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그냥 어떤 사람의 넋두리예요. 누군가를 만나고 서서서히 자기가 무너져 내리고 있는 사람의 글요. 부디 읽어보신 분이 계신다면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몇마디라도 적어주세요. 이 글을 읽은 당신은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제가 치사하지는 않은지... 제가 생각하는 것들이 그저 착각일 뿐인지.
원래는 몹시 주도적으로 관계를 이끌어나가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사귀었던 사람 중에 절반은 제가 먼저 다가갔어요. 차인 적도 있지만 사람들도 이렇게 대담하게 만날래요?
하고 물어 온 여자사람이 신기했대요. 하나도 안 예쁘고 요즘의 미적기준을 굳이 갖다 댈 것도 없이 객관적으로 보아도 별로인 여자가 싱긋싱긋 웃으면서 그러는 게 신기했대요. 그래서 사귀다가 오 역시 그냥 친구가 좋겠구나 하고 좋은 지인의 자리를 차지한 분들이 음.... 대부분 제가 고백한 경우의 남자들이네요.
저는 남들이 볼 때 무척 당당한 사람입니다. 못생겼다 뚱뚱하단 소릴 들어도 그냥 웃으면서 어 나 뚱뚱하고 못생겼어. 근데 어떻게해~ 고치기엔 돈 아깝고 또 고치자니 아까워. 지금 나도 충분히 내가 보기엔 괜찮거든. 하면서 대담하게 입고 다니기도 하고 자기주장도 강하게 하고 다니거든요. 그리고 주변을 되게 많이 챙기려고 노력해요.
원래부터 이러진 않았아요. 그냥 원래는 내성적인 성격의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적당히 조용하고 눈치 잘 살파피고 남들이 나를 무시하면 내가 정말 그 무시하는 말에 어울리는 줄 알고 살았어요.
근데 그러다가 어쩌다보니 정말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저를 따돌렸고, 저는 철저히 고립되었습니다. 내성적이고 눈치 잘 보는 아이는 항상 땅을 보고 걸었어요.
그러다 정말 허탈하게도, 침묵했던 누군가의 증언으로 인해 저는 평범한 학교생활을 되찾을 수 있었고요.
뜻하지 않게 소외되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다시는 그런 일은 내겐 생기지 않도록 정말 죽어라 연습했어요. 내 실수를 쿨하게 인정하는 척, 남들이 비웃으면 그걸 웃음으로 넘기는 척... 낯선 사람이나 그런 상황에 직면하면 속으론 천길 낭떠러지를 직면한 사람의 심정이더라도 겉으론 웃으면서 먼저 말을 걸고 웃고 손을 내밀었어요. 옷차림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누가봐도 단정하게 나를 여기도록 항상 노력했어요. 다소 빠르고 더듬거리는 말투며 방정맞은 목소리도 입에 볼펜을 물어가며 말하는 연습을 다시 하고. 직업이 그렇다보니 적당하게 입에 붙은 화술로 열심히 겉으로 보기엔 아름다운 모래성을 쌓아왔어요.
그런데 이상해요.
자꾸 이 사람 앞에선 제가 다시 그 어릴 적의... 부끄럽고 겁많고 어떻게 남에게 손을 뻗어야하는 지 몰라 안절부절하는 어릴 적의 제가 되어버립니다. 뭔가 말하고 싶고,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없어서 말을 꺼내려다 도망가고... 남들과는 1시간이고 2시간이고 가능한 이야기가 ...죄송해요. 잘못 걸었어요(;~;)하고 딱 5초 이야기하고도 온 몸이 바들바들 떨려요.
웃긴 건 저 이 사람요. 딱 한번 실제로 봤거든요.
어쩌면 아마 제가 혼자 만들어 낸 환영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감정이나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는 제 모습을 위에 내려다보며 모래성의 옥좌 위에서 깔깔거리고 있는 또 다른 제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