엄청난 이득이 생긴다. 통역사를 통해서 길드회비도 걷고, 각종 이벤트나 정보를 가르쳐주면 유니크아이템를 항상 보내왔다.
중국인들의 엄청난 노가다와 핵과 버그 플레이로 우리길드는 생긴지 일주일도 안되어 길드 만렙을 찍고, 다른 길드와 pk를 떠도 무조건 이기기 때문에 엄청나게 강해지고 있었다.
이걸 보고, 우리 길드에 가입하게 된 사람들이 많은데, 그 중 올포냥도 있었다. 이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나와 알게 된 것이고, 나중에 블로그를 시작하고 유명해지니 올포냥도 따라하고싶다고 해서 도와주었다.
가끔씩 던파에 관한 팁이나 분석글을 블로그에 쓰기 시작했는데 어쩌다보니 1기 기자단이 되었다.
이때는 정말 던파에 미쳤었다. 살면서 이렇게 내가 가진 모든걸 쏟아본적이 없었다. 그리고 정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정도로 강했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좀머의 역사가 시작된다.
날짜가 정확이 언제인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이계던전이 새로생긴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서버 최초로 아수라 2차 크로니클 세트장비 6셋을 모으고, 중국인길드원과 함께 새로생긴던전에 들어갔다.
그런데 중국인 길드원이 핵을 써서 몬스터들은 한방에 다 죽이길래, 이걸 스크린샷으로 찍어 던전앤파이터 갤러리에 올렸다.
평소에 공격적인 말투 때문에 나를 아니꼽게 생각하던 다른 기자단들이 이걸 보고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물어뜯으며, 던파 운영자와 고객센터에 "좀수라라는 유저가 중국인과 핵을쓴다." 라고 신고를 했다.
이 파장은 점점 커져서, 길드원 전체가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자단 게시판에 이런 공지사항이 생겼다.
결과는 길드원 전체가 영구정지 당하고 길드는 폭파되었다.
나는 정말 내 인생 전부를 건 것처럼 던전앤파이터에 미쳤었는데, 공지사항을 읽는순간 정말 가슴이 찢어지는것 같이 아프고, 기절할 뻔 했다.
고객센터에 미친듯이 전화를 걸고 고객센터 직원이 영구정지를 못 풀어준다고 하면, 또 전화해서 다른상담사에게 또 전화하고, 마지막에 통화내역을 보니, 던파 고객센터에 400번이 넘게 전화를 했었다. (이 때, 좀머의 영정풀기로 아프리카tv 방송을 처음했는데 중계방까지 생기고 별풍선과 문화상품권등을 엄청 받았다.)
결국, 한달간의 시도끝에 영구정지 푸는것은 포기하였고 할 게임이 없자 자연스레 눈은 인터넷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현재는 영구정지 푸는 이벤트를 해서, 카인에서 좀수라를 다시 키우고있다.)
던파를 하면서 디시인사이드를 같이했기때문에 인터넷으로는 정말 누구에게도 이길 자신이 있었고, 인터넷만 접속하면 내가 너무나 강해진것 같았다.
디시인사이드에는 정말 센스가 넘치는 사람들도 많고,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하고싶은말을 100% 다 할 수 있는게 너무나 좋았다. 디시를하면서 정말 돈주고도 못할 엄청나게 많은 경험을 했고, 많은것을 배웠다.
하지만 점점 진화해가면서, 디시의 한계를 발견했다.
가끔 정말 획기적인 드립이나, 개그를 생각해낼 때가 있다. 그걸 디시에 올려봤자, 많아야 리플이 30개정도 달리고 묻혀버린다.
이게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래서, 던파 기자단 시절에 쓰던 네이버 블로그에 시선이 갔다.
아마 2007년쯤 부터 인터넷에 적극적으로 글을 쓰고 했을것이다. 평소에 나는 오타쿠들이 너무 싫고 인터넷에 보이기만 하면 도망갈때까지 미친듯이 물어뜯었다.
나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도 않았지만, 어린 마음에 그랬는지 영웅심리인지 그냥 싫었다.
그때는 "오타쿠", "중2병" 이라는 말과 자료들이 일본에서 넘어와 인터넷에 막 퍼지기 시작할 때였다.
던파를 영정당하고, 너무나 할 게 없어진 나는, 블로그에서 "중2병걸린 오타쿠" 로 연기를 하기로 결정했고, 오타쿠 문화를 약 2개월동안 공부했다. 사업도 성공하려면 전망 있는 사업아이템을 찾고, 거기에 대한 공부를 해야한다.
나는 오타쿠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중에서도 가장 악질 오타쿠(달빠) 가 많은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를 선택했다.
솔직히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왜 오타쿠들이 이걸 그렇게 찬양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정말 재미있긴 재미있었다.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와 관련된 모든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마스터 하고, 오타쿠들이 많은 인터넷 카페에도 가입해서 그들의 말투와 문화를 배웠다.
그 기간동안 블로그도 점점 어둡게 꾸미고, 글을 어떻게 쓸 것인지도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첫 글을 썻다.
내가 페이트스테이나이트의 실제 주인공이라며, 애니에 나오는 "세이버" 라는 캐릭터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녀와의 추억들을 올린다며 장문의 글과 여러장의 사진을 게시했다.
반응은 대박이었다. 하루만에 리플이 700개가 넘게 달렸다. 이때가 정확하지 않지만 2009년 말쯤이었을거다.
이때는 네티즌들이 순진해서 내가 정말로 정신병자나 미친사람이라고 믿었다.
원래 반응이 좋을때 더욱 이미지를 확실하게 잡아야 하기때문에 나는 컴퓨터를 켜기만 하면 블로그에올릴 자료를 만들고 글만썼다.
반응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인터넷 게시판은 온통 "좀머 블로그" 로 도배가 되었다. 그럴수록 점점 더 블로그 투데이는 올라가고, 최대일때는 투데이가 4만명이 넘은적도 있었다.
나에게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는게 너무 고맙고, 보답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게 뭔지 생각하다가, 네티즌들이 가장 좋아하는것. "웃음"을 주고싶었다.
나 자신을 점점 더 애니메이션에 정말로 미쳐버린 중2병환자로 포장하고, 점점 더 퀄리티가 높은 글과 자료를 만들었다.
정말 미친듯이 블로그질에 몰입을 했다. 더 심오한 글을 쓰기위해 각종 철학책과 고전 문학들도 많이 읽었다.
사람들이 리플로는 욕을하고있지만, 실제로는 미친듯이 웃고있다는걸 알고있었다.
실제 화약으로 마법진을 만들어서 불을 붙여 세이버를 소환하는 동영상이라던지, 선이 보인다며 집안 전체에 검정색 테이프를 붙여놓고 찍은사진, 사람을 죽였다며 칼과 팔에 케찹을 뿌리고 찍은 사진, 적을 죽인다며 베게에 가면을 씌워놓고 주먹으로 패는 동영상, 구인네스와 같은 중2병의 극을 달리는 게시물들, 세이버와의 추억이라며 써놓은 소설들..
등등 셀수도 없이 많은 자료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게시물 하나 작성하는데 자료를 찾고, 어떻게하면 더 웃길까? 어떻게 하면 더 오그라들까? 하며 글을 수십번 썻다가 지우고, 이 글엔 어떤 음악이 어울리고 어떤 사진을 찍어야 더 재미있을까? 생각하며 최소 3시간이 걸렸다.
솔직히 내가 봐도 정말 웃겼고, 오그라들고, 소름돋고, 너무너무 뿌듯했다.
글만 쓰면 리플이 500개가 넘게 달리고 투데이는 항상 4천명 이상을 유지했다.
이때부터 자칭 좀머 팬이라면서 옹호해주는 사람들이 생기고, 리플에는 욕을 하던 사람들이 메일이나 쪽지로는 힘내라는 말을 많이 했다.
"좀머" 는 정말로 또다른 내가 되었고, 나는 완전히 좀머에 동화되어 내 자신이 좀머라고 느끼기 시작했다.
하루는 휴대폰으로 모르는번호로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네이버 고객센터라고 하길래 무슨일이냐 물으니, tvn 화성인바이러스팀이 고객님의 휴대폰번호를 가르쳐달라고했는데, 고객님의 정보를 마음대로 가르쳐줄수가 없어 동의를 구하러 전화를했단다.
나는 그런거 상관없다며 가르쳐주라고 했고, 곧 화성인바이러스 작가에게 전화가 왔다.
이것저것 물어보고, 출연할 생각이 있냐기에 곧 군대를 가야 하고, 얼굴까지 팔리기 싫어서 거절을 했다. (이 때, 오덕페이트가 조언을 많이 해주었다.)
그리고 블로그에 게시하던 소설을 급하게 마무리짓고, 입대를 하게 되었다.
내가 거의 2년동안 블로그에 투자한 시간을 합하면 정말로 5000시간이 넘는다. 2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10시간정도 블로그 관리를 하며 글을 썼다.
그리고 나를 보러 와준사람들의 기록.. 블로그 토탈 3,000,000명
이걸 놔두고 입대를 해야한다니 정말 아까웠지만, 그래도 블로그보다 훨씬 중요한 국가의 부름이고, 군대를 갔다와야 진정한 남자가 되기에 입대를 하였다.
입대를 하고 얼마 후, 신병위로휴가를 나오게 되었다.
휴가를 나와서도 사람들을 웃기고 싶었다.
그래서 군대에서 받은 상장과 함께 "나는 나라를 위해 입대한것이 아니다. 전쟁이 나면 마음껏 북한군을 학살 할 수 있기 때문에 입대했다."
라는 글을 썻다. 당연히 진심이 아니고, 네티즌들도 진심이 아니라는걸 알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국방부에 신고를 했다.
그래, 군인신분으로 이런글을 쓴건 잘못된게 맞다.
하지만 진심으로 군인이 이런글을 쓴걸 보고 화가 나서, 군인이 다 이럴까봐 불안해서 신고를 했다면 나는 엄청 죄송한 마음으로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신고한 사람은 정말 군인이 이런생각을 가진게 너무 불안하고 무서워서 신고한게 아니라 장난으로, 그냥 자신이 그 유명한 좀머를 신고했다는걸 자랑하고싶어서 신고를 하고, 게시판에 자기가 좀머를 신고했다며 국방부에 신고한 스크린샷을 올리고 비웃었다.
내가 그 글을 쓴게 진심이 아니란걸 다 알면서도, 그저 나를 골탕먹이고 자랑하기 위해서.... 나는 네티즌을 위해 스스로의 시간을 투자하면서까지 광대가 되어 웃음을 줬는데..
하긴 내가 이런말을 해봤자 내가 글쓰는게 짜증났었다고 하는사람들이 많을것이다.
하지만 블로그는 개인공간이 아닌가? 나는 그 누구도 내 블로그에 오라고 초대한적도 없고, 그냥 보고싶은사람은 오고, 보기싫은사람은 안 오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는 내가 어떻게 되었는지 여러분들도 알 것이다.
아무튼 그 일로, 마음에 너무나 깊은 상처를 받았다. 내 게시물에 욕이 달릴때는 정말 눈꼽만큼도 괴롭지 않았다. 오히려 웃음이 났다.
사람들이 악플로 왜 죽는지 이해가 안되었는데 이번일로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처음의 순수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그 누구도 못믿는 증오와 불신만이 내 마음속에 가득차게 되었다.
그때부터 좀머 블로그는 멈춰버린것이다.
그래 꿈이라는건 언젠가는 깨어지고 사라지기 마련이다.
좀머를 시작하고부터 군대를 제대한 지금까지 여기에 쓴 사건들보다 더욱 큰, 정말 너무나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너무나 큰 배신감에 블로그에 있던 글들은 전부 다 지웠지만, 나는 아직도 내가 올렸던 자료들을 보관중이다. 가끔씩 열어보면, 옛 추억들이 생각나서 혼자 감상에 젖기도 하고, 피식 웃기도 한다.
이제 좀머의 진실을 알게되어 실망한 사람들도 많을거고, 통쾌한 사람들도 많을것이다.
질문이 있으면 리플에 달아도 좋고, 안부게시판, 쪽지, 메일 어디든지 괜찮다.
세상이 싫다는 것은 중2병이 걸린 아이들의 뭔가 있어보이는 대사인줄 알았지만, 지금은 정말로 이해가 된다.
지금까지 읽느라 고생했다.
그리고 기억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글을 쓸때마다 꼭 비로그인으로 진지한 충고를 해주시던 분..(말투나 충고해주시는 내용으로 봐선 나이가 많으신것 같다.) 한번도 내가 대답을 안했지만 그분이 써주신 리플덕분에 항상 기분이 좋았고 힘이났다.
또, 내가 블로그에 올릴 자료를 만들때마다 동영상이나 사진 합성을 도와주던 디시인사이드 합필갤 회원들, 동영상에 나오는 목소리를 한국어로 더빙해주던 분들..
블로그 스킨과 그림을 그려주던 분들
무슨일이 있던간에 응원해주시던 분들 너무너무 고마웠다.
[출처] 전역했다.|작성자 좀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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