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살면서 한번쯤은 들어봤을법한 한마디가 있다.</div>"뒤져서 나오면 10원당 백대." <div><br></div> <div>도시전설과도 같던 그 한마디를 들어본적이 한번 있었다.</div> <div><br></div> <div>때는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div> <div><br></div> <div>중학교 3학년.</div> <div>이팔청춘의 시기를 보내며 인문계 고등학교 커트라인에 약간 못미치는 내신을 가지고있던 나는 동네에서 족집게로 유명한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div> <div>밤늦은 시각까지 학원에 갇혀있던 나는 야자를 미리 겪어보는 것이라 생각하며 나름 즐겁게 공부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11시에 끝나고 학원을 나온 6명의 무리들은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div> <div>그 나이대 아이들이 으레 하던 것처럼 어떻게 하면 멋있고 깔끔하게 침을 뱉을수 있는지 토론하면서 공원을 지나던 중이었다.</div> <div>그 공원에는 가로등이 몇개 없어서 어두침침했는데 그날은 어둡다 못해 침울하게 느껴졌다.</div> <div>분명 앞을 보며 가고 있었는데 어느순간 나타난 한명의 고등학생이 있었다.</div> <div>껄렁껄렁 출현한 그의 입에는 담배가 물려있었고 우리들은 벙쪄있던 상태였다.</div> <div>그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야.'</div> <div><br></div> <div>"네?"</div> <div><br></div> <div>'눈 깔어'</div> <div><br></div> <div>어이가 없었다.</div> <div>뜬금없이 나타나서는 하는 말이 눈을 깔으라니 그 상황이 너무나도 어이없고 화가나서 시선을 아래로 두었다.</div> <div><br></div> <div>엄청난 포스에 당황한 우리는 이 상황을 곰곰히 생각해보고 '6:1이면 해볼만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다시 치켜뜨며 저항하려 했다.</div> <div>그때였다.</div> <div><br></div> <div>나무뒤에서,</div> <div>덤불속에서,</div> <div>정자안에서,</div> <div>그림자에서,</div> <div>철봉뒤에서 무언가 스르륵 움직였다.</div> <div><br></div> <div>그의 일행들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div> <div>그들은 마치 심연에서 나타난 한무리의 다크템플러같았다.</div> <div><br></div> <div>'아 씨.. 샤쿠러스의 개자식들같으니..'</div> <div><br></div> <div>얼핏봐도 열댓명은 족히 되어보였다.</div> <div><br></div> <div>그가 또 다시 입을 열었다.</div> <div>"야. 따라와."</div> <div><br></div> <div>압도적인 공기에 순순히 우리들은 공원의 구석진곳을 향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들에게 둘러싸여 가면서 조선시대때 길가던 행인들이 산적떼를 만났을때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생각했다.</span></div> <div><br></div> <div>그 무리들중 키가 나의 어깨쯤 오는 녀석이 말했다.</div> <div><br></div> <div>"아가들. 순순히 말로할때 가진 돈 다 꺼내라"</div> <div><br></div> <div>누가 아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들은 주섬주섬 주머니속을 살피며 돈을 모두 모았다.</div> <div>잠바주머니, 바지주머니, 엉덩주머니를 다 뒤져서 나온 돈은 총합 1300원.</div> <div><br></div> <div>그렇다. 우리들은 학원이 끝나고 분식집에서 닭꼬치를 겁나게 뜯었기에 짤랑이 몇개뿐이었던 것이다.</div> <div><br></div> <div>그네들도 어이가 없던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div> <div><br></div> <div>"야. 니들 이거밖에 없냐 진짜?"</div> <div><br></div> <div>"안되겠다. 야, 뒤져."</div> <div><br></div> <div>"뒤져서 나오면 10원당 백대다 XX"</div> <div><br></div> <div>그들은 우리의 몸을 훑기 시작했다.</div> <div>셔츠주머니, 바지주머니속 조그마한 주머니 심지어는 양말에도 숨겨놓았을까봐 양말까지 열어보았다.</div> <div><br></div> <div>"찾았다!"</div> <div><br></div> <div>산에서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의 외침처럼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친구를 더듬던 그녀석이 말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신발속에 숨겨둔 10원을 찾은것이다.</span></div> <div><br></div> <div>"야. 이건 뭐냐?"</div> <div><br></div> <div>'그거 발냄새 제거용인데요'</div> <div><br></div> <div>그녀석들은 소리를 지르며 소스라치게 10원을 던졌다.</div> <div><br></div> <div>정말 우리들에게 짜낼 한방울의 국물도 없는것을 확인한 그녀석들은 그만 가려고 했다.</div> <div><br></div> <div>그때 한녀석이 친구의 패딩을 보며 말했다.</div> <div><br></div> <div>"야."</div> <div><br></div> <div>'네?'</div> <div><br></div> <div>"벗어."</div> <div><br></div> <div>그새끼는 친구가 입었던 패딩을 입더니 좋다며 지가 입는다고 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우리들의 최대 피해자는 그친구가 된 것이었다.</span></div> <div><br></div> <div>그렇게 그녀석들은 다시 사라졌고 우리들은 허탈해했다.</div> <div>돈이 문제가 아니라 처음 당해보는 금품갈취에 어버버하며 당했던게 뒤늦게 분했다.</div> <div><br></div> <div>다음날부터 그 공원에는 경찰들이 순찰을 돌게 되었고 가로등이 몇개 세워졌다.</div> <div>이전부터 너무 어둡다는 민원이 종종 들어갔었지만 무시되던 것이 이번 일로 세워진 것이다.</div> <div><br></div> <div>며칠이 지나고 소식이 들렸다.</div> <div><br></div> <div>"야 걔네들 잡혔대."</div> <div><br></div> <div>그녀석들이 잡힌것이다.</div> <div>우리들중 패딩을 빼앗긴 친구 형이 소위 잘 놀던 형이었고, 주변 친구들을 통해 수소문해서 패딩을 입고있던 그새끼를 잡은 것이다.</div> <div>그 무리들은 경찰에 넘어가게 되었고 이전부터 문제가 많았던 녀석들이라 강제전학을 당하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div> <div><br></div> <div>나는 '그깟 1300원때문에 강제전학가네 쓰레기같은 놈들' 하고 생각하며 통쾌해 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