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들도 잘 아시다시피 <한겨레21>은 백척간두의 위기 앞에 있습니다.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불거진 ‘표지 사진’ 논란과 전임 편집장의 ‘덤벼라 문빠’ 사태로 2천 명 넘는 독자님들이 저희 곁을 떠났습니다. 안 그래도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겨레21>에 이는 결정적인 타격이었습니다. ----------------------------------------
메이저 진보언론에서 다루는 본인들의 현 상황 인식이나 반성에 대한 칼럼은 거의 다 읽고 있어. 그들을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느 지점까지 왔을까 궁금해서야. 베스트에 떠 있는 이 칼럼을 읽고 나서 한마디 안 할 수가 없어서 적어.
'표지사진 사건'과 '덤벼라 문빠'로 한겨레에서 독자들이 많이 떨어져 나갔다고 적었더라. 얼핏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상황인식을 정말로 저렇게 하고 있다면 이거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예를 들었다고 한다 치더라도 저 사건이 핵심도 아닌데 버젓히 저렇게 인식하고 있다니 안타까워. 저걸로 독자층과 거리가 멀어졌다라고 한다면, 한겨레가 아닌 다른 진보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감은 설명할 수 없는거니까.
그럼 왜 지금 이렇게 시민들이 진보언론을 대립적으로 바라볼까? 나도 고민을 많이 해 봤어. 물론 친노 친문층에게도 이유가 있지만 범진보에서 벌어지는 이 현상의 원인이 뭘까 오랫동안 생각을 했어.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꼽는 다면 '글을 못 써서'라고 봐. 다른 표현으로는 재미가 없다, 구리다, 공감이 안 간다 정도로 할 수 있을거야. 그냥 글을 못 써. 그게 바로 현 상황의 핵심이야. 메이저 진보언론지의 글은 구려.
물론 문장이 별로라든가 비문이 있다든가 논리적 정합이 떨어진다든가 그런 측면의 얘기는 아니야. 공부가 깊고 문장 또한 언론인답게 대단하다는 것은 알아. 더 풀어서 얘기하자면, 글을 못 쓴다는 건 별로 공감이 안 가는 말을 세상 진지하게 써내려 간다는 거야. 그런데 거기에 공감을 못 해주는 시민을 보고 혼내고 있어. 너희들이 시야가 좁아서 못 알아듣는 거라고. 더 심한건 본인들이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용납하지 않는 태도까지 함께한다는 거지, "감히 우리를 비판해?". 이 모든 태도가 합쳐져서 나오는 글을 독자들이 읽게 되면 '못 쓴다'라고 볼 수 밖에 없어.
직선제가 없던 그 시절, 선악의 구도가 명확하던 그 시기에 진보언론은 언제나 비판을 하는 주체였어. 시민들도 거기에 동조를 해주었고 응원을 했어. 그런데 사회는 복잡해졌고 다원화되었으며 다양한 가치와 이익이 충돌하고 있어. 시민들은 지금 그런 사회를 살아가고 있어. 어떤 정책이나 이슈는 누군가에겐 이익이고 누군가에겐 손해가 되기도 해. 어느샌가 좌파와 우파의 구분도 없어지는 지점도 나타났어.
그런데 현실인식과 태도는 직선제가 없던 그 시절에 머물러 있어. 메이저 진보언론은 여전히 비판의 주체가 되어야하고, 시민들은 계몽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무지해서 못 알아듣는 다고 보고있어. 예를 하나 더 들어볼까? 요즘 진보쪽 색체를 가진 사람이 하는 영화평론을 보면 말이지 '도덕적 판단자'가 되어서 가르치는 모습이 많아. 어떤 영화를 보고 온갖 관심법을 발동하여 "이 영화에서 남자 감독이 가진 여성착취적 시각이 깊게 깔려 있어서 아주 불편하다"로 결론을 맺는 글이 많잖아. 요즘 시민들이 누가 이런 칼럼을 보려고 해? 곡성은 왜 그리도 애매한데 재미있는지, 아가씨에서 느껴지는 그 아름다움을 박찬욱을 어떤 테크닉으로 연출했는지.. 분석을 하고 뚫고 들어가도 모자랄판에 정의의 심판자가 되어 독자를 가르치는 위치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아. 이게 트렌드였던 시절도 있었어. 80~90년의 시기에 말이야. 그런데 메이저 진보언론지는 영화의 평가에 대한 태도뿐만 아니라 사회와 정치를 바라보는 거의 모든 시각이 이런식이야. 그리고 독자들은, 시민들은 이런 멘탈리티와 현실인식을 기반으로 쓰여진 글을 읽고는 말하지, "아! 구려, 아! 너무 못 썼다"라고.
표지사진 때문에? 덤벼라 문빠들 때문에? 정말 그거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게으르다. 입장을 바꾸기 싫다고는 해도 현실분석은 제대로 하고 있어야지. 그래서 독자들이 떠나는 거 아니야. 그건 그냥 마지막 계기일 뿐이지. 아마 저게 없었음 다른 '사소한 일'로 구독을 중지했을 거야. 그냥 너네가 글을 못 써서 떠나는 거야. 다른 거 아니야. 니네들 글이 구려서 그래.
추가, 오유의 어느 은거기인께서 받아적어라 하셔서 받아 쓴 글입니다. 저는 타이핑만 했습니다. 아무튼 오유에는 대단한 분들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