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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븅신사바] 실화괴담 - 꽃을 파는 할머니
게시물ID : panic_792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포즈루크
추천 : 28
조회수 : 225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4/28 15: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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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걸음이고 뛰어 다녀도 숨 한번 헐떡이지 않았던 나이,
그만큼 어릴 적 일이지만 여전히 그 장면, 소스라치던 그 날의 감정들이 새록새록하다.

나 어릴 적, 부모님은 부부동반 볼링을 종종 치러 가셨다.
지금은 남아 있지 않는, 군산의 허름한ㅡ그 당시는 최신식의 볼링장이었다ㅡ 어느 볼링장은 그날도 부부동반으로 모인 볼러들의 경쾌한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어른들의 모임에는 늘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있다.

그게 나였다. 그게 너였고. 그게 우리였다.

봐줄 이 없는 우리들을 어쩔 수 없이 볼링장에 함께 데려 오셨던 우리네 부모님들은 잘 튀겨진 팝콘 한 봉지 던져 주시며 나가 놀으라고 등을 떠밀었다.

뭐, 흔한 일이었다. 그렇게 볼링장 근처에는 한 손에 팝콘 봉지를 든 채 숨바꼭질하는 아이들로 넘쳐 났었다.



그 볼링장은 특이하게도 바로 옆, 군경묘지가 위치해 있었다.

어릴 적의 기억이라 정확한 명칭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월명...군경묘지 였던것 같다.
어쨌든, 그 군경묘지의 관리인 아저씨는 뛰 놀곳 없는 우리에게 늘, 부지 내 잔디밭을 내어주시곤 했다.

마침, 적당히 산만했던 나와 내 또래의 아이들은 딱히 말썽은 부리지 않았었다. 그렇게 군경묘지를 뛰놀았었다.


어느 날, 유난히 볼링이 길어졌다. 팝콘은 이미 부스러기만 남았고 해는 조금씩 저물어갔다.
'돌아가자, 이쯤되면 끝나셨겠지!' 라며 터덕거리는 발걸음을 볼링장으로 다시 옮겼다.

그 기억부터 선명하다.
나가는 입구에는 늘 코사지류의 꽃을 팔고 있는 할머니가 계셨다.
올 때마다 늘 계셨으니 아마도 매일 그 장소 그 자리에서 꽃을 팔고 계셨을테다.

지나가다 눈을 마주치면 늘 온화한 미소로 '어여 가서 신나게 놀거라-'는 표정을 지어주시는 그 할머니.

그 어둑해졌던 그 밤, 그날도 할머니는 우리에게 잘가라는 미소를 보내주셨다.


무언가 이질적인 걸 느꼈던 건 아주 찰나의 시간이었다.
그날 따라 할머니가 파는 꽃이 굉장히 크고 빛나 보였다. 왜 인지는 몰랐었다. 유독 그 꽃이 빛났었다.

미련없이 꾸벅- 인사하고 나서던 다른 날과 달리 그 꽃이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휘익- 하고 돌아 본 순간은 아주 짧았다.

할머니는 없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할머니는 없었다. 유독 그 날 따라 빛나던 그 꽃도 없었다.
어린 마음에 무서울 법도 했었다. 근데 난 할머니가 보고 싶었다. 갑자기 어딜 가신거지? 아무리 두리번 거려봐도 할머니는 없었다.

옆 친구에게 물었다. 할머니 못봤냐고. 그 친구는 작은 눈을 토끼마냥 동그랗게 뜨며 나에게 되물었다.
'오늘은 할머니 없었는데?'

말도 안된다며 관리자 아저씨께 한달음에 달려가서 채근했다.
'꽃 파는 할머니 어디갔어요? 방금까지 있었는데 어디갔어요?'

아저씨는 나지막히 한 숨을 내쉬면서 이야기 해주신다.
'어린 아이의 눈에는 보이는가 보구나, 할머니는 저번 주에 저~멀리 가셨어. 요 앞 큰길에서 길 건너다 변을 당하셨다고 하는구나'

뇌리에 조금은 각색되어 남아있는 말이지만 저런 투로 담담하게 말해주신 아저씨의 표정과 말투는 아직도 생생하다.
변을 당하셨다는 할머니의 소식을 듣고는 놀랄법도 했던 어린시절이지만 난 뭐가 그렇게 슬펐는지 모른다. 내가 귀신을 본 건지 헛 것을 본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여튼 그날은 그렇게 울며 뛰며 부모님 품에 안긴 후에도 한 참을 울었었다.


되돌아보니 그렇게 그 날의 꽃은 나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빛나고 있었나보다. 잘 있어라- 하며.




작가의 한 마디:
주절 주절 적어 놓고 보니 공포스러운 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조금은 따스한 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저에게는 어릴 적, 그 기억은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슬픔이고 공허함으로 남아 있네요.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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