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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
좋은 말만 하기 없기
나쁜 말을 꼭 한 번씩은 하기
자 누구부터 할까?
손바닥을 내밀고
선생님의 매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었다
먼저 맞는 매는 매서웠다
이 구절 어디서 본 것 같아
맞아, 그 시인의 그 시집에 있는 그 시의 두 번째 연이랑 유사해
내 말이 바로 그 말이야!
그 누구와 그 무엇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맹해 보이는 아이조차
겉옷의 안주머니에
잘 드는 족집게나 면도칼, 송곳 하나씩은 품고 있었다
기교만 있지 새로움은 없어
정작 네 이야기가 없잖아
진정성이 안 느껴져
오늘 함께 점심을 먹고 간식을 먹고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연애에 대해 떠들던 그 아이들이 아니었다
새겨들어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이야
언제부턴가 자기 작품은 가져오지도 않는 선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을 얼마나 들었는지 잔뜩 뚱뚱해진 선배
맞는 자는
더 매서워진다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야멸차져야 한다
이제부터는 육탄전이다
겨울인데도
교실에 난방이 안 되는데도
족집게나 면도칼, 송곳이 삐져나올지 모르는데도
얼굴이 벌게진 아이들이 겉옷을 벗기 시작한다
그 누구와 그 무엇을 찾아야 한다!
좋은 말은 하기 없기
나쁜 말만 꼭 골라서 하기
법대로 하다가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다 이러면서 크는 거야
더 할 말 있는 사람?
인용되지 못한 마음만 교실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저는 고등학생때는 '문예창작 동아리' 활동을 햇었고, 대학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습니다.
06학번이었고, 1학년땐 대부분 이론수업이었던 것 같고 '합평회'는 아마 2~3학년때부터 했던 것 같아요. 저는 문창과였음에도 불구하고 글을 정말 더럽게도 못썼었습니다. 지금 보면 너무… 흑역사야. 차마 못읽겠어. 미쳤었나봐 이 미친년이 하는 생각뿐이네욬ㅋㅋㅋㅋ
다만 저는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합평회'의 의미가 반쯤은 납득이 됐었고 반쯤은 안됐었어요. 비슷비슷한 애들을 모아놓고 서로를 '평가'를 시켰죠. 교수님은 그런 학생들을 지켜보다가 더 평가를 추가하거나 괜찮은 게 있다면 칭찬하거나 했어요(지금 생각해보면 '교수님'의 칭찬 조차 주관적인 평가일 뿐이란 생각이 드네요).
어차피 똑같은 학교 똑같은 학과 이제 막 성인이 된 비슷한 나이대의 또래들. 조금 더 낫거나 조금 더 못하거나. 애들은 다 그런 정도의 차이만 갖고 있었을 텐데(아주 천재가 아닌 이상), 등단한 시인도 아니고 훈련이 된 문인들도 아닌데, 비평과 비난의 차이조차 제대로 알까 싶은 어린애들이 지식 없이 경험 없이 서로가 서로를 '까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걸까? '내가 좀 더 잘 알아'의 어필의 필요성이 있었던 걸까?
'자극'을 받아 창작에 도움이 될 수는 있었겠다 싶어요. 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그런 자극이 전혀 도움되지는 않았었어요. 그저 2주에 한 번 꼴로 해내야 했던 '창작'이 너무나 고통이었죠. 말 그대로 '창작의 고통'이라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근로장학생 혹은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어딘가에 갇힌 채 창작을 해야하는 환경도 참 피곤했었어요.
억지로 억지로 구겨쓴 글자들이 모여 문장처럼 보이기는 했었지만 결과는 뻔했죠... 대차게 까였어요. 그래도 솔직히 또래들의 지적은 거의 듣는둥 마는둥 했어요. 교수님의 지적을 조금 귀담아 들었을 뿐. '니들은 뭐 얼마나 대단한 작품을 써오셔서 그리 까시나' 하는 삐뚤어진 마음 때문이었겠죠; 분명 그들의 말 속에서도 배울 점이 없진 않았을 텐데.
생각해보니 최근 일 관련으로 글을 좀 읽으면서 '시 안에서의 긴장감' 등 도무지 배울 땐 이해가 안되던 것들이 보이거나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아, 그때 그게 이런 거였구나, 하고요. 연륜인가...?- -;;
아무튼 오랜만에 떠올리니 추억도 새록새록 떠오르고(좋은 추억은 거의 없지만) 벌써 시간이 이만큼이나 흘렀구나 싶네요.
10년 전의 나는 내가 다 큰 줄 알았었는데
10년 후 지금의 나는 아직도 내가 덜큰 것 같아요.
나는 아직 덜컸는데 시간만 이만큼 흘러 나이만 처먹고 앉았네요.
하...
이야기가 샜네요; 아무튼 저 시는, 정말이지 저의 대학생 시절 합평시간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해서 속된 말로 '개공감'되는 시였어서 가져와봤어요. 문학을 하는, 글을 읽고 쓰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될 것 같아서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에 대한 저의 변함없는 생각은 '쉬워야 한다', '공감되어야 한다' 이 두가지예요. 어렵고, 추상적이고, 길고, 엔터도 없고(?) 뭐 그런 시들은 영 내취향이 아니더라구요. 쓰는 본인들은 뭔소린지 아나 싶은...;;(당연히 본인은 알겠지만). 아무튼 이 시는 '쉽다', '공감' 둘다 아주 만족스러워서 제 맘에 쏙 드네요.
게시판 성격에 맞을지 잘 모르겠어요. 다만 고등학생, 혹은 대학생들의 '합평회'에 대해서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들어보고 싶었고, 재미있게 읽은 시라 같이 재밌었으면 싶기도 했어요. 문제되면 삭제하거나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미네르바』 2015 여름호 <신작시> - 오은 / 2002년 『현대시』로 등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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