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제가 어제 드디어 수능을 봤네요</div> <div>오빠가 두번 고역을 하고 수능을 보는 걸 지켜보면서 무섭기도 하고 그랬는데 제가 언제 벌써 이렇게 컸다고 수능을 봤어요</div> <div>몇 달 있으면 스무살이고... 술도 먹겠죠ㅋㅋㅋ</div> <div> </div> <div>그 있잖아요 저 진짜 열심히 했어요</div> <div>2학년 땐 매번 3등급이었던 국어 올려보겠다고 여름방학 때 3학년 선배들이랑 같이 학교 야자실에서 밤까지 공부하고 진짜로</div> <div>엄마가 항상 제 성적표 보시면 원래 그러신 분이 아니었는데도 오빠랑 비교했었거든요. 너네 오빤 공부 그렇게 안 하고도 매번 국어 다 맞던데..</div> <div>국어 국어 국어 진짜 그 국어가 뭐라고 울면서 공부했었어요</div> <div>국어시험은 무슨 한국인도 못 풀겠는데 하면서 국어의 기술 그 참고서 두권 다 너덜너덜해질정도로 기출문제집도..</div> <div>결국 올해 모의고사들에선 한 번 빼고 다 1등급, 그 1등급들도 두번은 1개 틀리고 나머지는 다맞고. 누래진 참고서 보면서 얼마나 뿌듯했고 기뻤는지</div> <div>11일날 그거 꼭 안고 국어 잘 볼거라고 열심히 나한테 말해줬는데</div> <div>수능장에서는 또 달랐나보네요</div> <div>가채점결과는 끔찍했어요 예상 등급컷 1등급은 무슨 3등급 하면 다행일정도로</div> <div>채점할 때 가채점표에 틀린 거 체크 기계마냥 하는데도 눈에선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고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바닥에 있던 그날 제가 머리 턴 수건 그거 얼굴에 대고 엉엉 울었어요 안 울 줄 알았는데 그냥 엉엉 울었어요 꺽꺽대면서 </div> <div>모르겠어요 얼마나 울었는지는 나중엔 오빠가 물 한컵 주면서 마시라 그러더라구요</div> <div> </div> <div>수학 수학은요.. ㅋㅋ 원래 잘 못했어요.</div> <div>중학교 떄도 고등학교 때도 심지어 초등학교때도. </div> <div>국영수 셋중에 아픈 건 수학 하나였어요</div> <div>근데 저 올해 열심히 올렸거든요 제가 가고 싶은 대학 학과 엄마 고생 안 하시게 장학금 받고 들어가려면 수학 1등급이어야 하니까 진짜로 열심히 했거든요</div> <div>막판에 9월 10월 둘다 1등급 떴었어요 그땐 정말 플래너에 붙여 놓은 넌 전과목 1등급으로 부모님 고생 안 시켜드리고 전액 받고 대학 간다 그 포스트잇에 부끄럽지 않았어요 성적표 받고 코끝이 찡했었는데</div> <div>여기서 무슨 말 할지 알 거 같죠 수학도 망했어요. 진짜 쉬운 4점짜리. 계산만 잘하면 푸는 4점짜리 두 개가 자꾸 제 발목을 잡고 안 놔주더라구요</div> <div>당황해서 계산에서 자꾸 미끄러지고 그거에 40분을 걸었는데도 병신같이 안 풀려서 그냥 다 내던지고 나가고 싶었어요 그냥 그땐 제가 아니었던 것 같았어요 손도 머리도 다</div> <div>30번은 건드리지도 못하고 28번은 또 왜 안풀리는지.. 채점은 또 해봐야죠 근데 참... 뭐같더라구요 세상에 78점? 처음 맞아보는 점수를 그 수능에서 맞던데요? 잠깐 멍해져서 눈물도 안나오고 만약에 이 점수를 쌤이 보신다면 넌 시험 볼 때 혹시 잤니...라고 하실 것 같고 그냥 세상에 이게 뭔지.... </div> <div>수학 채점하고 가채점표 던졌어요ㅋ</div> <div> </div> <div>영어영어영어 시벌탱 영어!!</div> <div>ㅋㅋㅋㅋㅋㅋ저 있잖아요 영어요 1학년때 저 공부 그렇게 썩 잘하진 않았거든요 근데 유일하게 내신도 모의고사도 1등급 받던 게 영어였어요</div> <div>2학년때도요. 항상 영어는 진짜 제가 자랑하고 싶은 과목이었어요 </div> <div>그래도 3학년 떄 미끄러지면 안되니까 방심은 못했어요 겨울방학때 진짜 좋은 인강 선생님 만나서 그 선생님의 주요 교재 인강 다 듣고 기출도 그때부터 다 풀고 영어는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거니까 더 신나게 했어요 영어 공부할 땐 유일하게 신났어요</div> <div>올해 모의고사들 영어는 다 무난하게 나왔고 유ㅣ=일하게 7월 교육청 거지같았을 때도 점수 유지...9월 10월 아 그냥 다 부질없어지려 그래요</div> <div>수능이요 수능은 또 달랐는지 어땠는지 ㅋㅋㅋ 처음으로 영어 풀 때 혼란이 왔어요 긴장을 ㅎ했는지 잡생각이 많았는지 어깨는 아프고 팔은 저리고 문제는 안 읽히고 재진술은 어디서 해야하는지 모르겠고 엄마 생각나고... </div> <div>영어요 채점해보니까 제일 ㅁ많이 틀렸던데요 갯수는... 그냥 영어 채점하고 나서 처음으로 베란다 난간이 눈에 보였어요 아주 잠깐ㅋㅋㅋㅋ</div> <div> </div> <div>그렇게 채점하고 울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요</div> <div>제가 1년동안 공부해서 나온 성적들이 다 구라였나 이게 진짠건가 이게 진짜로 내 실력인건가</div> <div>그럴거면 모의고사는 뭐하러 그렇게 잘 봤나 악마가 진짜 있어서 나 엿먹이려고 이런건가</div> <div>평소에 틀리는 거에서 서너개면 몰라 5배... ㅋㅋ이게 뭔가 싶더라구요</div> <div> </div> <div>나는 진짜 내가 1년동안 공부했던 시간들이 그 때 당시엔 힘들고 거지 같았어도 나한텐 참 진짜로 귀중한 시간들인데 내가 열심히 할 수 있구나 그거 알려준 시간들인데 그게 다 사라지는 것 같았어요</div> <div>시험장 들어가기 직전까지 저랑 같이 있었던게 그것들이었는데 내가 그 시간들 다 망쳐버린 거 같아서 너무 나한테 미안하고 거실 바닥에 있는 너덜해진 책들한테도 미안하고 이것저것 붙어있고 내 1년 다 들어가 있는 플래너가 너무 불쌍해보이고..</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에휴 많이도 썼네요 학교도 안 가고ㅋㅋㅋ 넋두리는 여기서 하고 가요</div> <div>사탐은 그나마 잘 봤어요 적어도 제 사탐 책한테 미안하진 않을 정도로ㅋㅋ 그놈의 책들..</div> <div>뭐 1년 더 하려구요 아직까지 제 생각은 그래요ㅋㅋ 오빠는 절 말리고 이모는 절 부추기고ㅋㅋㅋ </div> <div>어제 그렇게 울고 오빠랑 얘기하고 엄마랑도 얘기하고 친구랑 통화하면서 신파극 하나 찍고 나니까 오늘은 낫네요</div> <div>주말에 가족이랑 수목원도 다녀오고 친구랑 롯데월드도 갔다오려고 해요</div> <div>어차피 끝난 거고! 수능 망친 거랑 별개로 제 1년은 정말 뿌듯하고 귀중해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수능이 제 1년을 테스트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마지막 단계? 그런거라고 생각하면 뭐.. 그러려니 하네요 </div> <div>오오 넋두리라 그런지 이상하고 오글거려요 만약에 읽으셨다면 그건 감안해주세요ㅎㅅㅎ 좀 있다 삭제나 해버릴까 싶네영</div> <div>같이 수능 본 고삼들 n수생님들 그냥 끝났으니 놉시다... 롯데월드랑 서울랜드는 15일까지만 수험표 할인 하더라구요 에버랜드는 30일까지!! 빨리빨리 놀아야 해유</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