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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병때 그냥 기억나는 이야기
게시물ID : military_548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츠키우미
추천 : 16
조회수 : 1708회
댓글수 : 40개
등록시간 : 2015/04/30 11:27:29
03년 2월 28일.
대학 2학년 개학이 코앞이였지만 난 그런거
신경 안쓰고 학교 갈 맘도 없는 리니지 폐인이였다.
밤새도록 겜하다가 낮에 자고 있는데
어머니가 전화받아보라며 깨우신다.
받아보니 부산 병무청  직원이란다.
"죄송한데 님 공용화기 지원했다 떨어지셔서
예비 1번 이였는데 한분이 포기하셔서 
긴급으로 대상 선정되셨어요.
3일뒤 입대인데 가실래요?"

머지? 이 미친소리는.내가 잠이 덜 깻나?
그래 이건 꿈이야. 히힛 맘대로 해야지.
"무조건 갈겁니다! 꼭 넣어주세요"

그렇게 나는 3일만에 휴학계도 못내고
입대를 했다.
훈련소의 훈련은 듣던바와 달리
폭행은 일절 없었고 얼차려만 무지막지하게
받았다.
그와중에 밥먹을때가 되면 훈련병은
두부류로 갈라졌다.
일반병사와 비만병사.
비만병사는 진짜 작은 식사량과 간식일절금지.
난 원래 군것질을 일체 하지 않았고
밥먹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그시간에
게임을 해야했던 폐인이라 말그대로
삼순구식을 하는 식탐과는 거리가 먼사람이였다.
그래서 비만병사의 간식 금지가
그들에게 얼마나 가혹했는지 몰랐다.

사건은 3주차의 밤에 일어났다.
한창 구르느라 신경이 매우 예민했는지
잠들면 절대 안깨는 내가 왠지 모를 살기에
눈을 떳다. 시간은 얼추 새벽 두시.
눈을 떠보니 누군가가 내 관물대 상단을
뒤지고 있다.
먼가 싶어 그놈의 발목을 콱 잡으니
헉 하고 놀래 주저 앉는다.
"니 머꼬 디질래? 도동놈새끼가"
"아니.아니..  그게 아니고..."

일단 화장실로 끌고가서  물어보니
내가 종교행사후 초코파이를 안먹고 관물대에
넣는걸 봤는데 그게 너무 먹고 싶어서
난생 처음 도둑질을 했다고 한다.
과자그거 버리긴 뭐해서 그냥 넣어둔건데
먹을수 있는데 안먹는 내입장과
간절히 먹고 싶은데 못먹는 비만병사의
입장은 참 달랐던것 같다.

"니 개새끼 똥싸는척하면서 여기 잠깐 있어라
따라나오면 조교한테 지금 바로 찌른다. 알았나?"
내 엄포에 그는 아무말도 못하고 수긍한다.

그리고 관물대에 다시 와서 뒤져보니
초코파이 두개 다이제하나 초코바하나가 나온다.

초코파이 두개를 불침번 두놈에게 입닫으라고
하나씩 주고 초코바와 다이제를 다시
똥간에 있을 그 비만 병사에게 들고가
"문닫고 안걸리게 무라 내가 망봐준다"
라고 말하며 던져 줬다.
과자를 먹는 소리와 훌쩍이며 우는소리로
20분 정도가 지나서야 그놈이 나온다.

그리고 우린 아무일 없다는듯이 훈련을
받았고 내가 받는 간식은 어느새 그놈의
야참이 되었다.

그렇게 훈련이 끝나고 자대로 흩어진뒤
서로 다잊고 지내다 내가 상병이 되고
골절상으로 사단 의무대에 입실했을때
그놈은 사단 의무대 의무병으로 있었다.

나를 보자 마자
"야 니 내 기억하나?"
"어 씨발 그 돼지 아니가 인자 홀쭉이 다됐네"
"여기 환자 금연인거 알제? 이번달부터
의무대장님 지침이다. 근데 니는 걱정마라
내가 담배 책임진다"

그렇게 우리는 질긴인연속에 전역후에도
그때의 이야기를 하며 꽤 오랫동안 연락을 주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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