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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gomin_14166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영일만호랑이★
추천 : 0
조회수 : 48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4/26 02:09:37
지금도 당신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고향 집에서 먹먹한 가슴을 두드립니다.
숨은 쉬어지는데 답답함에 가슴 속은 막힌 듯 하고, 정신은 오락가락합니다.
웃다 울다를 반복합니다.
수술 전에 제대로 작별인사도 못했음은 당연하고, 수술 후 정리하겠다고 늘어놓았던 당신의 흔적들이 고향 집 어느 한 군데 베여있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이제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숨을 내시는 것조차 버거워서 아들 놈이 온 것도 모르시고, 암흑 천지인 세상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몸으로 겨우 감내하십니다.
사랑하는 어머님에게 주어진 시간이 고작 1~2달이라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믿기지도 않습니다. 아직 제대로 해드린 것도 없고, 이제야 사람답게 살아보겠노라 용을 쓰는데 왜 지금 이리도 갑작스럽게....병마는 당신을 괴롭히는 걸까요.
어머님이 쓰시던 폰, 메모장에는 오롯이 당신이 아끼는 자식들 걱정으로 가득하고...집에는 비싸다고, 아깝다고 쓰지 않고 품어두신 것들이 적적한 채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습니다.
당신과 수십년을 미운 정, 고운 정 쌓으며 부대끼며 살아온 아버지의 눈물은 마를 리 없고, 수척해진 얼굴만큼이나 생의 의지도 옅어지신 듯 해 걱정입니다.
지금도 내일이면 못난 아들에게 전화로 사랑한다고 말씀해주실 것 같은데 정작 지금은 아들의 목소마저 그저 피곤한 울림 또는 소음으로 들리실까 저어됩니다.
30대 중반...남들은 성공은 커녕 실패했다라고 손가락질하는 인생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어디 가서 자랑할 만한 재력을 품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누구에게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냉랭한 시선으로 절 쳐다봤고 그럴 때마다 사랑하는 어머님은 그저 저를 믿고 응원해주셨었습니다. 그저 네가 좋고, 네가 원하는 삶이라면 그것으로 당신은 충분히 만족하신다는 말씀을 늘 덧붙이셨습니다.
그렇게 전 구원 받았고, 그 힘으로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버텼고, 세상을 두 팔로 들어올리려 버둥거릴 수 있었고 이제야 삶을 조금 멀리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그랬던 나의 당신이 지금 병원에서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십니다. 그런 와중에 저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일을 하며 짐짓 모른 채 일상을 살아갑니다. 죄책감은 적정할 때 꺼내어 보듯이 말입니다.
숨이 막힙니다.
잠이 오지 않습니다.
사는 게 왜 이리 고통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왜 세상은 이토록 잔인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늘은 늘 악인만 기꺼워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15년 4월 26일 일요일
지금 저는 정말 숨을 쉬는 게 고통스럽고, 삶을 살아가는 게 죄스럽습니다.
힘을 내는 것조차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사랑하는 당신과 그저 1분이라도 제대로 된 직별인사를 하지 못한다는 게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저는 도대체 어찌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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