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내 차고 안의 용
게시물ID : science_491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크아악
추천 : 12
조회수 : 948회
댓글수 : 21개
등록시간 : 2015/04/25 00:09:07

"불을 뿜는 용이 내 차고에 살고 있다." 

내가 진지하게 그런 주장을 한다고 가정해보자(나는 심리학자 리처드 프랭클린의 집단 치료법을 따르고 있다). 물론 여러분은 직접 살펴보고 싶을 것이다. 용에 관해서는 수세기동안 수많은 이야기가 나왔지만, 실제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이것은 대단한 기회가 아닌가!

"한번 보여주세요" 라고 여러분은 말한다.

나는 여러분을 차고로 안내한다. 안을 들여다보니 사다리와 빈 페인트통과 오래 된 세발자전거가 보인다. 그러나 용은 보이지 않는다. 

"용은 어디 있나요?" 여러분이 묻는다. 

"아, 용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나는 막연히 손을 흔들면서 대답한다.

"이 용은 보이지 않는 용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았군요."

여러분은 차고 마룻바닥에 밀가루를 뿌려서 용의 발자국을 포착하자고 제안한다. 

"좋은 생각이네요." 내가 말한다. 

"그런데 이 용은 공중에 떠다녀요."

그러면 여러분은 적외선 감지기를 사용해서 보이지 않는 불을 탐지하려고 들 것이다. 

"좋은 생각이지만 보이지 않는 불은 열이 없어요." 

여러분은 용에게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려서 보이게 만들려고 할 것이다.

"좋은 생각이네요. 그런데 이 용은 형체가 없어서 페인트도 묻지 않아요."

기타등등. 나는 여러분이 제안하는 모든 물리적 검사에 대하여 왜 그런 것들이 효과가 없는지를 특별한 설명을 제시하여 응수한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고 형체가 없으며 떠다니고 열이 없는 불을 뿜는 용이 있다는 것과 용이 없다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 내 주장을 반증할 방법이 없다면, 생각할 수 있는 한 내 주장에 불리한 실험이 없다면, 내 용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떤 뜻인가? 나의 가설을 무효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은 이 가설을 참이라고 증명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검사할 수 없는 주장들, 반증할 수 없는 단정들은 영감을 주거나 경이감을 자극한다는 점에서는 어떤 가치가 있을지 모르지만, 진리성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내가 여러분에게 요구하는 것은 결국 나의 독단을 증거 없이 믿으라는 것이다

용이 내 차고 안에 있다는 나의 주장에서 실제로 알 수 있는 것은, 나의 머릿속에서 뭔가 우스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뿐이다. 어떤 물리적인 검사도 적용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다른 사람을 설득하겠느냐고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것이 꿈이나 환각이었다는 가능성이 분명히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나는 왜 그렇게 진지하게 말하고 있을까? 아마 나는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적어도 나는 인간의 오류 가능성을 대단히 과소 평가했다. 

어떤 검사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여러분이 조심스럽게 열린 마음을 가지려 한다고 상상해보자. 그래서 여러분은 내 차고 안에 불을 뿜는 용이 있다는 생각을 노골적으로 거부하지 않는다. 단지 그 생각에 대한 판단을 보류한다. 현재의 증거는 그 생각에 강하게 반대되지만, 새로운 자료가 나타나면 그것을 조사해서 설득력이 있는지 살펴볼 준비가 되어있다. 내가 다른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고 화를 내거나, 답답하고 상상력이 없는 사람이라고-여러분이 증명되지 않음이라는 인색한 판정을 내렸다는 이유만으로- 여러분을 비난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부당한 일이다. 

일이 다른 식으로 진행된다고 상상해보자. 용은 보이지 않지만, 여러분이 지켜보는 동안 밀가루를 뿌리면 발자국이 만들어진다. 적외선 탐지기는 떨어진 비늘을 잡아낸다. 스프레이 페인트는 공중에 아래위로 올록볼록한 볏을 눈앞에 드러나게 한다. 용의 존재-보이지 않는 용은 말할 것도 없이-에 관해 얼마나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에 상관없이, 여러분은 이제 여기에 뭔가가 있다고 그리고 잠정적으로 그것이 보이지 않는 불을 뿜는 용과 일치한다고 인정해야 한다. 

또 다른 시나리오도 있다. 나만이 아니라고 가정해보자. 분명히 서로 모르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여러분이 알고 있는 여러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차고 안에 용이 있다고 말한다고- 그러나 모든 경우에 증거는 확실히 잡히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우리 모두 아주 이상한 확신에 사로잡혀 동요하고 있으나 물리적인 증거는 없다. 우리 가운데 정신 이상자는 아무도 없다. 보이지 않는 용이 실제로 전세계의 차고 안에 숨어 있고, 우리 인간이 그 사실을 겨우 파악하고 있을 뿐이라면 그것이 무슨 의미인가를 우리는 깊이 생각한다. 나는 오히려 그것이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마 고대 중국과 유럽의 용에 관한 모든 신화는 전혀 신화가 아닌 듯하다. 

다행히도 이제 밀가루 속에서 공룡 크기의 발자국이 보고된다. 그러나 그 발자국은 회의론자가 보고 있을 때는 전혀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밀 조사 결과 발자국이 가짜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주는 대안적인 설명이 등장한다. 또 다른 용 열광자가 불에 탄 손가락을 내밀며 용이 뿜어낸 불길이 드물게 물리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번에도 다른 가능성이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용의 숨결 이외에도 손가락을 태우는 방법들이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런 증거- 용 지지자들이 그것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는 결정적인 증거와는 거리가 있다. 다시 말하지만 단 한 가지 현명한 접근법이 있는데, 그것은 용의 가설을 잠시 거부하고 미래의 물리적인 자료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분명히 제정신이고 맑은 정신을 가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이상한 망상을 공유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예전에 역게에도 올렸었지만... 과게 눈팅하다보니 그냥 생각나서 올려봅니다.


1차 출처 :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칼 세이건

2차 출처 : 엔하위키 미러 - 내 차고 안의 용 항목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