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 <p> </p> <p> </p> <p> </p> <p>1.</p> <p> </p> <p> </p> <p>xx의 검 이라는 모바일 게임 광고가 자꾸 눈에 밟혔다.</p> <p> </p> <p>막 으마으마하게 뭐 아이템도 주고 레벨업도 빠르고 한다길래, 그래 어차피 현재까지는</p> <p>대충 망한인생 게임에서라도 잘살아보자고 깔...깔아봤는데...</p> <p> </p> <p>게임 설치용량이 100메가도 안되길래</p> <p>뭔놈의 게임이 20년전 게임보다 용량이 적냐며 헛웃음지었다. 근데 웃긴 포인트는</p> <p>여기가 아니고, 시작화면 보자마자 진짜 미친인간처럼 웃었다.</p> <p>사용가능한 클래스는 둘 뿐이고 그나마도 접속하니까 뭔놈의 고등학생 동아리에서도 안만들것</p> <p>같은 퀄리티의 굉장히 조잡한 게임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걸 돈주고 하는 인간이 있단 말이지.</p> <p> </p> <p>그래도 날 끌어들인 그 광고. 그래 그 자본주의에 탄복해 첫충전 금액 관계없이 뭐 선물을</p> <p>막 준다는 말에 천이백원짜리 보석을 한묶음 샀는데,</p> <p> </p> <p>주긴 뭐 많이 주더라.</p> <p>문제는 충전 기념으로 산 상자들을 또 보석을 사서 풀어야 한다는 것 뿐.</p> <p>상자를 여는데 필요한 보석양을 현금으로 환산하니 20만원이 넘는 금액이 나왔다.</p> <p>이건 양심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였다. 여기에 돈을 쓰는 사람이 진짜 있긴 한건가?</p> <p> </p> <p>그래도 여캐 가슴이 커서 한 이십분 낄낄거리다 잘 나왔으니 천이백원어치는 잘 한것 같다.</p> <p> </p> <p>뭘해도 되는게 없어.</p> <p> </p> <p> </p> <p> </p> <p> </p> <p> </p> <p> </p> <p> </p> <p>2.</p> <p> </p> <p> </p> <p>저녁에 집에 돌아와 괜히 팔짱끼고 컴퓨터 화면 쳐다보면서 지나간 드라마 보고있는데</p> <p>비루한 몸땡이 배는 고프고 밥이라도 좀 쳐먹어야겠다 싶어 대충 부얶으로 기어나갔다.</p> <p>그곳에는 가지를 삶다가 '어 너 왜나옴?' 하고 쳐다보는 엄마가 있었다.</p> <p> </p> <p>밥을 쳐먹더래도, 그냥 먹기는 싫고 대충 냉장고에서 두부 한 모 야채조금 뭐 이거저거 꺼내</p> <p>대강 마파두부 비슷한거 만들어서 소주 한병과 함께 방으로 가지고 들어갔다.</p> <p>배가 덜고파. 그러니까 이상황에서도 소주를 찾지.</p> <p> </p> <p>보던 드라마 앞에 소주 한잔 따라 마파두부밥 대충 한수저 뜨는데 퇴근하신 아버지가 문열고</p> <p>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p> <p> </p> <p> </p> <p>"쟤 언제부터 들어왔어?"</p> <p> </p> <p>"아까 오후에."</p> <p> </p> <p>"어이고. 어이고."</p> <p> </p> <p> </p> <p>문닫고 방안에서만 생활하다가 대충 기어나와 일하러 가거나 그마저도 없는 날이면</p> <p>방문닫고 부모님 나갈때까지 기다렸다가 대충 나가서 밥먹고.</p> <p>어. 부모님이 안나가면 어떡하냐면. 그냥 목마르거나 배고파도 방 밖으로는 한발자국도 안나감.</p> <p> </p> <p>근데 오늘은 술을 한잔 하고 싶어서 내 서른XX평생 대단한 결심을 하고 나갔음.</p> <p> </p> <p>ㅋㅋ</p> <p> </p> <p>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p> <p> </p> <p> </p> <p>그래서인지 집에서는 날 거의 미친인간 취급하기 시작했음.</p> <p>생각해보면 당연한거지. 이건 부모님 탓은 아니야.</p> <p> </p> <p>아. 유쾌하네. 그런데 잠깐만 오늘 내가 하려고 했던 이야기는 이게 아니고.</p> <p> </p> <p>아무튼 그래놓고 나서 술병이랑 좀 치우려고 나왔어.</p> <p>술도 마셨고, 정말 그럴 생각 없었는데 안방에서 TV를 보고 있는 엄마에게, 멀찍이</p> <p>소주병 치우다 말고</p> <p> </p> <p> </p> <p>"엄마 나 힘들어."</p> <p> </p> <p> </p> <p>라고 말했어.</p> <p> </p> <p> </p> <p>내쪽으로는 시선도 돌리지 않는 엄마는 "니가 노력을 하면 안힘들어" 라고 했어.</p> <p> </p> <p> </p> <p>"엄마. 밤새가면서 며칠을 넘게 잠도 못자고 사고날뻔 하면서 일했어.</p> <p>마시지도 못하는 양주 내돈으로 사서 먹이면서 거래처 비위 맞춰주고 다녔어.</p> <p>원청한테 맨날 줘터지고 쌍욕먹고 집에와서 자다말고 전화와서 욕먹고 불려나가서</p> <p>술마시고 일요일도 없이 일했어. 2년이야. 2년. 그렇게 2년을 일했어. 그런데 바뀌는게</p> <p>없어서 죽을것 같았어. 그래서 그만둔거야."</p> <p> </p> <p> </p> <p>"니가 2년이 아니라 20년을 똑같이 노력했으면 안힘들었을거야."</p> <p> </p> <p> </p> <p>"20년동안 매일같이 내가 한 잘못도 아닌걸로 욕먹고, 직원 월급 주고 유지비용 나가고</p> <p>내손에 들어오는건 이백만원이고. 마시고 싶지도 않은 술 매일 먹고,</p> <p>그렇게 살면 20년뒤에는 내가 뭔가라도 얻어?"</p> <p> </p> <p> </p> <p>"우는소리를 자꾸 하니까 니 아빠가 널 싫어하는거야."</p> <p> </p> <p> </p> <p> </p> <p> </p> <p> </p> <p> </p> <p>나는 종종 동생과 비교당하곤 했어.</p> <p>그런데 동생은 내가봐도 참 올바르게 살았어.</p> <p>공부를 열심히 해서 공립유치원 교사가 되었고 좋은 친구를 만나 결혼했어.</p> <p>차근차근 모은 돈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예쁘게 잘 살았어. 그리고 난 그렇게 잘 산</p> <p>동생이 앞으로도 더 잘살았으면 좋겠어. 그런데.</p> <p> </p> <p>그 대척점에 있는게 굳이 나라는걸 말하지는 않았으면 한거지.</p> <p>버는동안에는 가족을 위한다는 생각때문에 이십만원 사십만원 백만원씩도 아낌없이</p> <p>가족에게 내줬어. 한두번도 아니고. 그게.. 나는 비록 힘들게 돈을 벌지만, </p> <p>나도 열심히 살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어.</p> <p>그런데 이젠 다 망했으니 가족들은 더이상 동생과 날 비교하는 것 조차 하지 않네.</p> <p> </p> <p>이쯤되면 가족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p> <p> </p> <p> </p> <p>아무튼 이야기로 돌아와서 나는 그자리에서 이야기하기를 그만뒀어.</p> <p>알게뭐야. 좋을땐 가족이고 나쁠땐 서른넘게먹은 객식구인데.</p> <p> </p> <p> </p> <p> </p> <p> </p> <p> </p> <p> </p> <p>3.</p> <p> </p> <p> </p> <p>돈이 없기 시작한뒤로 나는, 싸구려지만 낚싯대를 샀어. 나에게 낚시를 권했던 형이</p> <p>스피닝 릴이라고 하는 입문용 릴을 선물해줬지. 처음에는 릴과 낚싯대를 빌려 다녔는데</p> <p>시간이 지나니까 그냥 캐스팅이라고 하는, 낚싯대를 던지는 시간만큼은 내가 아무것도</p> <p>생각하지 않아도 괜찮더라고. 그래서 원래는 세트로 사려고 했는데 낚시를 권했던 형이</p> <p>손사레를 치며 그러지 말라고 한거야.</p> <p> </p> <p>내친김에 베이트라고 하는 상급자용 캐스팅 방법도 배웠지.</p> <p>낚시란 참 재미있어.</p> <p> </p> <p>캐스팅을 할 때 핑 하고 초릿대 끝이 찌릿 하면서 줄이 날아가는 그 순간이 찰나처럼 생생해.</p> <p>거기에는 대출이자도 못난 나와 데면해진 가족들도, 지금은 어디서 뭘 하는지 알지도</p> <p>못하는 예전에 친했던 사람들도 불확실한 내 미래를 포함해 아무것도 없어.</p> <p> </p> <p>그냥 던지고, 당기고 그러다 목마르면 물한잔 담배한대 태우면 되는거야.</p> <p>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세계 그래서 진짜 온전한 시간. 해가 슬렁슬렁 뜨고 대충 하늘위에</p> <p>고깔모양 하늘 끝까지 올랐다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던지고 당기고 하다보면 하루종일 뭘</p> <p>한마리도 못낚아도 괜찮아.</p> <p> </p> <p>다음에 다시 돈을 벌게 되면 괜찮은 릴과 낚싯대 그리고 예쁜 루어를 사야지.</p> <p> </p> <p> </p> <p> </p> <p> </p> <p>4.</p> <p> </p> <p> </p> <p>서러운 꿈을 꾸었어.</p> <p>2 에서 이야기했던, 엄마와의 대화가 오고간 후 잠들었는데 꿈에서 가족들이 마침내</p> <p>날 버렸어. 친한 사람들에게 찾아갔지만 문을 닫거나 조롱했어. 인터넷에 글을 올렸는데</p> <p>내 게시물이 온갖 악플로 도배되고 심지어 어떤사람은 내가 있는곳에 찾아와 놀려댔어.</p> <p>너무 서러워서 울다 깼어.</p> <p> </p> <p>방구석에 앉아 만들다 만 건담을 품에 안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어.</p> <p>어쩌다가 이렇게 된걸까.</p> <p> </p> <p>난 그냥 열심히 살려고 했던 것 뿐인데.</p> <p> </p> <p>헬스장 회원권, 아직 포장도 뜯지 않은 건담, 저녁에 먹다만 소주. 일주일전에 먹고 한구석에</p> <p>쳐박아둔 곰표 오리지널 팝콘, 나름 괜찮았던 시절에 나를 위한거라며 산 아주 좋은 컴퓨터와</p> <p>힘들때 내 손가락을 더 힘들게 했던 기타. 내 방 천장 한켠에 매달려계시는 예수님은 힘드셔서 그런가</p> <p>꿈이라도 좋은거 꾸게 해달라고 했던 기도도 들어주시질 않네. 이럴거면 거기 왜 계세요.</p> <p>그냥 내려오셔서 한잔 하세요 저랑.</p> <p> </p> <p>내가 힘들때 선뜻 술사주며 힘내라고 말해주는 좋은 동네형들. 최형 내가 힘들때</p> <p>술사주고 힘들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해줘서 고마워.</p> <p>그래도 돈있으면 나름 관계 괜찮은 가족들. 아빠가 날 위해 큰 돈을 들여 내 손을 잡고</p> <p>서울랜드에 놀러갔던 그 정성만큼은 아직도 너무 고마워요.</p> <p>지랄염병맞긴 해도 나와 꽤 잘노는 동생과 매제. 그리고 걔네집 어린 리트리버.</p> <p>20년째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는 소설카페 회원들.</p> <p>내 소중한 독일친구와 미국친구, 그리고 독일친구와 날 친구로 만들어준 예쁜친구.</p> <p>마토이류코, 찰리채플린, 아스카, 레이, 백스트리트걸즈의 마리, 건버스터 노리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흑마법사.</p> <p>내 소설에 나오는 레인과 쯔바이쉴츠, 트리거 수잔, 엘리스와 도로시.</p> <p>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건담들. 그랑죠.</p> <p>어드벤쳐 타임 핀과 제이크, 레몬그랩, 프린세스 버블검, 캔디왕국 가디언들,</p> <p>호머심슨, 아이언맨, 로보캅, 미친포텐 제대로 보여준 식신과 희극지왕의 주성치.</p> <p> </p> <p> </p> <p> </p> <p>뎁, 페퍼톤스, 강허달림, 이진아, 여자친구, 김윤아, H ZETTORIO, PASSPO,</p> <p>RAMP, 양방언, 김광민, 그리고 다이시댄스 이새끼 너 너는 그러면 안됐어. 내가 널 얼마나 좋아했는데.</p> <p>어디보자 또 뭐가 있더라.</p> <p> </p> <p> </p> <p> </p> <p>내가 아주 잘 되어서, 내가 결혼할 사람은 나와 함께 나란히 앉아 맥주를 마시며 건버스터를</p> <p>봐줬으면 했어. 축퇴로에 손을 집어넣는 그 순간에 함께 울어줄만한 감성을 가진 그런...</p> <p>괜찮다면 로보캅 시리즈도 좋고. 80년대 매운맛 폴 버호벤이 뭔지 보여주고 싶었어.</p> <p> </p> <p> </p> <p>욕심이 아주 하늘을 찔러 그냥.</p> <p> </p> <p> </p> <p> </p> <p> </p> <p>다 끝났구먼. 내 언젠가 이렇게 될 줄은 알았지만 그게 올해일줄은 몰랐지.</p> <p>요새 자꾸만 내가 좋아했던 것들 좋아하고 있는것들만 떠올리는걸까.</p> <p>그게 좀 더 내 마음이 편해지는 순간이라 그런거겠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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