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세월호에 왜 이렇게 분노하는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가만히 있어라' 임. 선장이 가만히 있어라 라고 해놓고선, 지들은 튀었음. 그리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가장 잘 따른 풋풋한 고등학생들이 떼죽음을 당했고 세상 물정 아는 화물차 기사들은 '가만히 있어라' 라는 말을 무시하고 탈출함. '가만히 있어라' 라는 말을 안했으면, 애들도 안죽었을거라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음. 그 와중에도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서 탈출할 수 있음에도 포기하고, 배에 남아서 지금도 시신수습이 안된 선생님도 있고, 다섯살 난 동생 먼저 구해달라고 지 동생을 위로 올리고선 아직도 아빠 엄마와 함께 물속에 있는 6살 권혁규가 있음. 그동안 나를 포함해서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내기 위해서, 안전은 어느정도 포기하고 달려왔음. 그리고 그러다보니 크고 많은 작은 사고들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보다는 이익이 우선이었음. 그러다가 세월호같은 사건을 맞이한 것임.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대구지하철 방화... 등 우리사회에서 어이없는 일들이 수없이 많았지만, 세월호는 다른 느낌임. 충분히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있어라' 라는 말을 들었기때문에 몰살당했음. 그리고, 단원고생들이 믿었던 우리사회의 시스템 (배의 선장이니까 배를 잘 아니까 선장은 우리를 책임지겠지 같은)은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팬티바람으로 배에서 탈출하는 선장의 모습을 통해 철저하게 부숴졌음. 그리고 뉴스를 통해 우리가 믿고 있었던 시스템이 얼마나 허망하고, 어이없는지 하나 하나 확인을 했음. 진도에 있던 해경관제센터는 자리에 있었는지조차 파악을 못했고(파악을 못하게끔 자료를 폐기했으니) 해경과 해군의 공조시스템따윈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으며 국가긴급사태에 청와대에서는 대통령에게 보고조차 제대로 하지 않음으로서 온국민이 다 지켜본 침몰과정 한 번 안 본 박근혜의 입에서는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렇게 구조하기 힘듭니까?" 라는 전대미문의 헛소리가 나왔음.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 세월호라는 배가, 국가정보원 전현직 직원들이 공제회비를 걷어서 수익사업으로 운영하는 배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물론 국정원에서 압력을 넣어서 그런 건 아니겠지만, 세월호는 출발할때부터 이미 짐을 더 싣기 위해서 배 밑바닥에 넣어야 하는 물까지 빼서 무게중심이 바뀐 상태였고, 그걸 뻔히 알면서도 인천항 관계자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고, 그냥 배를 출발시켰음. 물론 나도 운전할때 뒷좌석 안전벨트 잘 안매고, 노란불이 빨간불로 바뀔려고 하면 엑셀을 세게 밟아서 빨리 통과하는 안전불감증에 어느정도 걸려있는 사람임. 하지만, 만약 내가 이렇게 해서 사고가 났을때, 보험회사나 경찰은 당연히 내 과실에 대해서 책임추궁을 할 것이고, 나도 당연히 받아들일 것임. 근데, 세월호 사건이 난지 1년이 지났음에도, 월급 200만원 조금 더 받는 계약직 선장와 선원들 몇 명. 그리고 세월호에 접근해서 선원들만 구하고 말아버린 123호 정장외엔, 백골로 발견된 사이비교주말고는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처벌받는 사람도 없음. 세월호 선주인 사이비교주가 쫓기다가 죽었는데, 세월호에 투자한 실질적 주인이라는 공제회는 조사 한 번 들어가지 않음. 10원이라도 더 수익을 낼려고, 배의 안전장치를 다 포기하고 화물트럭 한 대를 더 싣은 공제회가 과연 이번 참사에 무관할리 없지만 그냥 사이비교주 한 명 백골로 발견되고 나서 다 수습됨. 사건이 난지 1년 3개월만에... 진도 해경 VTS근무자와 자료지운 사람이 구속되고, 그걸로 끝임. 왜 해군과의 공조가 잘 안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공조를 하겠다는지 그런 건 오리무중임. 무엇보다 이런 중차대한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온국민이 다아는 세월호침몰사건을 대통령 혼자서만 모르고 있다가 7시간뒤에 뜽금포를 날리게끔 만든 어이없는 청와대의 재난관리시스템에 대해선, 아예 말도 못 꺼냄. 그리고 그 청와대의 위기관리시스템은 뜽끔없이 단원고유족들과, 세월호사건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들에게 작동하기 시작해서 근거없이 '유가족 자녀 대학특례입학' 이라던가, '의사자 지정' '수억대의 보상금 요구' 같은 선전선동으로 유가족들과 다른 사람을 갈라놓을려고 하고 그냥 단식투쟁하는 사람에게 온갖 조롱과 비난을 함으로서 이젠 도대체 같은 하늘아래 저런 개호로잡놈이 살고 있었나 하는 허탈감을 들게 함. 여기까지가 지금 세월호 상황임.
지금 박그네정부를 끌어내리고, 청와대 위기관리시스템을 엉망으로 만든 십상시들을 광화문 네거리에서 참수한다고 해서 죽은 애들이 돌아오는 것도 유가족들의 가슴에 맺힌 돌덩이가 내려가는 것도 아님.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음. 하지만, 내가 지적한 '세월호사건' 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과 탐욕에 대해서 반성하지도 않고 세월호가 침몰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살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 산채로 물속에 집어넣은 선장이나, 선장이 급히 전화했다는 양우공제회 담당자나, 해경이 제대로 처벌받지도 않고.(선장이 독박) 그런 사건을 접하고도 보고체계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은 청와대조차 반성하지 않는 이 상황에서 세월호는 진행형일 수 밖에 없음. 내가 여전히 세월호가 진행형인 이유는 단원고 애들이 불쌍해서만은 아님. 나 역시 자식키우고 사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나 또한 이나라의 소시민으로서 '가만히 있어라' 라는 말을 듣다가 언제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는 이 사회를 조금이라도 낫게 만들고 싶어서임. 그래서 나도, 내 후손들도 최소한 '가만히 있어라' 라는 말을 듣고 가만히 있어도 되는 사회에서 살고 싶음. 그게 진짜 이유임. 가만히 있었던 304명의 목숨이 아무 의미없이 날아가버리면 또 우리는 오늘 내가 탄 이 지하철이, 내가 탄 이 버스가, 내가 쇼핑하는 이 마트가, 세월호가 아니기를 운에 맡기면서 살 수 밖에 없음.
난 그런게 싫음. 그래서 세월호로 끝장을 보고 싶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