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매트릭스의 후광효과를 누려보려다 매트릭스 팬들에게 엄청 욕을 먹었던 이퀄리브리엄.
'매트릭스는 이제 잊어라'는 저 문구는 예전에 붐이 렉카라는 댄스가수로 활동하던 시절
'서태지씨 이제 그만 쉬세요. 가요계는 이제 우리가 이끌게요.' 라고 한 인터뷰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포스터만 보면 반감이 들지만 실제로 영화는 꽤나 잘 만든데다 특히 건가타라는 신종 액션을 도입해서
과거 첩혈쌍웅식의 권총액션과 차별화되는 매력적이고 호쾌한 액션을 보여줬다.
광고 문구 하나 때문에 멍에가 씌워진듯 매번 매트릭스와 비교당하며
평가절하 되어 나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작품이었다.
짱구눈썹처럼 꿈틀거리는 콜린 패럴의 미간과 송충이를 씹어먹은 듯한 표정의 조합은
이 영화가 아이큐 두자릿수의 정준하 같은 킬러들이 좌충우돌 부딪히는 추격 코미디임을 암시하는 것 같다.
오른쪽 킬러 아저씨의 무서운 척(?) 하지만 띨띨해 보이는 얼굴과 뜬금 없이 들고 있는 맥주잔 같은 것도
이 영화를 지배하고 있는 건조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
동유럽 그림책에 나오는 동화 같은 도시가 너무 아름답고 포스터의 느낌과 달리
킬러들의 하드보일드한 분위기가 풍경과 잘 맞아떨어져서 인상 깊게 봤던 작품이었다.
클라이막스가 다소 늘어지는 경향이 있긴 했지만 완성도도 괜찮고 꽤나 으스스하게 봤던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한국 공포영화 수작 리스트를 만든다면 꼭 한자리 주고 싶은 작품이다.
문제는 포스터에서 대놓고 스포일러해버림ㅠ (범인은 귀신이라규!)
후반부 가면 다 알게 되는 거지만 보기 전부터 '이거 귀신나오는거구만' 하고 알고 보는거와는 또 기분이 다르니까ㅋ
또 하나 이 영화를 보면 아쉬운 것이 배우 감우성이 연기력에 비해서 너무 저평가 받는거 같은 기분이 든다는 점이다.
결혼은 미친짓이다, 킹스맨(?) 같은 작품에서 보여준 것 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안정감 있고 묵직한 연기 보여줄 수 있는
배우도 많지 않은데 말이다.
대놓고 코믹 납치극이라는 어이없는 문구로 영화를 산으로 보내버린 지구를 지켜라.
영화에서 주인공 병구가 '병든 지구'를 지키는데 실패한 것처럼
국내용 포스터도 영화를 지키는데 실패하고 말았다ㅠ
홍보 미스로 망친 영화라고 워낙 유명했다가 2000년대 후반이나 되어서
관객들에게 재평가 되며 가치를 점점 인정받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포스터와 달리 외국용 포스터는 작품의 분위기를 훨씬 멋지게 살려주고 있다.
한국 개봉때도 이 포스터를 사용했다면 꽤나 관객몰이 하지 않았을까?
봉준호 감독 영화중에 살인의 추억 다음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 플란다스의 개다.
포스터의 찌질한 주인공들만 보면 별볼일 없는 사람들이 잃어버린 개를 찾아다니는
지리멸렬한 일상물 같은 느낌을 주지만 영화를 좀 깊게 들여다 보니 결코 만만한 영화가 아니었다.
의로운 보일러 김씨를 벽에 묻어버리고 길잃은 개를 잡아먹는 타락해버린 구세대의 상징 경비아저씨(변희봉).
잃어버린 개를 찾아 용감한 시민상을 타려는 순수하고 의욕충만한 신세대(배두나).
뇌물을 써서 교수자리하나 얻어볼까 기웃거리는 30대 이성재는 신세대와 구세대의 기로에 서있다.
봉준호는 도덕적 전락을 거듭하고 있는 30대의 미래를 노숙자(김뢰하)로 표현하고있다.
신세대의 상징인 노랑색 옷을 입고 노랑색 꽃가루가 뿌려지는 마지막 장면은 희망을 암시하는 것일까?
포스터의 가벼운 느낌 때문에 정당한 평가를 못 받는 작품인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이상 5편 주관적 기준으로 뽑아봤습니다.
모두 엄청 재미있는 작품들이니까 못보신 분들은 꼭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포스터가 X신 같아서 그렇지 꽤나 잘만든 작품들이에여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