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글 깁니다. 그리고 만약 스노비즘이라고 생각되거나 틀린점 있으면 바로바로 지적해주세요. 저도 전문가 절대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복싱시장이 망해서 라이트팬이 거의 없고 대부분이 하드팬입니다. 그런데 이번 게임은 너무 커서 아예 복싱을 보지도 않던 사람들도 보게 되었고 경기는 아웃복싱이 이겼습니다. 라고 밑밥을 깔고 시작해볼게요.
개인적인 감상평으로는 메이웨더가 파퀴아오의 타이밍을 잡았고 파퀴아오는 메이웨더의 방어체계를 부수고 들어가지 못해서 졌다, 정도로 생각하는데..
메이웨더는 원래 그렇게까지 회피 일변도의 포인트게임을 주도하는 복서는 아닙니다. 엄청 잘 피하는데 중간중간에 상대 리듬을 깨거나 빈틈에 꽂아넣는 단발이나 짧은 콤비네이션은 진짜 맞는거 보기만 해도 엄청 아파보여요. 근데 파퀴아오도 메이웨더의 카운터성이 아닌 단발을 피하거나 흘릴 수 있을 만큼의 방어를 보여줬고 메이웨더도 제대로 된 파워펀치를 꽂지 못했습니다. 파퀴아오는 메이웨더의 방어 시스템을 깨지 못했고 당연히 콤비네이션을 부어도 메이웨더는 죄다 막거나 흘려보냈고 파워펀치는 안터집니다. 결국 보기 시원한 파!워펀치는 하나도..저와 제 가족들은 못봤습니다.
파퀴아오는 메이웨더의 카운터를 몇 번 상대해 보고는 링을 잘라내서 상대를 코너에 몰아넣고도 들어가기를 주저하는 모습도 몇 번 보여줬습니다. 저는 이걸 보고 진짜 이 게임의 수준에 감탄했습니다. 파퀴아오가 전진을 망설이다니...!! 이거 진짜 저는 야구로 비교하면 막 한국시절 류현진이 스트라이크 던지기 무서워하는 그런느낌이었습니다. 메이웨더도 원래는 중간중간 상대 리듬이나 전진을 방해하려고 단발 펀치를 끊임없이 퍼붓고 몇 라운드정도 상대해보고 좀 잘 피할 수 있을 것 같으면 두 팔 벌리고 도발까지 하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파퀴아오의 근-중거리 펀치다발을 피하려고 아예 중-장거리에서 카운터 위주로 노리면서 회피-절레절레를 시전했습니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의 대응을 완벽하게 무력화시킬 자신이 없으니 주저하게 되고 게임 템포는 느슨해집니다.
여기까지가 제 감상평입니다. 파워펀치는 터지지 않고, 서로 주저하게 되고, 메이웨더는 완벽하게 제압할 자신이 없으니 더욱 안전한 선택 위주로 게임하고, 파퀴아오는 장기인 스텝 인-콤비네이션 펀치다발이 통하지 않으니 무력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까 깔았던 우리나라 복싱시장의 밑밥을 꺼내볼게요. 우리 누나만 해도 오늘 게임한다고 왜 안보냐고 묻더라구요. 근데 제가 파퀴아오가 메이웨더의 오른쪽 더킹을 자꾸 라이트로 찍는다고 할때 하나도 못알아들었습니다. 근데 그런 사람들이 과연 메이웨더가 지금까지 어떻게 경기해 왔는지, 파퀴아오는 어떤 복서인지 알고 있을까요..? 원래 잘 모르는 스포츠는 별로 재미없습니다. 저도 국대축구나 골 하이라이트 이런거 아니면 축구 재미없어요. 근데 심지어 이번에는 챔피언들도 인정한 노잼경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경기 자체의 수준은 굉장히 높았고, 그걸 분석해 낼 수 있거나 미리미리 이런저런 예측을 해보던 사람들은 진짜 재밌었을 겁니다. 자기가 꿈에 그리던 대결이 성사되었으니까요. 근데 그런거 다 모르고 복싱=주먹질 인 사람들한테는 더럽게 재미없었을 겁니다. 우리 아빠도 경제학 전공인데 이거 왜 사람들이 보는지 모르겠다고 욕하셨으니까요.
최소한의 흥미가 있는 라이트팬도 아니라 아예 문외한이 대부분이었던 우리나라의 복싱 상황, 거기에 세기의 대결이라는 어마어마한 사전 타이틀, 정작 치뤄진 느슨한 게임의 3박자가 고루 갖춰져서 이렇게 이 게임이 노잼씹노잼극노잼으로 욕먹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 민감할지도 모르겠지만, 해설자들도 너무했습니다. 이런 우리나라 복싱 상황을 알고있다면 숄더롤, 앞발 위치같은 전문지식이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아웃복싱, 인파이팅같은 기본 지식이나 어느 타이밍에 집중해서 봐야되고 방금 이게 왜 중요했는지, 게임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정도만 짚어줘도 훨씬 보기 좋았을 것 같은데요.. 저는 제가 아는 한에서 최대한 가족들에게 설명해줬습니다만 가족 전체가 관심이 없었던 문외한이라면...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