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일베하니?' 일베가 사회적 문제가 된지도 몇 년이 꽤 흘렀다.
정치, 사회, 방송 등에서도 일베의 검은 그림자가 가끔씩 보인다.
키보드를 넘어서 현실로도 삐죽 튀어나오니 이에 대해 더욱 예민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애먼 사람이 억울하게 오해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거슬리는 반박이 있다.
바로 '만물일베설'이라는 용어이다.
이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이 용어는 '일베는 모든 일과 연관된 것은 아니다'라는 반박을 제1 의미로서 함축하고 있지만 동시에 일베를 우려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은근 슬쩍 '너희들은 일베가 모든 것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고 호도하는 고약한 성격도 내포하고 있는듯 보인다.
비슷한 예로, 한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이 발생하여 사람들이 일진의 유무를 의심할 때 그 입장들을 '만물 일진설'이라 치부하는 것이다.
물론 일진 없이 평범한 학생들 간에도 문제가 생길 수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일진을 의심하는 것은 보통 학생 문제보다 일진이 얽혀있는 문제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즉 일진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일진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일진이라는 존재가 사회적으로 위험하고 불쾌함을 유발하기 때문에 경계하는 것이다.
'일베만물설'아니냐며 조롱하는 것은 저러한 의미를 제멋대로 도치한 잘못이다.
즉 '만물xx설'이란 용어의 문제점은 1)xx에 대한 모든 비판적 입장들에 대한 존중 없는 무시이며, 2)한편으로 xx의 위치를 격상하는 문제점을 내포한다.
'일베'는 건전한 사회적 담론이 이루어지는 장도 아니고, 특이한 학술적 논의를 생산해내지도 못하며 '환단고기'같이 소설에 가깝지만 나름 판타지적인 재미가 있는 예술도 만들어내지 못하므로 만물은 커녕 제대로된 무엇인가를 하나라도 생산해내면 행운에 가까울 것이다.
일베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정반대이기에 그와 관련된 사소한 것도 우려하는 것인데 이를 일베가 대단한 존재라도 되서 그런 대우를 받는다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쉽게 말하자면 일베에 예민한 사람들이 보이는 입장은 '만물 일베설'이 아니라 '오물 일베설'에 가깝다.
그러한 입장이 100% 타당한 것은 아니다.
오해할 때도 있고 지나치게 일베에 집중함으로써 그 존재감을 부러 더 느끼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
일베가 이 세상 모든 나쁜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베는 나쁜 것을 유지시키고 확대 재생산하는 능력은 있다.
그러한 증거를 계속해서 보여줘왔다.
정리하자면, 확증된 근거 없이 사회현상 중 부정적인 것과 일베를 연관하여 보는 사람들을 '오물일베론자'들로 보자는 것이다.
확실한 근거가 있거나 정황증거가 있다면 타당하다고 인정받겠지만 아니면 인정을 못 받겠지요.
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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