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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게에 학업 고민으로 글올리는 중,고등학생들에게
게시물ID : gomin_14199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주세페로시
추천 : 9
조회수 : 45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4/30 13:33:38
우선, 저는 서울 소재 4년재 대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건방지게 제 입으로 명문대라고 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세간에서는 그리 불러주는 곳 중 하나에요.
서울 토박이로 자라서 평범한 중학교에서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머리가 비상하게 좋아 특목고를 간 것도 아니었고요.

그런데 오유 눈팅을 하다보면 고민 게시판에
마치 세상 짐이란 짐은 다 짊어진 것 같은 뉘앙스로
성적, 진학 문제에 관한 글을 올리는 친구들이 많아서

답답하기도 하고 조언도 해주고 싶고 해서 부족한
실력으로나마 이렇게 몇자 적습니다.



각설하고, 서두가 좀 길었죠? 저는 소위 말하는 수포자였습니다.
다른 과목들은 성적이 제법 나왔어요. 머리가 나쁜 편은 아니었거든요.

그렇다고 무슨 고액과외로 겹겹이 둘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그냥 동네 학원을 다녔고 수학이 취약점이었기 때문에 수학만 과외를 했습니다만
전혀 효과가 없었습니다. 

5~6등급은 다반사고 제일 잘나온게 3등급이었으니까요.

집에서도 저는 골치덩이가 되었습니다. 총체적 난국이면 포기라도 하실텐데
수학만 지하갱도 수준이니 부모님의 답답함은 오죽하시겠어요.

전 그 때 '까짓거 수학 안보는 대학교 가지 뭐'라며 엄청난 자기합리화에 빠져있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수리를 안보면 갈 수 있는 제일 괜찮은 대학교 마지노가 국민대 정도였으니까
그정도면 그리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친구들하고 PC방도 가고 점심먹고는 축구,농구도 하고 놀거 다놀고 공부를 하니
가뜩이나 하기 싫은 수학은 더더욱 뒷전이 되었죠. 그렇게 고3이 되었고 저는 부모님과 다툼이 잦아졌습니다.
대체 왜 수학을 포기하겠다는지 이해를 못하신거죠 부모님은. 

근데 저는 수학 문제만 풀면 막 마음 깊은 곳에서 화딱지가 나고 뭔가 가슴속에 응어리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웃겨요 그게, 불과 1~2년만 지나도 아무것도 아니고 5년 넘게 지나면 '그게 뭐라고 그랬는지 참...'
이런 생각이 드는데 막상 수험공부가 가장 중요한 그 시절엔 죽어도 하기가 싫으니 말이죠.

그렇게 고3 1학기를 허송세월 보내니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수리 성적이 34점이 나왔습니다.
다른 과목이 전부 1등급이 나와봤자 빛을 발할 수 없는 그런 수리 성적이 된거죠.
(그렇다고 다른과목이 다 안정적으로 1등급이 나온것도 아니고요.)
그 당시의 저는 학생분들처럼 인터넷 사이트를 눈팅하고 수리가 싫다고 하소연하고
오르비에 가서 수리 안보는 대학교에 대한 정보나 찾아보기 일쑤였습니다.

모종의 자기합리화랑 도피처를 찾았던거죠.

근데 막상 수능은 코앞으로 다가오고 가장 공신력있다는 평가원 모의고사 성적을 받아보니까
그 때 뭔가 정신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지만 우리나라 특성상 수능 한번에 인생 80%는 판가름날텐데?'
어차피 이젠 1년도 2년도 아니라 6개월도 안남은 마당에 한번 수학 미친듯이 해보기나 하고 안나왔을 때 '그래도 난 최선을 다했어'
라고 변명해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부터 게임이고 인터넷이고 전부 끊었습니다.
사람이 제버릇 개 못준다고 하죠, 하루 아침에 끊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2개월 쯤 지난 8월이 되서는 컴퓨터는 정말 인강 보는 용도로만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평가원 모의고사 결과를 받고 충격받은 날부터 수리 문제를 하루에
100개씩 풀었습니다. 다른 과목 공부도 병행하면서요. 제가 생각해도 저때 저만큼만
공부하면 대학교 학점도 참 잘 나왔을텐데.... 싶게 했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주말엔 쉬고 싶고 명절에도 쉬고 싶었지만 예외없이 시골을 내려가건
일요일이 되건 수리영역 문제만큼은 매일매일 100개씩 풀었습니다. 미쳐버리는줄 알았죠.
재미있는 과목도 '공부'라는 둘레에 갇히면 하기가 싫어지는게 정상인데 수포자나 다름없는
제가 수리를 저만큼 하려니 몸에선 거부반응이 나오고 집에 부모님 안계시면 소리도 지르고
벽도 발로차고 난리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매일 풀었습니다.


못해도 150일 x 100문제 하면 도합 15,000문제가 됩니다.
그리고 족히 그것보단 2000문제 정도는 더 풀었던 거 같고요.
수능 끝나고 끔찍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문제집을 버리려고 분리수거장에
내놓는데 수리 문제집만 제 허리춤까지 왔으니 두말하면 입아프죠 ㅎㅎ

그렇게 수능날은 다가오고 막상 시험을 봤는데 생각보다 잘 풀려서 의외였습니다.
수능 전날만큼은 그냥 좀 쉬라던 부모님의 만류에도 전 여전히 100문제를 풀고 잤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그 결과 저를 좀먹던 수리가 전국 상위 4%로 1등급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그렇게 사람 미치게 만들던 과목이 가장 큰 기쁨을 주더군요.

그 때 느꼈습니다. 

노력해보지 않고서는 변명할 자격도 없는거라고요.


20대 청춘, 진짜 멋지게 즐기고 싶으면
공부를 절실하게 하셔야 됩니다. 

당장 인터넷 접속부터 끊으시고 
게임도 하지 마세요. 

'아니 왜, 모종의 활력소는 필요하잖아요.'는 다 변명입니다.


노력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죠.
저런 자투리시간도 다 쏟아부어 노력하면 정말 세상에 안될일은 없습니다.

부디 한명의 학생이라도 좋으니 
제 글을 읽고 노력의 소중함을 깨달아
좋은 결실 이루는 친구가 나오면 더할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부족하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이만 줄일게요. 대한민국 중고등학생 화이팅입니다!


인터넷, 게임 끊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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