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 끝내고 지쳐 지하철을 탄 귀가길이었다 왠 아저씨가 내게 기대기 시작하신다 내 오른쪽 팔에 조금씩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성인 남자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거운지 잠이 들수록 묵직하게 나를 누른다
모르는 사람이 기대자는게 편치않아서 뒤척뒤척 헛기침도 해보고 허리도 피고 앉으면서 아저씨도 살짝 밀어내고 아저씨가 또 기울면 또 밀어내고 또 내게 기대고 걍 자리를 옮길까 아저씨께 부탁을 드릴까 아예 내 자리가끝이니 바꿔서 주무시라고 할까 고민하던 찰나
아저씨 전화가 왔고 깜짝 놀라 일어나서 받으셨다 "어 깜빡잤어 카톡?안왔어 떡볶이? 밤에 무슨 자극적인걸 먹는다고 사오래 자라 딸 아 알았어 연 데 있음 사가~"
딸인가..딸이있는데 딸같은 나에게 일부러 이러시진 않겠지.. 생각하며 점점 팔과 어깨는 눌려가고 한계가 와 아저씨를 다시 바라보니
문득 고개숙인 아저씨 옷깃에 떨어진 투명한 액체.. 그건 내가 실습으로 삼일밤을 꼬박 새고 졸 때 나도 모르게 입에서 흐르던..정말 흘려본 사람만이 아는 피곤도109%의 맑고 점성있는 침이었다
그걸 본 순간 무언가 갑자기 말로 할 수 없는 감정과 아저씨를 거칠게 밀어냈던 죄송함..
아저씨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가장이시죠 가족을 위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힘써 일을 마치고 피곤함에 눈만감으면 잠드는 아저씨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와도 가족을 위해 또 힘을 낼 아저씨가 문득 커보였어요 우리 아버지도 못난 딸 먹여살리느라 언젠간 이런일을 겪지않으셨을까 내게 기댔던 그 무게가 가장으로서의 무게들의 절반도 못하겠지 나는 당신 딸은 아니지만 든든하고 편치않겠지만 잠시 누구에게든 무게를 나눠주고 곤히 주무세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너와 나의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