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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세월호참사 1주기 추모미사 강우일 주교강론
게시물ID : sewol_436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흣냐흣냐
추천 : 6
조회수 : 30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4/21 00:48:54


    

오늘 우리는 세월호참사 1주기를 맞았다. 전국 여러 곳에서 많은 이들이 희생자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가족들의 아픔에 동참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월호 탑승객들이 왜 그렇게 끔찍한 사고를 당해야 했는지 진실이 하루 빨리 규명되기를 기원하고자 한다. 우리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자녀와 친지를 잃은 이들이 겪고 있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실감과 심적 고통에서 치유되기를 기원하고자 한다. 




지난해 어처구니없는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직후 온 나라가 다 초상집이 되어 슬퍼하며 대통령까지 눈물을 흘리고 왜 이런 참사가 일어났는지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왜냐하면 이 참사가 일어난 전후 과정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너무나 풀리지 않는 여러 가지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출항해서는 안 될 배였다. 1년 전 그날 인천항은 악천후였고, 가시거리는 800미터밖에 안 되었다. 그때 출항한 배는 세월호 단 한 척뿐이었다. 그리고 출항 당시 세월호는 규정된 물량의 약 2배를 과적했고, 엄청난 화물들을 고정하지도 않고 적재했다. 그리고 화물을 더 싣기 위해 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배 밑바닥의 평형수를 절반 이상 빼 버렸다. 출항 전에 인천항 운항관리자는 배 안으로 들어가 보지도 않고 안전점검 보고서에 ‘양호’라고 기재하고 출항허가를 내 주었다. 





심각한 기상악화가 풀리지 않아 단원고 아이들은 세월호에서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유가족들은 ‘아이들을 다시 태우고 돌아올 버스가 인천항으로 출발했었다’고 증언한다. 그런데 세월호는 왜 무리한 출항을 했을까? 누가 그런 결정을 내렸는가? 아무것도 밝혀지지가 않았다. 




그리고 도대체 왜 갑자기 세월호가 침몰했는지 아직도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검찰은 침몰 원인으로 급변침을 지목하며 ‘조타 미숙으로 선체가 크게 기울었으며, 과적 및 고정 불량과 평형수 부족으로 복원력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급변침은 사고의 결과이지 원인은 아니라고 한다. 세월호가 왜 급하게 방향을 틀었는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7000톤이나 되는 세월호가 100여 분 만에 완전 침몰했고 선체가 1초에 14도나 기울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급격한 침몰과 변침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세월호에서 자기 발로 나온 사람 말고는 해경이 들어가서 구조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세월호는 사고 후 1시간 동안 ‘가만히 있으라, 가만히 있으라’라고 하는 안내방송 외에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침몰 당시 아이들은 유리창을 두드리며 구조 요청을 했지만, 해경은 선실 유리창을 깰 생각도 안 했고, 탈출 안내도 하지 않다가 10시17분, 해경 함정 123정이 도착한 후 47분 만에 현장에 있던 해경 헬기와 선박, 잠수부는 돌연 일시에 철수했다. 후에 실종자 수색에 나섰던 잠수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해경이 “언딘”의 작업을 위해 철수를 요구했다’ 고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들을 수 없는 일이다. 사고 해역 근처에 있었던 4만톤 급의 미 함정의 지원도 거부했다. 해군참모총장이 두 번이나 통영함 출동을 명했는데도 해경이 해군함정의 도움을 거절했다. 그리고 일본 해상보안청의 구조협력 제안도 거절했다. 이해가 안 된다. 




그리고 사고의 원인과 경과를 분석해 줄 전문가들이 침묵하기 시작했다. 어떤 언론사에 따르면 세월호 문제를 제기해 온 전문가들이 4월21일부터 인터뷰에 응하지 않기 시작했다고 한다. 익명의 대학교수는 인터뷰에서 ‘압력이 들어온다. 주로 정보 부처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4월22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세월호 관련 재난상황반 운영계획’이라는 문건을 통해 방송사 조정 통제 및 대응 임무를 하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다. 세월호는 국내 여객선 중 유일하게 해양 사고 발생 시 국정원에 보고하게 되어 있었다. 국정원은 4월16일 오전 9시10분, 청해진해운 사장 등으로부터 사고 문자 메시지를 받았고, 9시28분에 해경상황실에 전화해 ‘원인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세월호 내부에서 발견된 자료에 의하면 국정원은 세월호에 99가지의 상세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왜 민간 여객선이 배의 시설 아주 작은 부분까지, 그리고 선원들의 수당이나 휴가까지 국정원 지시를 받아야 했는지 아무도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한국 주교단이 함께 로마를 방문하고 프란치스코 교종을 뵈었다. 5년마다 한 번 하도록 되어 있는 정기 행사다. 그 때 교종께서 우리에게 제일 처음 던지신 질문이 ‘세월호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였다. 이 질문에 대해 나는 이렇게 답했다. ‘정부가 세월호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조사위원회 조직은 구성했는데 실제로 조사는 전혀 한 발자국도 진척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밖에 답할 수 없는 우리 현실이 너무 부끄러웠다. 교종께서는 아직 세월호 가족들의 비통함이 잊을 수가 없고 가슴 속에 가라앉아 있다고 하셨다. 





세월호참사 한 달 후인 5월16일 대통령은 가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분명히 ‘특별법은 만들어야 하고, 검경수사 외에 특검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낱낱이 조사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는 말씀까지 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록 위원회는 한 발자국도 못 내딛고 있고,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의 독립적 진실규명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시행령을 발표했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사고를 유발한 원인 제공 기관들인 한국해운조합, 지방항만청, 한국선급, 선박안전기술공단과 직접 연결된 상부 기관이다. 간단히 말하면 직접 사건의 피고가 되거나 피고와 아주 가까운 부서다. 피고 신분의 공무원이 세월호 진상 규명의 실무 전체를 책임 조정하는 역할을 맡도록 하는 시행령은 진실 규명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피고의 한 가족에게 판결을 내리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정부는 희생자 가족에게 보상비는 몇 억 원씩 줄 것이라고 흘리며 돈다발을 자꾸 펄럭이며 마치 유가족들이 돈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처럼 국민 여론을 오도한다. 이것은 유가족들에 대한 인격모독이다. 대통령이 눈물 흘리며 한 약속을 이런 식으로 변형하고 왜곡하면 국민은 국가를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어떤 이들은 이제 그만하면 되지 않았나 한다. 어떤 이들은 광화문 광장에 기한도 없이 농성하고 노숙하고 있는 가족들, 시민단체 사람들의 존재가 불편하고 피곤하고 혐오스럽게 느낀다. 언제까지 세월호 문제에 붙잡혀 있을 것인가, 나라 경제도 불황이고 민생 문제도 산적한데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하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마치 강도 만나서 얻어맞아 초죽음이 되어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이웃을 보고도 내 갈 길이 바쁘다며 길 건너편으로 돌아서 지나가버리는 레위인이나 사제와 다를 바 없다. 이웃 형제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어질 수 없는 오늘의 메마른 우리 영혼이 서글프다. 형제의 신음 소리가 전혀 우리 가슴에 공명을 일으키지 못하게 하는 콘크리트 벽 같은 불통의 우리 마음이 참으로 원망스럽다. 






304명이나 되는 이웃 형제와 아이들이 하루아침에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버린 사건의 충격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오늘의 개인주의적 문화가 참으로 개탄스럽다. 국민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국가기관이 외면하고 밝히려 하지 않는 의혹 가득한 사건을 그냥 잊고 덮어 버리자고 하는 것은 우리 몸에 돋아난 종기의 뿌리를 도려내지 않고 겉에 붕대만 감고 말자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종기는 속에서 더 곪아서 뼈 속까지 썩어 들어가고 나중에는 세월호보다 더 큰 재앙이 찾아올 것이다. 





우리는 세월호의 비극을 잊으려하기보다는 도리어 거듭 상기해야 한다. 희생자들의 고통과 참담한 최후를 기억해야 다시는 그런 참극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와 회심을 열매 맺을 수 있다. 세월호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자꾸 상기하여 질문하고 밝히려고 해야 진실한 원인에 접근할 수 있고 그 사악한 원인을 제거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기억으로 끊임없이 회귀하고 거기 머물고 있는 가족들과 연대하며 그들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고 나누고 아파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걸린 몹쓸 개인주의의 염병에서 치유될 수 있다. 상처는 회피하고 어설프게 봉합해서는 속에서 갈수록 더 곪아간다. 






우리는 오늘 성체 앞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해 내야 하겠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가족들의 상처를 주님께서 어루만져 주시기를 청하도록 하자. 그리고 동시에 이런 참혹한 비극을 직접 초래한 사람들, 고물로 퇴출된 배를 사들여 부실하게 리모델링한 사람들, 규정 위반을 눈감고 넘긴 공직자들,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 온갖 규정을 위반하고 속인 선박회사 주인과 경영진, 아이들을 버려두고 먼저 도망친 선원들, 이들이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회개하고 유가족들과 국민에게 용서를 청할 용기를 내도록 기도하자. 






예수님은 진리에 대한 증언을 위해 당신 목숨을 바치셨다. 사도들도 사람에게 순종하기보다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이 더욱 마땅하다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가르치지 말라는 최고의회의 금령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십자가에 매달아 죽인 예수님을 하느님께서 다시 일으키셨다고 지치지 않고 증언하였다. 우리는 오늘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그들의 죽음을 둘러싼 불의와 의혹과 고통에 대해 침묵하지 말고 살아있는 증언을 하도록 초대 받고 있다. 




강우일 주교 (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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